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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1 ㅣ 밀레니엄 (뿔)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소송이 종결되고 <밀레니엄>誌의 기자 미카엘 블롬크비스트가 유죄 판결을 받는다. 죄목은 금융인 한스에리크 베네스트룀에 대한 명예훼손죄로 징역 3개월에 배상금은 15만 크로나였다.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항소를 포기한다. 가망이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베네스트룀의 비리를 알려준 것은 고등학교 동창 로베르트 린드베리였다. 그는 90년대에 상업은행에서 일했는데 SIB 프로그램에 대한 조사를 맡은 적이 있었다. SIB는 몰락한 동구 공산권 국가에 투자하는 프로그램이었다. 92년도에 베네스트룀은 SIB를 통해 6,000만 크로나를 지원 받는다.
그는 동구권에 박스를 만드는 공장을 설립해서 운영한 것으로 되어 있었는데 93년까지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돌연 94년도에 이 회사가 파산한다. 베네스트룀은 관련 서류가 모두 갖춰 보고했으므로 면책 된다. 그런데 로베르트 린드베리가 실사를 나가 조사한 결과 기껏해야 100만 크로나 정도만 실제 사용되었고 나머지는 모두 증발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사실을 바탕으로 블롬크비스트는 또 다른 정보를 입수해 기사를 쓴다. 증거를 댈 수 없는 어떤 문제에 대해 기사를 썼다는 사실은 나중에야 알게 된다.
블롬크비스트는 <밀레니엄>에 피해를 입히고 싶지 않았기에 징역을 살기 전 회사에서 자발적으로 퇴사한다. 그리고 전화를 한 통 받는다.
전화를 건 사람은 디르크 프로데라는 변호사였다. 그는 자신이 헨리크 방예르의 대리인이라고 밝힌다. 헨리크 방예르는 목재, 광산, 강철, 금속, 섬유분야를 망라하는 방예르 그룹의 전회장이었다. 현재는 과거에 비해 조금 쇠퇴했지만 여전히 재계에서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이었다.
블롬크비스트는 헨리크 방예르를 만나기 위해 헤데스타드에 연결된 헤데뷔라는 섬으로 간다.
헨리크 방예르는 자신이 두 가지 일을 의뢰하고 싶다고 말한다. 하나는 방예르 가문의 연대기를 써달라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수수께끼를 풀어 달라는 것이었는데 내용이 기묘했다.
헨리크 방예르의 형 리샤르드는 광신적인 민족주의자에 반유대주의자였다. 그는 스웨덴판 나치에 가담했다. 1927년 고트프리드가 태어나는데, 리샤르드는 그를 몹시 학대한다. 1940년에 리샤르드가 죽는다. 그리고 그 해에 고트프리드는 이사벨라 쾨니히를 만나 결혼한다. 1948년에 장남 마르틴을, 1950년에 하리에트를 낳는다.
하지만 고트프리드와 이사벨라는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 1958년 즈음 고트프리드는 알코올 중독자였고, 이사벨라는 아이들에게 있으나 마나 한 존재였다. 헨리크가 마르틴과 하리에트를 자택으로 데려와 돌본다. 그리고 수수께끼의 사건이 발생한다.
1966년, 하리에트가 열여섯살던 해의 어느 토요일, 방예르 가문이 모여 사업을 논의하기로 한 날이었다. 그날은 헤데스타드에서 축제가 있던 날이기도 했다. 오후 2시 15분경, 헤데스타드와 헤데뷔를 연결하는 다리에 유조차가 전복되는 사고가 일어난다. 이로 인해 다리가 24시간 동안 막혀 섬과 육지가 분리된다. 하리에트는 사고 직전 섬에 도착했는데, 그녀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것은 2시 55분경 목사 오토 팔크에 의해서였다. 그리고 저녁 8시경, 가족들이 그녀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건 현장에서 신문기자들이 사진을 많이 찍었기 때문에 이를 참고로 조사를 했는데 그녀의 방문이 3시 40분에서 45분경 열렸다는 사실만 추가로 밝혀졌을 뿐이었다.
그녀가 실종된 다음 해부터 헨리크 방예르의 생일인 11월 1일자에 매년 압화가 배달된다. 압화는 하리에트가 헨리크에게 생일 선물로 주었던 것이었다. 누군가 하리에트를 살해한 뒤 그를 미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압화를 보내는 것이 분명했다. 헨리크는 갖은 수단을 동원하여 압화를 보낸 사람을 찾으려 했지만 아무런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 후로 36년간 압화는 매년 배달되어 오고 있다.
헨리크 방예르는 블롬크비스트가 사건을 완전히 해결한다면 500만 크로나(한화 약 6억 5천만원)를 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리고, 한스에리크 베네스트룀이 사기꾼임을 증명할 증거 역시 덤으로 주겠다고 말한다. 블롬크비스트는 제안을 받아 들인다. <밀레니엄>은 베네스트룀의 공격으로 광고주를 잃었고, 베네스트룀의 오랜 애인이자 사주 에리카 베르예르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블롬크비스트는 헨리크 방예르의 또 다른 괴팍한 형인 하랄드와 그의 딸 세실리아와 아니타, 마르틴 방예르 등을 만나거나 조사하고, 사진과 수사 자료 등을 차분히 검토한다. 그러다가 하리에트가 실종 2년 전부터 종교에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과 짤막한 메모를 발견한다. 메모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Magda = 32016
Sara = 32109
RJ = 30112
RL = 32027
Mari = 32018
일부는 전화번호였지만 일부는 전혀 맞지 않았다. 그 즈음 블롬크비스트는 세실리아와 육체관계를 갖기 시작한다. 조사는 6개월째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조사에 새로운 서광이 비치기 시작한다.
