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미쳤다고 말한 외로운 수학 천재 이야기 - 개정판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지음, 정회성 옮김 / 생각의나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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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삼촌인 페트로스가 사망하면서 물려준 막대한 장서를 모두 헬레닉 수학학회에 기증하고 단 두 권만을 남겨둔다. 한 권은 레온하르트 오일러의 <오페라 옴니아> 제17권이었고, 또 다른 한 권은 독일에서 발행된 <수학과 물리학 월보>라는 잡지였다. <오페라 옴니아>는 삼촌 인생의 출발점으로 삼을 만한 '골드바흐의 추측'이 담겨 있었고, <수학과 물리학 월보>에는 그의 인생의 종착점이 될 '괴델의 불완전성의 원리'가 수록되어 있었다.


페트로스 삼촌은 어릴적부터 수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 십대 초반에 이미 고향의 선생님들에게는 더 배울 것이 없을 정도였다. 이에 페트로스 삼촌은 할아버지의 지원을 받아 유학길에 올랐고, 내로라 하는 수학자들과 함께 공부하고 연구에 매진한다. 그들 중 유명한 사람을 꼽자면 리틀우드와 하디, 라마누잔 등이 있었다. 하디는 소수론(素數論)과 관련된 많은 문제를 해결한 영국의 수학자로 옥스퍼드에서 기하학을 강의했고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순수 수학 교수로 재직한 사람이다. 라마누잔은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뛰어난 직관으로 연분수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었고 리만급수, 타원적분, 초기하급수, 제타함수의 함수방정식 등에서 성취를 이루었다. 수학자들은 그가 오일러와 야코비 이래 필적할 상대가 없는 천재라고 생각했다.

그 시기에 삼촌은 미적분학에서 유의미한 연구를 발표하여 약간의 명성을 얻지만 자신의 천재성을 그저 그런 수학적 문제 해결에 소진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하디나 리틀우드의 공동연구 제안을 거절하고 수학적 난제 중 하나에 매달리기로 결심한다. 당시의 수학적 난제로는 '리만의 가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그리고 '골드바흐의 추측' 이 있었는데 마지막 '골드바흐의 추측'이 삼촌의 성정에 가장 맞았다. '골드바흐의 추측'은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일면 단순해보이는 가설이지만 소수의 문제가 수의 구조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음을 나타내는 가설이었고 근본적이고도 창조적인 방법이 아니고서는 증명할 수 없어 보였다. 삼촌이 이후에 배운 해석학, 복소수학, 위상수학, 대수학 등은 '골드바흐의 추측'을 해결하기 위한 무기로 삼기 위해서였을 뿐이었다.

그후로는 지루한 전쟁의 연속이었다. '골드바흐의 추측'을 해결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들이 동원되었고, 꽤나 의미있는 중간 성과도 얻었다. 하지만 페트로스 삼촌은 이것들을 발표하지 않았다. 남들이 자신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골드바흐의 추측'을 해결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는 수학에 있어서만은 최고가 아니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사고를 가진 완벽주의자였다.

하지만 이러한 삼촌의 폐쇄적인 태도는 그의 몰락을 자초하게 된다. 뒤늦게 중간 성과를 발표했지만 이미 다른 수학자가 이를 발표한 뒤였고, 창조적 능력이 점점 쇠퇴하는 것이 느껴졌다. 수학자에게 가장 창조적이고 활력이 넘치는 시기는 이십대 초반까지이고, 대다수 수학자들도 그 시기에 중요한 성과를 내었다. 페트로스 삼촌은 서른을 넘기면서부터 끊임없는 악몽에 시달렸고, 종종 자신감을 상실하여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되었다.

그리고 그 유명한 괴델의 '불완전성의 원리'가 발표된다. 불완전성의 원리를 간단히 말하자면 '참인 명제일지라도 그것이 증명되지 못할 수도 있다'로 요약될 수 있다. 즉, 맞다고 가정하기로 한 공리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괴델에 의해 제기된 것이다. 만약 괴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골드바흐의 추측' 역시 참일지라 증명되지 못할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이 증명 가능한지 아닌지는 선험적으로 알 수가 없다.

자신감을 상실한 페트로스 삼촌은 결국 체스와 약간의 정원일에 몰두하며 여생을 보내다가 화자인 '나'의 도발에 최후의 불꽃을 태운 후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했다는 전화 통화를 끝으로 사망하고 만다.


고도의 추상을 더욱 정련하여 논리의 극점을 탐구하여 절대 진리에 다가가려는 수학자들의 모습은 이카루스를 떠오르게 한다. 그래서인지 위대한 수학자들 중 다수가 정신병을 얻거나 자살로 생을 마감했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이면서도 실존했던 수학자들을 절묘하게 활용하여 페트로스라는 인물이 마치 실제 인물인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게다가 책을 읽는 동안 우리가 배워 왔던 수학은 단지 '계산법'에 불과했고, 진짜 수학은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수학이 얼마나 흥미진진한 학문인지 깨닫게 되었고, 만약 이 책을 중학교 때 읽었더라면 장래 희망이 수학자로 바뀔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다른이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한 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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