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 선우휘 단편선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25
선우휘 지음, 이익성 책임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선우휘는 1921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났다. 정주는 이광수, 김억, 김소월, 백석 등 다수의 문인들이 태어난 곳으로 선우휘 역시 자기가 태어난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깊었다고 한다.

1943년 경성사범학교 본과를 졸업하고 고향에서 교편을 잡았던 선우휘는 1946년 2월에 월남한 뒤 조선일보 사회부 기자, 인천중학교 교사 등을 거쳐 한국전에 소위로 참전하게 된다.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 대령까지 이른 선우휘는 그즈음 단편소설을 틈틈이 쓰다가 1955년 <신세계>에 <귀신>으로 등단한다. <불꽃>이 <문학예술> 신인상과 제2회 동인문학상을 동시에 수상한 1957년, 군을 전역한 선우휘는 1959년 한국일보 논설위원을 시작으로 다시 언론계 활동을 시작한다. 이후 조선일보 논설위원, 한국방송심의회 위원장 등을 두루 역임하다가 1986년 정년 퇴임 직후 뇌일혈로 타계한다.


작가는 우리 현대사의 고단한 국면들을 잘 피해 많이 누리다 세상을 떴다. 일제시대 말기에 사범학교를 졸업했고, 참전 후 불과 8년만에 대령까지 진급했으며, 주요 언론사 주필을 두루 거쳤다. 그 시기 지배자는 일본제국주의자,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이었고 작가가 그런 지배자들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취했는지는 그가 거쳐간 자리들이 말해주는 것 처럼 철저히 순종적이었다. 딱 한번 의도치 않게 리영희 선생과 연관되어 일주일간 곤란을 겪었을 뿐, 그마저도 그의 순탄한 인생을 더욱 강조해주기 위한 하나의 에피소드였을 뿐이다.


그러므로, <불꽃>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 선우휘는 작품 곳곳에서 좌익에 대한 신경질적인 경멸을 드러내는 한편, 우익에 대한 눈뜬 봉사 행세를 한다. 그의 작품에서 좌익지도자들은 어린애들을 죽음으로 꼬여내는 악귀이자 애인을 미군에게 바치는 오쟁이진 남편이고, 여자들은 정조를 모르는 창녀이다.

남한 위정자들의 부정과 폭력에는 철저히 함구하는 그가 주로 도피하는 피난처는 바로 '휴머니즘' 이다. 휴머니즘은 매우 자주, 양비론을 내세우며 위정자 편을 드는 자들이 즐겨 쓰는 전가의 보도였다.


책에는 우익 테러리스트의 이야기를 다룬 <테러리스트>, 독립운동을 하다 사망한 아버지와 오직 일신의 안위만이 중요한 할아버지를 둔 고현이 공산주의자가 된 친구에 반발해 행동에 나선다는 내용의 <불꽃>, 자신을 고문했던 자를 손님으로 맞는 이발사의 이야기 <거울>, 오리를 풀어 키울 공간을 할애받기 위해 계급장을 들이밀지만 결국 실향민들끼리 서정적인 노래를 부르게 되는 <오리와 계급장>, 남한병사와 북한병사가 극한 상황에서 화해하지만 중공군이 들이닥쳐 물거품이 되는 <단독강화>, 공산주의자들의 표리부동한 모습에 테러로 응대한다는 작위적인 내용의 <깃발없는 기수>, 고향이 그리워 고향과 꼭 닮은 곳에 집을 짓는 실향민의 이야기 <망향>이 실려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