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그에게 안부 전해줘
이치카와 다쿠지 지음, 양윤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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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수초를 좋아하는 주인공 사토시, 도수가 맞지 않는 안경을 쓰고 쓰레기 그림을 세밀한 필치로 그리는 유지, 그리고 남자아이처럼 군용 점퍼를 입고 다니는 왈가닥 여자애 카린, 마지막으로 성대 수술을 받아 '휘유익' 이라는 소리밖에 내지 못하는 개 트라슈.

이들은 중학교 때 만나 완벽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지만 오래지 않아 사정이 생겨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헤어질 때 카린은 사토시에게 키스를 해주었고, 사토시는 내내 그 기억을 안고 살아간다.

처음엔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연락을 주고 받았지만, 시간이 흘러 이런 저런 이유로 연락이 끊기게 되자 서로를 추억에 남겨두고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성인이 된 사토시는 어렸을 적 꿈꿨던 대로 수초와 관련된 가게를 낸다. 조그만 가게였다. 가게 점원 나츠메 군은 잘 나가는 글로벌 기업에 다니던 멋진 외모의 청년이었는데, 왠일인지 회사를 때려치우고 수초 가게 아르바이트를 자원했다. 나츠메군은 일을 잘했으나 둘 만으로는 벅찼기 때문에 사토시는 점원 모집 공고를 가게 문에 붙여 놓는다. 

어느 날, 한 아가씨가 지원을 했는데 그녀는 '너무' 예뻤다. 나츠메 군은 그녀가 유명한 모델이자 배우인 '모리카와 스즈네'라고 했다. 하지만 사토시는 TV나 영화를 즐겨 보지 않아서 그런가보다 할 뿐이었다.

예의 모리카와 스즈네는 '잘 곳이 없고 모델일을 하면서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지 못했으므로, 채용 후 가게에서 재워준다면 돈을 벌어 맛있는 케이크를 마음껏 사먹겠다'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사토시는 모리카와 스즈네와 이상하리만치 자연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최근 사귀기 시작한 시바타 미사키씨에 관해서 이야기를 들려 주었고, 과거 친구들인 유지와 카린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그리던 어느 날, 사토시는 모리카와 스즈네가 소중하게 걸고 다니는 목걸이에서 반짝이는 것이 펜타프리즘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어릴 적 사토시와 유지가 카린의 생일 날 선물해준 것도 펜타프리즘이었는데... 그제서야 사토시는 모리카와 스즈네가 사실은 카린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카린은 사토시의 무신경함을 질책한다.


사토시는 모리카와 스즈네, 아니 카린에게 급격히 마음이 쏠리는 것을 느끼고 죄책감을 느낀다. 시바타 미사키씨와 사귀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바타 미사키씨가 먼저 사토시에게 헤어지자고 말한다. 그녀는 어렴풋이 사토시의 마음이 카린쪽으로 옮겨가는 것을 눈치 챘는지도 몰랐다. 헤어지자는 말을 전달하고 카린과 인사하는 자리에서 갑자기 시바타 미사키씨가 나츠메군을 발견하고 도망을 친다. 나츠메 군은 결사적으로 시바타 미사키씨를 쫓아간다. 시바타 미사키씨는 멋진 청년 나츠메 군의 고백을 세 번이나 거절한 적이 있었다. 단지 너무 잘생기고 훌륭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나츠메 군과 시바타 미사키씨는 서로의 진심을 확인한 뒤 사귀게 된다.


그 즈음 유지의 행방이 알려진다. 유지는 큰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불명에 빠져 있었다. 유지는 헤어진 뒤로도 계속 그림을 그려 왔고, 전시회도 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었다. 사실은 친엄마가 돈을 노리고 전시회를 미끼로 유지를 속였을 뿐이었지만. 


카린이 가게를 떠나겠다고 선언한다. 카린에게는 언니가 있었는데 잠에 빠진 뒤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카린의 언니는 꿈 속에서 가게 되는 '따뜻한 그곳'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었다. 카린도 마찬가지 성향이 있었다. 그녀는 이제 잠을 잘 것이고, 유지를 이쪽으로 보내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내내 사토시를 사랑했다는 것을 고백한다.


기다리지 말라는 카린의 말에도 불구하고 사토시는 카린을 생각하며 수초가게를 꾸리는 평범한 일상을 계속한다. 유지가 의식불명에서 돌아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

씩씩하던 사토시의 아버지가 돌아가신다. 얼마 뒤 카린의 언니가 깨어난다. 그녀는 사토시의 아버지가 자신을 '그곳'에서 이쪽 세계로 보내주었다며, 사토시의 아버지가 아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전해준다.


또 몇 년인가가 흐른 어느 날 저녁, 예전에 처음 카린이 모집 공고를 들고 서 있었던 그때처럼 한 여성이 가게 앞에서 사토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잘 다녀왔습니다! 지금, 돌아왔어." 라고 말한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로 유명해진 이치카와 다쿠지는 젊은 여성 취향의 따뜻한 문체와 감각적인 분위기로 담백한 사랑 이야기에 능한 작가이다. <그때는 그에게 안부 전해줘> 역시 '추억'과 '꿈'을 소재로 우정에서 사랑으로의 자연스런 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하고 있는데, 역시 현실에 있을법 하지 않은 이야기이므로 젊은이들에게는 더욱 어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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