그것은 블롬크비스트가 사진을 조사하면서 이질감을 느끼면서였다. 하리에트가 헤데스타드의 축제에서 무언가를 쳐다보며 겁먹은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블롬크비스트는 실종사건의 실마리가 이 사진에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품는다. 그래서 블롬크비스트는 <헤데스타드 신보>를 찾아가 그날 찍힌 더 많은 사진을 열람하여 또 다른 힌트를 얻는다.
하나는 하리에트방예르 방의 창문에 비친 흐릿한 실루엣이었다. 그 실루엣은 세실리아 방예르 같았다. 다른 하나는 하리에트 방예르가 겁먹은 대상을 사진 찍고 있는 연인을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힌트는 블롬크비스트의 딸이 주는데, 이상한 메모가 성서의 구절이라는 것이었다. 다시 메모를 해석하자면 3은 모세 5경 중 3번째인 레위기를 말하는 것이었고, 2016은 20장 16절을 말하는 것이었다.
블롬크비스트는 자신의 조사를 도와줄 요원이 필요하다고 디르크 프로데에게 요청하고, 리스베트 살란데르라는 아가씨를 소개 받는다.
크로아티아 출신의 드라만 아르만스키가 운영하는 밀턴 시큐리티는 개인 조사를 병행하는 보안 전문업체였다.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이 회사에 근무하고 있었다. 그녀는 온 몸에 문신과 피어싱을 하고 새까만 루즈를 칠하고 다녔다. 그를 소개한 홀예르 팔름그랜 변호사는 그녀가 "행동에는 약간 문제가 있지만 통찰력이 있는 아가씨"라고 아르만스키에게 소개했다. 아르만스키는 그녀가 조사해 오는 자료의 질이 A급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그녀를 프리랜서로 채용한다. 그녀는 정상적인 근무시간표와 작업 방식을 완전히 무시했기 때문에 그런 방식 말고는 채용이 곤란했던 것이다.
블롬크비스트는 그녀가 자신에 대해 조사한 보고서를 읽고, 그녀가 해커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곧 메모의 의미를 조사해 온다. 그 조사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그녀는 연쇄살인이 성경 구절에 따라 일어났음을 알아내었는데 최소 8건에 1949년부터 1966년까지 이어졌다.
조사 과정에서 블롬크비스트와 리스베트는 가까워져 잠자리를 같이 하게 된다. 그리고 다음 날, 리스베트가 블롬크비스트의 방문을 나서는 순간, 고양이 시체를 발견한다. 고양이의 네 다리와 머리, 그리고 가죽이 분리된 상태였고 내장은 온통 헤쳐져 있었다. 50년 전의 범인이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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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째 매년 11월 1일이 되면 압화가 들어있는 액자가 배달되지만, 정작 그 압화를 최초로 선물한 조카는 실종되었다는 설정으로 시작되는 소설은 매우 정교한 구성으로 다양한 사건을 직조한 것이 특징이다. 여름 휴가가 7월 25일부터 29일까지였는데 경포대, 속초, 평창을 돌아다니면서 소설을 읽었고, 읽는 동안은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그런데 다 읽은 다음날부터 이틀을 꼬박 앓았다. 평창 수련원에 누워서 이불을 두 개나 덮고 덜덜 떨었다. 정말 오랜만에 그렇게 아파본 것 같다.
총 10부작을 목표로 쓰기 시작했다는 밀레니엄 시리즈는 그러나 작가가 3부작의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고 책이 출간되기 6개월 전에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사망하고 만다. 자본으로부터 독립되어 정의로운 언론으로 남고 싶어하는 <밀레니엄>의 기자와, 다소 사회성이 부족한 천재 해커의 조합도 나쁘지 않은 조합이다.
다만 해커는 미스터리 소설에서 일종의 치트키와 같다. 해커는 금지된 공간을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는 사람이므로 입수하기 곤란한 증거나 자료를 이 '해커'를 통해 입수하는 것은 일종의 반칙이다. 실제로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에서도 해결하기 어려운 많은 문제가 '해킹'을 통해서 풀린다.
헨리크 방예르의 사진을 더 조사하던 중, 하리에트가 보고 놀란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진다. 바로 마르틴 방예르였다. 고트프리드가 1949년부터 1965년까지, 그리고 1966년부터 그의 아들 마르틴이 이어받아 연쇄살인을 저질러 왔다. 하리에트는 이 부자로부터 성적 학대를 받다가 자발적으로 도망친 것이었고, 압화는 그녀가 자신의 생존을 알리기 위해 보낸 선물이었는데 헨리크에게는 엉뚱한 의도로 읽힌 것이다. 베네스트룀은 리스베트의 해킹으로 범죄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되어 결국 자살한다.
http://blog.naver.com/rainsky94/2207855725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