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2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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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방콕의 사창가에서 주태국 노르웨이 대사 아틀레 몰네스가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대사는 샛노란 재킷을 입고 있었는데, 등 한가운데는 손잡이가 푸른색 유리로 장식된 칼이 꼽혀 있었다. 노르웨이 외무부 국장 닥핀 토르후스는 해리 홀레를 태국으로 파견해 달라고 경찰에 요청한다. 사안이 민감하기 때문에 팀을 꾸려선 안되고, 해리 혼자만 수사에 참여해야 한다는 토르후스의 주장에 경찰도 이의가 없었다.

한창 알콜 중독에 빠져 정신 못차리던 홀레가 약간의 마찰을 빚은 끝에 태국으로 파견되고, 그곳에서 현지 경찰들과 팀을 꾸린다. 큰 체구에, 대머리이며, 미국인 혼혈 리즈 크럼리 경위와 그녀의 팀원들이 해리를 돕는다.

해리는 여러가지 의문사항을 조사하지만 각각의 사실들이 하나의 일관된 줄거리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첫째, 대사의 가방에서 어린아이가 어른에게 성적 남용을 당하는 사진이 발견된다. 그는 소아성애자였을까? 하지만 대사의 딸 루나에 따르면 대사는 동성애자였던 것 같다. 그렇다면 대사는 누군가를 협박하기 위해 그 사진을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둘째, 대사가 타고다니던 차량에서 약을 담았던 것으로 보이는 캡슐이 발견된다. 현지 경찰은 엑스터시인 것 같다고 말하지만 해리는 그것이 천식약임을 알아본다. 대사관저에서 미모의 비서 아오가 천식약을 먹는 것을 본 해리는 대사와 그녀의 관계를 의심한다. 하지만 그녀는 산펫이라는 늙은 운전기사와 불륜관계였다.


셋째, 대사의 등 한복판에 꼽힌 칼은 보통 버마쪽에서 두 자루 한 쌍으로 만들어지는 칼인데 칼날에서 순록 기름이 검출된다. 범인은 노르웨이 인일 수도 있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었다.


넷째, 산펫에 따르면 대사는 최근 경마도박으로 10만 달러를 잃었고, 빚에 쪼들려 사채업자를 찾아갔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사의 집안은 막대한 부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왜 대사는 겨우 10만달러를 해결하지 못해서 쩔쩔 맸을까? 그리고 사채업자를 찾아가자 다짜고짜 폭력을 행사하는 거구의 중국인 우의 정체는 무엇일까?


산발전으로 제기되는 단서들을 추적하던 해리는 바클레이스 타일랜드 지사의 유능한 중개인 옌스 브레케의 진술이 주차장 CCTV 증거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는 대사의 부인 힐데 몰네스와 불륜관계였기 때문에 동기도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얼마 뒤, 주차장을 관리하던 짐 러브라는 사내가 살해당하고, CCTV가 조작되었음이 밝혀져 옌스 브레케는 혐의를 벗는다. 그리고 새로이 등장한 용의자는 오베 클리프라 라는 노르웨이 출신 건설업자였다.

어린아이를 성적으로 남용하는 사진의 주인이 오베 클리프라일수도 있다는 많은 증거들이 나오고, 한쌍으로 제조된 칼의 나머지 하나가 그의 집에서 발견된다. 그 시점에 루나가 납치되고, 부랴부랴 오베 클리프라의 은신처를 찾아간 해리는 너무 늦었음을 깨닫는다. 루나는 납치된 직후 살해된 것 같았고, 오베 클리프라의 머리에도 총알 구멍이 나 있었다.

오베 클리프라가 경찰의 포위망이 조여오자 자살한 것으로 결론나려는 찰나, 해리는 오베의 손이 루나의 머리카락 밑에 있음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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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는 해리 홀레 시리즈의 두번째 소설로, 우리나라에는 2016년에 소개되었지만 노르웨이에서 발표된 해는 1998년이다. 해리 홀레가 알콜 중독으로 정신 못 차리고 있고, 비아르네 묄레르는 이제 막 PAS(경찰간부)로 승진했다.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레이먼드 챈들러나 더실 해밋 풍의 하드보일드 색채를 띠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수수께끼 풀이의 정교함이 오히려 묻히는 분위기다. 소설 중반부터 꾸준히 복선을 깔고 논리구조를 쌓아가다가 마지막에 빵 터뜨리며 한바탕 카타르시스를 맛보여줘도 될 법 하건만, 해리는 너무나 과묵하고 스타일리쉬하다. 그러다보니 자신이 추리한 바를 중간중간 독자에게 얘기해주지도 않고 꿍하니 안고만 있다가 맨 나중에 '다 알고 있었던 것 같다'는 식으로 풀어내니, 독자 입장에서는 '어... 이런 얘기가 있었던가?' 하며 앞장을 뒤적이게 된다. 아직 작가의 초기작이라서 다소 거친 면이 느껴진다.

 

소설의 범인은 동기가 제일 많은 사람이고, 작가가 가장 공을 들이는 곳도 범인을 감추는 부분이다.


집에 에어컨이 없어 푹푹 찐다. 북유럽 소설을 읽으면 잠시나마 한기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젠장, 소설의 배경이 태국이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읽었다.

 

http://blog.naver.com/rainsky94/221054495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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