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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보스 문도스 ㅣ 밀리언셀러 클럽 62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식림>
150cm의 작은 키에 뚱한 외모의 미야모토 마키. 의약품과 화장품을 취급하는 '프랭탕'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동료 료코는 마키에게 고압적으로 굴었고, 사사키는 마키에게 "땀 냄새가 난다"며 면박을 주었다. 집에서도 괴롭기는 마찬가지였다. 부모님 집에 오빠 내외가 얹혀 살기 시작했는데, 슬슬 조카가 커감에 따라 마키의 방을 탐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마키는 어렸을 적 기억 하나를 떠올린다. 1984년, 마키는 윗집 사는 스즈키라는 여자를 따라가서 어떤 문장을 시키는 대로 읽은 기억이 났다. 과자회사 협박사건의 범인들이 돈을 놓아둘 장소를 마키에게 읽게하여 녹음한 뒤, 이를 과자회사에 들려주었다는 것을 깨달은 마키는 자신이 중요한 사건에 개입되었었다는 사실에 흥분한다.
그 뒤 마키의 태도가 변한다. 일터 동료들에게 받은 만큼 돌려줬고, 학창시절 자신을 놀렸던 동창에게 쏘아붙여주었다. 조카를 놀렸던 아이에게는 몰래 다가가 자신이 진짜 엄마라고 속삭여 아이를 공포에 떨게 만든다.
<루비>
노숙자면서 양복을 입고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도키오. 어느 날 루비라는 아가씨를 만난다. 그녀는 하룻밤 재워주는 댓가로 몸을 팔았다. 노숙자 그룹의 리더 이안이 루비와 자고 난 뒤 도키오의 차례가 왔다. 도키오는 루비가 노숙자들의 노리갯감이 되는 것은 안타깝다고 생각했다. 루비에게 도망치자고 제안한 다음 날, 루비는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는다. 노숙자들이 모여있는 자리로 가보니 루비는 태연하게 머리를 감고 있었다.
<괴물들의 야회>
여성지 작가 미네기시 사키코는 다구치 유사쿠라는 남자와 9년째 불륜중이다. 그는 아내를 버리고 사키코에게 오겠다고 했지만 그 약속을 번번히 어겼다.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사키코가 다구치의 집에 찾아가 모든 것을 폭로하며 뒤집어 놓는다. 하지만 정작 다쿠치의 식구들은 사키코에게 떠나 줄 것을 요구할 뿐, 큰 충격을 받는 것 같지는 않았다. 문전박대를 당한 뒤 누군가 다가와 "기분 풀렸어?"라고 묻는다. 다구치였다. 사키코는 그가 정말 자신이 9년 동안이나 사랑한 남자가 맞는지 의심이 들었다.
사키코는 남의 사생활에 관심이 많을 뿐 정작 그사람의 아픔에는 무관심한 루이코의 집에 찾아간다. 그녀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사키코는 목 메달아 자살한다.
<사랑의 섬>
야마모토 쓰루코, 요시에, 나오코 세 여자는 매년 타이뻬이, 서울, 상하이 등지를 골라 여행을 다니고 있다. 어느 날, 세 명의 여자가 진실게임을 한다.
먼저 나오코가 자신은 아버지에게 강간당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를 좋아했었다며 피학적인 성향을 드러낸다. 다음으로 요시에는 자신이 레즈비언적 성향이 있음을 고백한다.
쓰루코는 어떤 섬에 대해 이야기한다. 많은 돈을 주지만 하룻밤은 성노예로 전락하는 섬에 대해. 나오코와 요시에는 이를 농담으로 받아들인다. 쓰루코는 올해도 해외여행 경비를 위해 섬에 가야겠다고 생각한다.
<부도의 숲>
아이코는 유명한 소설가 기타무라 게이치로의 딸이다. 기타무라는 자유분방한 성격이었다. 그런 아버지와 헤어진 어머니가 시인 아카기 쇼키치와 재혼한다.
기타무라 게이치로가 죽자 출판사에서는 아이코에게 회고담을 쓰도록 권유한다. 중요한 문학사적 자료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이코는 회고록을 쓸 생각이 없었다.
어느 날, 자신의 나이가 어느새 어머니가 이혼하던 시기의 나이라는 것을 깨달은 아이코는 주위 어른들이 자신에게서 무엇을 보고 있었는지를 겨우 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독동>
절에서 어머니와 계부, 남동생과 살고 있는 게사코는 가족들이 싫었다. 특히 계부는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자신을 괴롭힌다고 생각했다. 게사코는 절에 독초를 심었다. 그 독초로 무엇을 할 생각이라기 보다는 심는 것 만으로도 분이 풀리는 것 같은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추레한 남자가 아이를 데리고 나타난다. 그 남자는 게사코가 독초를 심은 이유를 알 것 같다며 돈을 주면 아이를 빌려주겠다고 제안한다. 아이가 울면 주변에 있는 사람이 반드시 죽는다고 했다.
게사코는 아이를 빌린다. 계부가 멀리서 다가오자 아이만 두고 자리를 뜨자 곧 아이가 울었다. 아이에게 다가서던 계부가 즉사한다. 아이를 다시 아버지에게 데려가려던 게사코는 아이가 잘 따라오지 않자 위협한다. 아이가 울어버린다.
<암보스 문도스>
초등학교 여교사 하마사키는 교감과 불륜 관계이다. 그들은 여름방학을 맞아 몰래 쿠바의 <암보스 문도스> 호텔로 여행을 떠난다. 새롭고 낡은 세계, 즉 양쪽의 세계를 뜻하는 이름이었다. 그런데 그 사이 하마사키 반의 한 아이들이 산에 놀러갔다가 한 아이가 실족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난다. 귀국 날 그들의 불륜이 폭로되고, 교감은 사표를 낸 뒤 자살하고 만다. 하마사키는 사고에 부자연스러운 면이 있다고 생각하고 조사를 한다.
죽은 아이가 살해된건지, 아니면 실족한 아이의 구조를 일부러 지연시켜 죽게 만든건지, 그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실종사건을 일으켜 이목을 집중시킨 뒤 자신과 교감의 불륜을 폭로하려 한건지 확실한 것은 알 수 없었다. 그때의 아이들은 중학교에 진학한 뒤, 5학년 때 느꼈던 흥분 따위는 잊어버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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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이면 아이가 발레를 배우러 홈플러스 문화센터에 간다. 한 시간 배우는 건데도 꽤 좋아한다. 그러면 나는 그 시간 동안 서점에서 느긋하게 책을 고를 수 있다. 평화로운 시간이다. 보통은 두 권씩 책을 사는데 한권은 미스터리책, 한권은 순수문학책, 이렇게 산다. 이 책도 그때 산 책이다.
작가 기리노 나쓰오는 에도가와 란포 상과 일본 추리 작가 협회 상, 나오키 상을 수상한 작가로 여성의 섬세한 심리묘사가 빼어난 작가다. <암보스 문도스>는 미스터리와 기담, 우화가 섞인 소설집으로 밤에 자기 전에 한 두편씩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