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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를 봤다 ㅣ 작가정신 소설향 8
성석제 지음 / 작가정신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 소설가의 시답잖은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거짓말 같기도 하고 참말 같기도 한 짤막한 에피소드가 변주를 거듭하며 연달아 나오는데, 각각의 이야기는 얼핏보면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 같지만 또 자세히 들여다 보면 우리네 사는 이야기가 그렇듯 긴밀한 연관을 갖고 있다.
각각의 에피소드에 나오는 인물들은 저마다 사기성이 엿보이는 사업에 뛰어들거나, 그런 일들과 본의 아니게 연관 되어 실패를 맛보는데, 그 과정이 희극적인 요소를 담고 있어 실소를 금치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작품 중 재미난 부분이 있어 옮겨 적어 본다.
불교에서 나와서 세속에서 다른 뜻으로 쓰이는 말은 꽤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판사판이다. 이판理判은 세속을 떠나 도를 닦는 일이고 사판事判은 절의 재산을 관리하고 맡아 처리하는 일인데 이 두 일을 하는 사람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맞서면 '막다른 데에 이르러 더는 어찌할 수 없게 된 판'이 된다. 이럴 때 한 수 가르쳐서 정리를 할 수 있는 고승 아사리가 나서야 하는데, 그랬는데도 수습이 되지 않는 어지러운 판이 아사리판이다... 어지러운 정도의 우열을 표시하면 이판사판<아사리판<=난장판<개판이 된다. 난장판과 개판 사이에는 '개판 5분 전'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입담이 바로 성석제 소설이 주는 감칠맛이다. 최근에 성석제의 소설을 여러 권 샀다. 이문구 이후로 전성태와 성석제가 나에게 소설읽는 즐거움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