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이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
이미화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4월
평점 :

영화와 나의 거리를 좁히는 것 그러니까 당신과 나사이의 시차를 줄이는 것이 내가 영화를 보는 이유이며 영화 속으로 떠나는 여행이기도 하다.
영화를 볼 때처럼 이 책을 읽는 동안 당신이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 바란다. "
녹색 바탕에 낭만적인 옷을 입고 있는 이미화 저자의 <당신이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 책이다. 이 책은 여행 에세이로써 여행지에서 마주한 영화 속 순간과 풍경을 담고 있다. 저자가 서술하고 있는 문체는 마치 음악의 한 소절처럼 읽힌다. 단어로 표현하면 "낭만적인 문체"였다. 모든 인간은 가슴속에 울림을 주는 영화 한두 편 마음속에 지니고 살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어바웃 타임과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내 풍경속에서도 사는 영화들이다. 저자는 남들보다 조금 느릿한 아이였다. 스무 살이 지날 무렵 사람들과 자신 사이에 시차가 존재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남들과 다른 시간을 살아간다는 건 못 견디게 외로운 순간을 혼자 감당해햐 하는 일이기도 했으며 완벽하게 혼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영화를 들여다보는 일에는 촌스럽거나 늦었다는 말이 따라붙지 않았고, 그것들이 저자를 덜 외롭게 만들었다.

이 책에서 소개된 영화는 총 9편이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비포 선라이즈><비포 선셋><미드나잇 인 파리> <노팅 힐 ><어바웃 타임><클로저><원스><카모메 식당> 대중적으로도 우리에게 친숙한 영화들이다. 부모님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대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저자의 삶에는 물음표가 끼어들었다. 지금까지의 정돈된 인생을 내팽겨치고, 리스본행 열차에 뛰어오른 그레고리우스처럼 스스로 고고학자가 되어 자신도 알지 못했던 나를 찾아내기 위해 2015년 3월 그렇게 베틀린으로 떠난다. 단조로운 일상을 버리고 이해가 되지 않은 낯섦에 순응하기 시작했다.

리스본의 양경을 담기 위해 해가 질 때까지 골목투어를 하다 빨래가 걸려 있는 사람 사는 흔적으로 가득한 거리를 발견하게 된다. 일상적인 풍경은 저자가 떠나온 곳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발을 붙이고 살아 봄직한, 또 다른 삶의 가능성을 그려보게도 만들었다.

"정신 나간 소리처럼 들릴 수 있지만 말 안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 말 안 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서 너와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우린 뭔가 통하는 것 같아."
파리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우연히 만난 셀린과 제시는 쉴 새 없이 대화를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빠져든다. 저자 역시도 열차가 비엔나로 향하는 내내 누군가 말을 걸어오지 않을까 괜한 기대심에 턱을 빳빳이 세우고 책에 시선을 고정했다는 귀여운 작가님.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며 S가 보내준 사진을 넘겨 봤다. 주로 혼자 여행을 하기 때문에 내 사진이 거의 없던 다는 내 모습을 보고 조금 울컥해졌다. 어딘가에 집중하고 있는 나는 이런 표정을 하고, 친구 옆에선 이렇게 웃고 촬영을 하는 뒷모습을 이렇구나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지날 날들을 나 조차도 모르던 순간들을 선물 받은 기분이었다. 영화의 장면을 여행하는 일이 영영 만날 수 없는 누군가의 흔적을 좇는 것처럼 느껴져 문득문득 쓸쓸해지곤 했었다. 내 얼굴 한 장 없는 사진 파일을 정리하면서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수많은 엑스트라중 한 명이 된 기분이 들기도 했다. "

"영화처럼 살고 싶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무의미 건조한 삶이 아니라 영화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삶을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되고 싶은 건 없는 내 인생과 원하는 걸 척척 이루어가는 스크린 속 인생을 맞바꾸고 싶었다."
자신의 삶과 영화 속 주인공 삶을 바꾸고 싶었다는 저자는 지루하다는 말 뒤에 가려진 소소한 순간들을 외면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일상도 시가 되고 영화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여행을 통해 깨닫는다. 저자는 영화 속 그 장면 그 장소에서 카메라를 들었다. 그리고 영화 속 장면들을 곱씹어보고, 자신의 글을 써내려갔다. 우리는 자신의 삶을 불만족스럽게 여기면서도 자신의 울타리 변화를 두려워하며 현재의 자신의 삶을 안주하고 만다. 변화를 시도하러고 감행할 때 조금 더 성장한 나를 만날 수 있는 특권이 주어 지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지나간다. 따뜻한 봄날 길 위에서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자 이미화 저자의 한 층 성숙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 당신이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 리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