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사라진 소녀들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서유리 옮김 / 뿔(웅진) / 2011년 10월
평점 :
판매중지


장애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보호 시설인 헬레넨슈티프트에서 소녀가 사라진다. 소녀의 이름은 사라였고, 시각장애인이었다. 그녀가 혼자서 시설을 나갔을 가능성은 매우 작았다. 누군가에 의해 납치당한 것이 분명했다.

프란치스카 고틀로프 형사는 과거 유사한 사건이 있었는지 조사하다가 10년 전, 지나라는 이름의 소녀가 사라진 사건에 주목한다. 그 소녀 역시 시각장애인이었다.


10년 전, 막스 웅게마흐는 친구들과 축구하며 어울리기 좋아하는 소년이었다. 하지만 앞을 못 보는 여동생 지나 때문에 막스는 집 밖에 거의 나가지 못했다. 막스의 아버지는 매일 술에 취해 있었고, 어머니는 직장에서 돌아오면 피곤해서 아무것도 하려 들지 않았다. 그래서 지나를 돌보는 것은 온전히 막스의 몫이었다.

어느 날, 사려 깊은 지나가 막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두 시간 정도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을테니 조용히 집을 빠져나가 축구를 하고 돌아오라는 것이었다. 막스는 지나의 말대로 축구를 하러 갔고, 돌아와 보니 지나는 사라지고 없었다.

부모님은 막스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며 비난했고, 막스는 죄책감과 분노로 얼룩진 청소년기를 보낸다. 그리고 자신의 분노를 쏟아부을 운동, 복싱을 접한 뒤 미친듯이 훈련하여 유럽 챔피언의 자리에까지 오른다. 그리고 지나의 사건은 그의 머리 속에서 천천히 지워지는 듯 했다. 프란치스카 고틀로프 형사가 막스 웅게마흐에게 10년 전 사건에 대해 질문하기 전까지는.


유력한 용의자가 몇 명 나타난다. 미성년자 성폭행 전과가 있는 운전사 데틀레프 퀼, 그리고 여자아이들이 샤워하는 모습을 훔쳐보다 쫓겨난 생선 납품업자 빌켄스.

하지만 진짜 범인은 애완동물 상점을 운영하는 자였는데, 그는 삼촌에게 물려받은 레스토랑을 거대한 밀림으로 개조해 그곳에 앞을 못 보는 소녀를 납치해 놓고 '사냥'하는 데서 쾌감을 느끼는 에두아르트라는 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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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면에서 허술한 작품이다.

먼저 등장인물들의 형상화가 부족해서 뚜렷한 개성이 없다. 세 명의 용의자를 떠올려보면 키가 크다거나, 배가 나왔다거나 하는 인상과 찌질한 성격이었다는 정도의 기억만 남는다.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렉터를 떠올려 보라!)

그렇다고, 주인공들은 다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막스 웅게마흐는 덩치 큰 복서이자 참을성과 계획성이 부족한 인물로 주인공이기 때문에 선점하는 매력 이상을 어필하지 못하고, 프란치스카 고틀로프 형사 역시 키가 크고... 그리고... 키가 크다.  그냥 부주의하게 범인의 함정에 빠져서 거미에 물리는 여자로, 사건 해결에 큰 기여도 하지 못한다.

각각의 용의자들도 그저 기계적으로 배치될 뿐 사건에 유기적으로 녹아들어 스토리를 끌어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주인공들의 적극적인 노력의 결과 진범이 밝혀지는 것도 아니다. 서술 트릭을 써서 두 명의 용의자로 변죽을 울리긴 하는데, 독자는 그들이 당연히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왜냐면 소설이 아직 반도 지나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빙켈만은 그냥 중반부터 범인이 누구라고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그 뒤부터는 두 명의 용의자들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작가는 심리적인 면에 좀 더 천착하여 긴장감을 주어야 했다. 그러나 그 부분은 이미 로버트 블록이 <싸이코>를 통해 다 써먹었다. 누군가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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