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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알은 누구의 것인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3년 11월
평점 :
전 일본 대표로 올림픽에도 출전한 스키선수 히로마사. 비록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일본인도 스키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제는 은퇴한 그에게 꿈이 있다면 딸인 카자미가 자신을 대신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내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현재의 스포츠는 과학적 트레이닝을 중시하고 이러한 비용을 스폰서가 대고 있다. 카자미는 신세 개발 스포츠 과학 연구소의 지원을 받고 있다. 신세 개발은 히로마사의 유전자가 카자미 선수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해 그 연관성을 입증하고, 나아가 가능성 있는 인재를 조기에 발굴해 스포츠 스타로 키워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히로마사는 자신의 유전자 채취를 극력 반대하고 있었다. 히로마사에게는 말 못할 비밀이 있었기 때문이다.
히로마사의 아내는 카자미가 어릴 적에 자살을 했다. 유품을 정리하던 히로마사는 아내의 화장대 서랍에서 낡은 신문 기사를 발견하는데, 그 기사에는 신생아 납치 사건에 대해 씌어 있었다. 느낌이 이상했던 히로마사는 그 사건을 조사하다가 경악할 만한 사실에 직면하게 된다. 아내는 유산을 했었고, 아이를 낳은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카자미는 다른 누군가의 아이라는 얘기가 된다. 히로마사는 카자미를 포기할 수가 없어 이 사실을 묻어두고 자신의 딸처럼 애지중지 키워온 것이다.
한편, 신세 개발에 협박장이 날아든다. 카자미를 앞으로 모든 대회에서 출전시키지 말 것이며, 만약 이 요구사항을 지키지 않는다면 그녀의 신변에 위해를 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 그녀가 탈 예정이었던 셔틀버스 브레이크를 누군가 고장을 내서 큰 사고가 일어난다. 그녀는 출발 직전 내려 가까스로 사고를 면했지만 그 버스에는 카자미의 팬이라 자처한 중년 남성이 타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가미조, 카자미의 친부였다.
가미조는 히로마사를 만나 카자미가 자신의 친딸일지 모른다고 넌지시 암시를 준 상태였고, 그가 건낸 피를 조사한 결과 카자미의 생모의 것임이 확인된 상태였다. 그가 이제서야 카자미를 찾아온 이유는 명확해 보였다. 가미조의 아들이 백혈병에 걸려 골수이식을 하지 않으면 곧 사망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부모 자식간에는 척수가 거의 일치하지 않지만 형제간에는 일치할 확률이 꽤 높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이해할 수 없는 사실들이 계속 발견된다. 카자미 선수에게 협박장을 보낸 것이 그 가미조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미조는 자신이 협박장을 보내고, 자신이 셔틀버스를 고장내서 스스로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는 이상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과연 범인은 누구이며 그가 원하는 진정한 목적은 무엇인가?
뻐꾸기는 자신의 알을 다른 새의 둥지에 낳고 떠나버린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뻐꾸기의 알'을 유전자에 빗대어 말한다. 뛰어난 유전자가 자식의 몸에 '뻐꾸기의 알' 처럼 놓여 있는 상태. 그런데 유전자를 적극 활용하여 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 될지, 아니면 이와 무관하게 잘 하지 못하는 분야일지라도 애정과 관심을 갖고 즐겁게 몰두할지는 또 다른 선택의 문제가 된다. <백은의 잭>과 더불어 설원을 배경으로 한 시원한 작품으로, 정묘한 트릭과 반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더운 여름에 시원한 한 때를 보내기에는 괜찮은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