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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 후 너는 죽는다 ㅣ 밀리언셀러 클럽 9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평점 :
o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6시간 뒤면 스물 다섯이 되는 하라다 미오가 시부야역 부근을 걷고 있을 때, 젊은 남자가 다가와 할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미오는 약속이 있어 바쁘다고 했지만, 남자는 '약속은 취소될 것'이라며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했다. 남자의 말대로 미오의 친구는 약속을 잊고 있었다. 평소 약속 같은 것을 좀처럼 잊지 않는 친구였기 때문에 남자의 말에 무게가 실렸다.
케이시라는 이름의 그 남자는 자신이 비일상적인 사건을 예지하는 능력을 갖고 있고, 지금 막 예지한 내용은 '미오가 6시간 뒤 죽는다' 라고 했다. 미오는 섬뜩해졌다.
미오는 최근 자신의 주변에 나타난 스토커가 범인일 것이라 생각하여 케이시와 함께 경찰서로 향한다. 스토커가 의심되어 신고할 당시 담당 형사 사와키를 만나 봤지만, 뾰족한 수는 없었다. 그래서 둘은 누마타라는 이름의 스토킹 의심남의 집에 직접 찾아가 보기로 한다. 하지만 누마타는 고향으로 돌아간 뒤였다.
한편, 최근 여성이 살해된 두 건의 살인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은 특이한 공통점이 있음을 발견한다. 두 사건 모두, 여성이 살해되기 직전에 자칭 예언자가 접근했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케이시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진행 시킨다.
이러한 사실은 꿈에도 모르는 미오는 자신이 살해되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케이시와 함께 칼을 막을 수 있는 방인복을 빌리고, 최후의 순간을 맞이할 장소로 건축중인 빌딩을 택한다. 마침내 빌딩에 사와키 형사가 도착하는데, 칼을 들고 미오를 향하는 것은 다름 아닌 사와키 형사였다.
케이시는 자신의 여자친구가 살해 당한 뒤 그녀의 장례식장에서 또다른 여성이 살해당하는 예지를 보고 그녀에게 경고했지만 막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미오 역시 첫번째 살해당한 여자친구의 친구였다.
ㅇ 시간의 마법사
플롯 라이터로 일하는 미쿠는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아버지가 폐암으로 사망한 뒤, 미쿠는 도쿄의 작은 회사에 취직했다. 낮에는 사무를 보고 밤에는 극본을 습작했는데, 23살 가을에 쓸만한 작품을 하나 완성했다. 결말을 남겨둔 시점에 미쿠는 등장인물이 그녀의 분신 같이 느껴져서 본래의 결말 대신 해피엔딩으로 처리했다. 그 작품은 최종 심사에서 2위를 했고, 심사위원은 '행복한 결말이 무리한 전개'라고 평했다. 만약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면 자연스러운 결말로 처리하고 1등을 할 수 있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미오는 그 뒤로도 열심히 작품을 썼지만 좀처럼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 최근에는 돈도 점점 떨어지면서 자신감도 고갈되는 중이다.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 하나를 맡게 되는데, <20세기 노스텔지어>라는 프로그램의 자료를 수집하는 일이었다. 1972년 오키나와 반환이라든가, 1976년 록히드 사건이라든가 하는 등의 연표를 만들던 미쿠는 문득 1982년의 어느 날이 떠올랐다. 미쿠는 꼬박 하루 동안 실종 되었다가 신사 뒤쪽 방공호에서 발견된 적이 있는데, 아무리 떠오리려 해도 하루 동안 무엇을 했는지 기억할 수 없었다.
미쿠는 고향집으로 여행을 다녀오기로 결심한다. 재충전 후 다시 시작해 볼 결심이었다.
고향의 신사 뒤쪽 방공호에 간 미쿠가 아홉살 정도의 여자아이를 만난다. 여자아이는 자신을 아사오카 미쿠라고 소개한다. 무척 귀엽고 예쁜 아이였다. 미쿠는 과거의 어린 자신에게 밥을 사주고 예쁜 옷을 사입힌다. 20년 전의 자신과 친해진 뒤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똑같이 하니 쌍둥이 같았다. 어린 자신과 좋은 추억을 잔뜩 만든 미쿠는 어린 미쿠에에게 돌아갈 시간이라고 말한다. 어린 미쿠는 '이렇게 예쁜 사람이 된다고 생각하니 정말로 기뻤다'고 말해준다. 미쿠는 과거로 다시 돌아가지 않아도, 지금의 나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o 사랑에 빠지면 안되는 날
남자를 수시로 갈아 치우는 미아가 심심풀이로 야마하 케이시를 만나 미래에 대한 예언을 듣는다. 야마하 케이시는 다음 주 수요일에는 절대로 사랑에 빠지지 말라고 충고한다. 사랑에 빠지만 무척 슬픈 일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다음 주 수요일이 왔고, 미아는 길을 걷다가 트럭에 한 남자가 치어 죽는 것을 발견한다. 의식을 잃으려던 미아를 한 남자가 부축해 준다. 미아는 흥분이 가라앉을 동안 그 남자와 함께 있었는데 말이 잘 통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남자는 자신을 야마기시 신고라고 소개했다. 미아는 신고에게 점점 빠져들어가 야마하 케이시의 경고를 잊고 사랑에 빠지고 만다.
