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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ㅣ 환상문학전집 11
필립 K. 딕 지음, 이선주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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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21년. 지구는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다. 방사능 낙진이 끊임 없이 떨어져 내렸고, 살아남은 자들은 방진복을 입고서야 겨우 바깥 출입을 할 수 있었다. 생존자들은 대부분 화성으로 이주를 하였기 때문에 지구에 남은 사람들은 아주 소수였다.
화성으로 이주하는 것은 여러모로 조건이 좋았다. 특히 인간과 거의 비슷한 형태의 안드로이드를 노예처럼 부릴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인 조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를 고집하는 사람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삶을 꾸려 나갔다. 지구에 남은 사람들은 '펜필드 기분 전환기'를 이용하여 기분을 인위적으로 조작했다. 그리고 윌버 머서가 창안한 '머서주의'를 통해 공감 능력을 확인하며 인간임을 자위했다.
그들이 여가를 보내는 방법은 끊임 없이 TV에서 나오는 <버스터 프렌들리와 즐거운 친구들>을 보는 것과, 동물을 키우는 것이었다. 핵전쟁으로 대부분의 동물이 멸종 되었기 때문에 살아 있는 동물을 키우는 것은 매우 호사스러운 취미였다. 이런 취미를 영위할 만한 돈이 없는 사람들은 전기 동물을 키웠는데, 릭 데커드와 아내 아이란 역시 이런 부류에 속했다. 릭은 자신의 전기양을 몹시 부끄러워 했다. 그는 가능한 큰 동물을 키우고 싶었다. 이미 멸종된 동물, 이를테면 올빼미 같은 동물도 간절히 원했다. 하지만 그의 직업은 인간인 척 하는 안드로이드를 처치하는 현상금 사냥꾼이었고, 이는 곧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지 못함을 의미했다.
그러던 중, 경찰서의 수석 사냥꾼 데이브가 화성에서 탈출한 '넥서스-6' 모델의 안드로이드에게 광선총을 맞고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일어난다. 릭 데커드는 데이브가 처치하기로 했던 6명의 안드로이드 명단을 인수 받는다. 이 안드로이드들을 모두 헤치운다면 염소와 같이 큰 동물을 구입할 수도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를 제거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과거의 로봇과 같이 외형상 구분이 가는 것도 아니었고, 지능 또한 인간에 버금갔다. 게다가 안드로이드와 인간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보이드-캄프' 테스트를 시행해야 했는데, 안드로이드가 이 테스트에 순순히 응해줄 지도 의문이었다.
릭 데커드는 먼저 '넥서스-6'를 만들어낸 시에틀의 로젠 연합으로 간다. 로젠 연합은 가족 회사였는데, 소유주 엘던은 '넥서스-6'와 인간을 구별하는 '보이그트-캄프' 테스트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릭은 발끈하여 엘던의 조카 레이첼에게 '보이그트-캄프' 테스트를 시행하고, 그 결과 안드로이드 반응을 얻어낸다.
하지만 엘던은 '보이그트-캄프' 테스트는 지구에서 인간으로 살아가며 충분한 사회적 훈련을 받은 인간에게나 통용될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레이첼은 셀렌더 3호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책과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교육 받았기 때문에 '보이그트-캄프' 테스트 결과는 안드로이드로 판정 되겠지만 분명한 인간임을 주장한다. 릭은 '보이그트-캄프' 테스트가 무효화 되었음에 당황한다. 하지만 레이첼에게 또 다른 질문을 던짐으로써 엘던과 레이첼이 '보이그트-캄프' 테스트를 무력화하기 위하여 수를 쓴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이제 릭은 화성에서 지구로 와서 러시아 경찰로 위장한 카달리, 쓰레기 처리업체에서 근무하는 폴로코프, 오페라 가수로 잠입한 루바 루프트 등을 차례로 제거하며 현상금을 차곡차곡 쓸어 담는다. 그리고 대담하게도 가짜 경찰서 건물을 운영하는 안드로이드 까지 제거한 뒤 최후의 안드로이드 세 기를 추적한다. 하지만 안드로이드를 제거하면서 릭은 끊임없이 혼란과 공허함에 사로 잡혀 극도의 피곤을 느낀다. 과연 안드로이드는 제거해도 마땅한 대상인가. 인위적인 테스트가 없다면, 아니 인위적인 테스트로도 구별하기 어려운 그들은 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마구 살상해도 되는가. 이런 혼란의 와중에 릭은 레이첼과 성관계를 맺게 되고, 레이첼이 안드로이드 살상을 멈추게 하기 위해 릭을 유혹했음을 깨닫는다.
결국 릭은 안드로이드를 모두 찾아내어 제거하지만 현상금을 탈탈 털어 산 염소는 레이첼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머서주의는 희대의 사기극이었음이 드러난다. 릭이 황무지에서 발견한 멸종된 두꺼비는 전기 두꺼비에 불과했음이 드러나고, 아이린은 릭을 위해 전기 두꺼비의 먹이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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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으로 잘 알려졌지만, 사실 <블레이드 러너>는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의 아주 일부분을 반영하여 리들리 스콧 식으로 해석한 영화이다. 영화는 안드로이드가 '공포 속에서 사는 기분이 어때? 그게 바로 노예의 기분이야' 라고 말하게 하고, 안드로이드가 죽어갈 때 비둘기가 날아가게 설정한다.
원작은 이보다는 릭 데커드의 혼란에 초점을 맞춘다. 릭은 안드로이드를 '제거' 하면서 '보이그트-캄프' 테스트를 기준으로 삼는다. 그러나 이 테스트는 잠시이긴 하지만 엘던에게 무력화된 적이 있다. 게다가 그 이전에 쓰던 테스트 들은 최신형인 '넥서스-6'와 인간을 구별해내지 못한다. 또한, 정신연령이 떨어지는 자들에게는 효과가 없었다.
인간은 자신들이 안드로이드와 구분되는 또 다른 특징으로 '머서주의' 체험의 융합을 꼽지만, 사실 머서와 인간이 공유하는 감정 역시 헐리우드 무대 세트에서 조잡하게 찍힌 영화의 한 장면의 모사에 불과했다는 것이 드러난다.
이로써 감정을 갖고 있는 안드로이드는 인간이나 다름 없으며 이를 구분하는 노력이 도리어 인간성의 파괴를 불러온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한다. 2021년은 이제 겨우 5년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