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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제벨의 죽음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81
크리스티나 브랜드 지음, 신상웅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평점 :
젊은 장교 조니 와이즈가 약혼자 파페튜어 커크를 만나기 위해 이세벨의 집으로 간다. 이세벨은 파페튜어 커크를 얼 앤더슨이라는 배우와 엮어주고, 그 댓가로 돈푼이나 쥐게 되길 원했기에 조니 와이즈가 달갑지 않았다. 조니와 이세벨은 문간에서 잠시 들어가니 못 들어가니 실랑이를 벌이고, 마침내 조니 와이즈가 방문을 연다. 방 안에서는 파페튜어 커크와 얼 앤더슨이 껴안고 있었고, 그 장면을 목격한 조니 와이즈는 그날 밤 자살하고 만다.
그로부터 7년의 세월이 흘렀다. 영국령 말레이시아 영사관에서 근무했던 중년의 에드거 포트는 야외극(pageant)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내 포트 부인은 왜 남편이 뜬금없이 야외극에 뛰어 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 돌아온 노처녀 수잔 베틸레이는 그 이유가 뻔하다고 생각했다. 에드거 포트는 육감적인 이세벨에게 빠졌고, 이세벨은 야외극에서 주인공을 하고 싶어 했다. 수잔 베틸레이 역시 에드거 포트의 제안으로 야외극에 참여한다.
그 밖에도 수마트라에서 귀국한 '브라이언 투 타임즈', 파페튜어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는 조지 엑스마우스, 배우 얼 앤더슨 등이 야외극에 참여했다.
야외극 상연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이세벨과 얼 앤더슨, 그리고 파페튜어에게 협박장이 배달된다. 그들 모두가 곧 죽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마침내 야외극의 막이 오르고, 탑 위에 올라갔던 이세벨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녀는 곧 바닥으로 추락한다. 말이 놀라 뛰쳐 나가고, 11명의 기사 중 한 명이 황급히 이세벨에게 뛰어가지만 그녀는 이미 사망한 뒤였다. 기사 역시 놀라서 대기실로 나가 버린다. 이 모든 것을 지켜봤던 관객 중에는 유능한 경감 콕크릴도 있었다. 콕크릴은 시체 주변에서 두 개의 밧줄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세벨의 몸에서 나온 것은 다이아몬드 브로치와 한 편의 시가 적힌 종이 쪽지였다.
그대를 찬양하는 자
남몰래 간직한 뜨거운 사랑을
살며시 그대에게 전하노라.
보잘것없는 이 선물을 보낸 사람은 누구?
그 이름은 왼편에 늘어선 수수께끼의 기사
유력한 추리는 이렇다. 탑 위에 누군가 다이아몬드 브로치와 쪽지를 놓아 둔다. 이세벨은 다이아몬드 브로치를 발견하고 얼른 품 안에 갈무리한 후 쪽지를 읽게 된다. 쪽지에는 다이아몬드 브로치를 놓아둔 사람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에 고개를 내민다. 그 때 범인은 두 개의 밧줄을 이용하여 이세벨을 땅바닥으로 떨어뜨린다. 군중들이 놀란 틈을 타 그녀의 용태를 살피는 척 하며 기사가 다가가 목을 조른다. 그의 손은 망토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모두에게 알리바이가 있어서 일견 타당한 이 추리는 점차 설득력을 잃게 된다. 그러자 이번에는 여러명이 모의하여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닌가 하는 가설이 떠오른다. 하지만 역시 증거가 없었다.
이세벨이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실종 되었던 얼 앤더슨의 목이 소포로 배달되고, 이제 남은 사람은 파페튜어 뿐이다.
<당신이 잃어버린 머리들 Heads You Lose(1941)>를 시작으로 <초록은 위험해 Green For Danger(1944)> 등을 발표하며 유명해진 크리스티아나 브랜드가 1948년에 발표한 다섯번째 작품이다.
모두에게 살인 동기가 있고, 그들 모두가 결백을 주장하다가 돌연 태도를 바꾸어 자신이 범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여러가지 가설 모두가 합리적으로 사건을 설명해 주기 때문에 어느 가설을 채택하든 스토리가 이어지는 독특한 작품이다. 크리스티아나 브랜드의 작품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탐정은 콕크릴이고, 그 외에 찰스워스, 처키 등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시리즈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