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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사 벽혈검 1
김용 지음, 강승구 옮김 / 중원문화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벽혈검>의 시대적 배경은 명나라 말기이다. 황제 숭정(崇禎)은 간신들에게 휘둘리고 있었고 청나라는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변방을 공략하고 있었다. 틈왕 이자성이 반란을 일으키자 백성들은 그를 옹호하였다. 당시 명나라에는 원숭환이라는 빼어난 장군이 있었는데 영원대첩(寧遠大捷)과 영금대첩(寧錦大捷)을 승리로 이끌었다. 하지만 위충현(魏忠賢)과의 불화로 사직하고 귀향 후 의종(毅宗) 때 다시 기용되나 결국 숭정(崇禎) 때 위충현과 청나라 황태극의 반간계에 말려들어 능지처참을 당한다.
원숭환의 부하들은 그의 아들을 거두어 기르는데 이름이 승지였다. 그가 <벽혈검>의 주인공이다. 원승지는 화산파 장문 목인청이 말년에 제자로 거두어주어 정파 무공을 차분히 습득하였고, 목인청과 막역지우인 목상으로부터 철검문(鐵劍門)의 암기술과 경공술을 배우게 된다. 또한 우연히 금사랑군의 묘혈을 발견하여 금사검을 얻고 기이한 무공도 아울러 습득한다.
원승지는 아버지의 원수 숭정을 처단하고 청나라의 야욕을 저지해야 했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틈왕 이자성을 돕는 것이었으나 명나라를 멸망시킨 틈왕의 부대는 충신들을 제거하고 약탈에만 골몰했다. 오삼계(吳三桂)의 첩을 빼앗아 원한을 산 틈왕은 결국 청나라와 오삼계 군대의 연합군에 멸망하고 만다.
김용이 여느 무협소설 작가들과 달리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그의 역사인식 덕택이다. 탁월한 역사가이기도 한 김용은 역사의 빈틈을 자신의 상상력으로 메우는 작업에 충실했다. 무협적인 요소가 주가 되어 어느 순간 별나라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한 긴장이 작품 전반에 흐른다.
김용의 초기작은 한(漢)족 정통성에 집착하나 후기작으로 가면서 이를 버리고 만주족, 거란족, 몽고족, 서장족이 어우러져 곧 중화민족이라는 인식으로 나아간다. 그러한 인식이 <벽혈검>에 잘 드러나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김용의 소설 중 역사적 배경에 연연하지 않은 작품일수록 재미 있다는 점이다. 무술의 수준이 더욱 높아지고 거칠 것이 없어진다.
<벽혈검>은 다른 김용 소설들과 달리 구성에 있어 느슨하고 인물들이 매력적이지 못하다. 먼저 김용 소설의 남자 주인공들이 흔히 그러하듯 원승지는 여자 문제에 있어 우유부단하고 인습에 사로잡혀있다. 김용 소설의 남자주인공들은 대부분 처음 고백한 여자에게 질질 끌려다니고, 그 여자들은 질투의 화신이다. 금사랑군의 딸 청청이 그렇다.
오독교 교주 하철수나 숭정황제의 딸 아구 공주 역시 원승지에게 매력을 느끼지만 원승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김용 소설의 남녀 관계는 예측이 가능하고 단순하다. 아구가 팔이 잘리고 비구니가 된다는 설정은 작가의 강박이 만들어낸 극단적 선택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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