어느 날, 신고가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행동한다. 또 다른 인격은 자신이 스즈키 히로시라고 했다. 미아는 트럭에 치어 죽은 남자의 혼이 신고에게 씌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실은 정 반대로 드러난다.
o 돌 하우스 댄서
프로 댄서를 지향하는 고사카 미호는 오디션에서 번번히 미끄러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기량이 꽤 늘어 좋은 결과를 기대해도 될 수준이 되었다. 룸메이트 아사카와 함께 여러 오디션을 보러 다니던 미호는 때때로 데자뷰 현상을 경험한다. 미호는 자신이 오디션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예견하는가 하면, 룸메이트 아사카를 도와주다가 자신만 슬퍼지는 장면도 보게 된다. 그리고, 우연히 만난 고등학교 동창 덕에 취직을 하는 미래도 예견한다. 미호는 점점 춤으로부터 멀어져 가는 것이 안타까왔지만 데자뷰 현상은 미호가 프로 댄서가 되는 장면은 보여주지 않았다.
어느 날, 미호가 곰인형 마스코트를 산 박물관을 떠올린다. 미호는 그곳에서 무언가 중요한 것을 본 기억이 났다. 부랴부랴 돌 하우스 뮤지엄에 간 미호는 그 날이 박물관의 폐관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뮤지엄 안에는 총 일곱개의 모형이 있었는데 그것은 미호가 오디션에서 떨어지고, 슬퍼하고, 다시 힘을 내어 회사에서 혼자 춤을 추고 하는 장면들이 담겨져 있었다.
미호가 고등학교 때 이곳에서 모형들을 보았고, 그때는 자기 모습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가 나중에 데자뷰 형태로 기억을 떠올린 것이었다.
미호는 이 박물관을 누가 만들었는지, 돌 하우스를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물어보았는데 관장은 자신의 숙모가 단 한명의 마지막 입장객을 위해 이 모든 것을 만들었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마지막 선물을 주는데 상자 안에는 여덟 번째 모형이 들어 있었다. 거기에는 한 남자와, 한 여자, 그리고 아이가 있었다. 매우 평온해 보이는 그 모형을 건내주면서 관장은 숙모가 한 말,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라는 말을 전해준다.
o 3시간 뒤에 나는 죽는다
케이시 덕분에 목숨을 구한 미오는 언젠가 다시 케이시를 만나고 싶다는 바램을 실현시키기 위해 결혼식장에 취직한다. 5년 동안 열심히 일한 어느 날, 미오는 초대 손님 명부에서 케이시의 이름을 발견하고 흥분한다. 하지만 미오와 케이시를 만난 순간, 케이시가 예지를 본다. 그것은 3시간 뒤에 본인이 사망하는 예지였다. 예지라는 것은 미래가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예지에 비춰진 장면을 바꿀 수 있을까? 둘은 필사적으로 미래를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o 에필로그 : 미래의 일기장
'나'는 퇴근길에 골동품 가게에서 다이어리를 하나 산다. 그 다이어리는 앞부분을 조금 썼기 때문에 매우 싼 값에 살 수 있었다. 다이어리를 열어보니 '오늘 골동품 가게에서 다이어리를 사서 집에 와서 열어보았다'는 내용이 씌여 있었다.
다음 날, 직장에서 떠안고 있던 문제가 갑자기 해결되어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와 다이어리를 펼쳐 보니 또 자신이 겪었던 일이 그대로 적혀 있었다.
'나'는 이 다이어리가 미래를 예언하는 다이어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세번째 날, 미래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해서 다이어리를 펼치니 거기에는 이렇게 씌여 있었다. '내일은 분명 좋은 일이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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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이나 드라마를 보면 '교훈을 주어야 한다'는 강박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것이 나쁘지는 않다. 개똥철학같은 이야기일지라도, 그마저도 잊고 사는 요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