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낯선 고장에서 대학생활을 시작하려는 시나는 밥 딜런의 노래 <Blowin' in the wind>를 흥얼 거린 것을 인연으로 가와사키라는 이웃과 사귀게 된다. 가와사키는 스스럼 없는 태도로 나를 대하더니, 대뜸 서점을 함께 습격하자고 제안한다. 그는 옆방의 옆방에 사는 외국인에게 '대사전'을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아무리 좋게 들어도 강도짓이었으므로 시나는 한동안 그의 계획이 얼토당토 않은 짓이며 함께 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 뒤 시나는 모델건을 들고 서점 뒷문을 발로 차며 'Blowin' in the wind'를 반복해서 부르게 된다. 잠시 뒤 가와사키가 서점에서 나왔고, 그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대사전'이 아니라 '대법전' 이었다.


2년 전, 부탄에서 온 도르지와 동물 병원에서 일하는 '나'는 한적한 공원에 놀러갔다가 동물들을 학대한 뒤 잔인하게 살해하는 혼성 3인조의 범행 내용을 엿듣게 된다. 주소가 적힌 지하철정기권을 분실하고, 이것을 범인들이 습득하여 사는 곳까지 노출되자 '나'와 도르지의 평범했던 삶은 한순간 망가지고 만다.


작가는 2년 전 일어난 이야기와 현재의 이야기를 차례대로 반복해서 들려준다. 2년 전 이야기가 동물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혼성 3인조 범인과 '나'의 간극이 좁혀지며 긴박감을 더하는 구조라면, 현재의 이야기는 왠지 태평스런 분위기다.

HIV 바이러스, 동물학대, 부탄과 불교의 윤회사상,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우는 것 등 몇 가지 키워드를 제시하며 전개되는 두 이야기가  결말에 이를 즈음에 하나의 슬픈 이야기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데, 그 때 어쩐지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가 들려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작가는 <골든 슬럼버>에서도 비틀즈의 노래 <골든 슬럼버> 를 테마로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그 이미지를 훌륭히 작품에 투영시켜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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