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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ㅣ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평점 :
소설은 <바퀴벌레>처럼 자국민이 사망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헤리 홀레가 오스트레일리아로 가면서 시작된다.
방송국에 출연하기도 했던 노르웨이 여성 잉게르 홀테르는 호주의 절벽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는데, 그녀는 강간당한 뒤 목졸려 죽은 것으로 추정되었다. 호주 정부는 실업률이 10%가 넘는 경제 상황에서 살인사건이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관광수입이 줄어들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수사에 전폭적인 협조를 보냈고, 앤드류 켄싱턴이라는 유능한 애버리진 출신 수사관도 붙여준다.
수사를 시작하자 용의자들이 속속 튀어나오는데 그녀가 일했던 술집에서 추근댔던 매니저 알렉스, 최근 사귄 남자친구이자 마약상 에반스 화이트, 그리고 성기노출로 검거된 적이 있는 집주인 로버트슨 등이 유력했다. 하지만 모두들 그럴싸한 알리바이가 있었다.
수사가 지지부진해지던 시점에 오토 레흐트나겔이라는 게이 광대가 토막난 시체로 발견되고, 그와 연관이 있었던 파트너 앤드류가 목메달아 자살하고 만다. 절망에 빠진 해리 홀레는 술에 손을 대고 창녀와 잠자리를 갖는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비르기타가 목격하자 해리는 절망에 빠지고 만다.
하지만 앤드류가 자살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확신이 해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오스트레일리아 경찰서의 동료들과 함께 범인에게 한발 한발 다가간다.
작가 요 네스뵈는 1990년대 중반까지 증권 중개인으로 일하는 한편, 1992년에 결성된 5인조 Pop Rock Band인 Di Derre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아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다 소설을 쓰기로 결심하고 오스트레일리아에서 6개월간 체류한 뒤 발표한 데뷔작이 바로 <박쥐>이며, 유리열쇠상과 리버튼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박쥐>의 훌륭한 점은 처녀작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힘이 탄탄하고, 오스트레일리아 애버리진의 역사와 신화가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다는 점이다.
역자 문희경의 해설을 보면 1910년에서 1970년대까지 호주 연방정부는 백인의 피가 섞인 아이들을 미개한 원주민(애버리진) 가정에서 구출해 문명화시킨다는 명목으로 '원주민 복지법령'에 의거하여 '합법적으로' 부모에게서 강제 격리시켰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멀쩡한 가정을 두고 고아가 된 아동이 10만 명에 달했고, 이들을 '도둑맞은 세대'라고 불렀다. 1997년 호주 정부는 'Bring Them Home'이라는 '도둑맞은 세대 특별위원회 보고서'라는 것을 발표하지만, 정식 사과나 보상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앤드류 켄싱턴이 바로 '도둑맞은 세대' 이다.
한편, 소설이 아쉬운 점은 역시 작가의 다른 소설들처럼 '수수께끼 풀이' 부분이 빈약하다는 점이다. 물론 작가가 범인을 밝혀내는 데 역점을 두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역시 범인이 밝혀졌을 때 '아!' 하는 감탄사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미스터리 계열의 소설로 분류되는 이상 아쉬운 점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