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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 할 걸 그랬어
김소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그때 나는 일이 없어도 좋았다.
일단은 당장
행복해지고 싶다는 소망이 급선무였다.
조금만 더 자유로워지자.
나 자신에게 약속했다.
인생이 어떻게 풀려가든
그 길에서 행복을 찾아내겠다고,
전 MBC 아나운서 책 읽어주는 여자에서 책방 주인이 된 김소영의 자전적 에세이 <진작 할 걸 그랬어> 책이다. "행복할 가능성을 놓고 그와 비교해본다면 나는 그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다."라고 적힌 손석희 추천사에 나는 눈길이 간다. 무작정 퇴사를 했다.라고 시작되는 에세이 책이다. 사실 나도 책을 좋아하고, 먼 미래에는 책 심야주점을 운영하고 싶은 사람으로서 그녀의 책은 나에게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녀는 조지 오웰의 1984를 읽고 현 정권 (박근혜 정부 시절) 과 다를 게 뭐냐고 서평을 썼다가 방송 하차와 방송 출연 금지 1년이라는 징계를 받게 된다. 그녀는 출근해서 우두커니 책상 앞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한다. 열병이 그녀를 휘감던 날 더 이상은 이 생활을 지속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퇴사라는 큰 결심을 한다. 신변에 큰 변화를 겪은이들이 그러하듯 그녀는 일본으로 책방 여행을 떠난다. 왜 하필 일본이었을까? 일본은 여전히 책을 많이 읽는 나라이고, 출판 시장역시도 크다. 그런 이유로 일본의 독서 풍경의 모습이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책방에 영감을 준 책방들이 일본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나의 방 한 권의 책만 파는 극도의 미니멀즘을 콘셉트로 운영하는 모이오카 서점에서는 서점 주인이 미리 골라둔 책을 마주하며 묘한 기분을 느낀다. 내 앞에 놓인 낯선 책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조금이라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술 한모금씩 넘기며 읽어 내려가는 문장의 맛이 쏠쏠한 맥주와 책이 공존하는 서점 "비엔비" 재즈 같은 책방 "브루클린 팔러 신주쿠"등 1부 책방에 간다는 것 편에서는 일본에 위치한 개성 있는 동네 책방들을 소개한다.

"책장이 있는 곳이 서점이든 서점이 아니든, 책장은 그 책장에 책을 꽂은 사람과 그 책장에서 책을 꺼내 든 사람 간의 끊임없는 대화다. 책장에 꽂힌 책들은 독자에게 말을 건다. 우연히 펼친 한 권의 책과 한 줄의 문장에서 누군가는 꿈을 찾고, 오래 앓던 고민을 털어내며, 혹은 그날 하루를 살아낼 힘찬 기운을 얻을 수도 있다. 그것이 "책 따위 안 읽어도 좋지만 "이라고 말하는 북 큐레이터 한 명이 실로 다양한 공간을 종횡무진하며 멋진 책장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일 터다. "
책이 없었다면 나란 사람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도무지 상상하기 어렵다. 30 여년 동안 읽어온 문장들이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다고 믿고 있다. 사람에 잘 기대지 않는 성격인 내가 그럼에도 외롭지 않고, 일이 잘 풀이지 않을 때 절망하지 않았던 건 언제나 책이 곁에서 말을 걸어주고 이야기를 들려준 덕분이다. 책과 문장이 가진 힘을 사람들이 잊지 말아주었으면 좋겠다.
2부 책방을 한다는 것 편에서는 책방의 정체성과 매출 확보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한 발버둥 치고 있는 책방 주인 김소영을 보여준다. 판매량 순위에서 소외되거나 정말 좋은 책인데 여전히 인기 없는 책에게 애틋함을 보내고, 이 책 읽고 우리 남편 울었음. 하는 마음을 담뿍 담은 쪽지를 붙이기도 한다. 책방에서 망가진 책을 정리하며 혼자 기도문을 되뇌기도 한다. 남편 오상진과 꽁냥꽁냥 하는 모습은 이 책을 소화하는데 재미있는 요소가 되어준다. 이불 위에 책을 수십 권을 쌓아 놓아두어도 잔소리하지 않는 남자. 책을 읽는데 방해 안 하는 남자. 곁에서 같이 책 읽는 남자. 같이 서점에서 책을 고를 수 있는 남자. 꺄약, 나도 책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같이 좋아해 주는 사람이 가장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에 부럽기도 했다. 부록처럼 당인리 책발전소 책방지기 추천도서 100이 수록되어 있는데, 개인적 견해로는 독서를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이 참고해서 책을 선택하면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통해 탄탄대로일 거라 믿었던 아나운서의 길에 들어서자마자 왜 나에게만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 찾아온 것인지 한동안 많이도 억울했다는 저자의 진솔한 모습에 나는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우리나라 사자성어에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있다. 전화위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들어도 좋을 것 같았다. 나긋나긋한 필치를 지닌 그녀에게 있어 책의 의미와 존재를 나는 이 책에서 발견하고, 그 마음이 나에게까지 고스란히 전해져 나는 오늘 마음의 온기를 듬뿍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