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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아름다운 아이들 - 개정판 ㅣ 문지 푸른 문학
최시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12월
평점 :
고등학생인 주인공 선재는 부모님을 일찍 여위고 누나와 단 둘이 살고 있다. 선재의 누나는 일찍부터 생계를 책임져야 했으므로 '자기 앞가림'을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선재는 현실적인 삶의 문제 보다는 '구름 그림자' 따위의 일에 마음이 더 쓰이는 감수성 예민한 시기를 통과하고 있었다.
선재는 일기를 쓰며 자신의 마음 자리를 들여다보고 입시에 실패한 순석에게 편지를 보내 위로의 말을 건내는 등, 경쟁만 강요하는 학교생활을 견디기기 위해 노력하지만 어른들에게 번번히 오해를 산다. 장래에 도움 되지 않는 짓에 정신이 팔려 학생의 본분에서 벗어났다고들 생각했기 때문이다.
국어를 가르치는 '왜냐선생' 사건은 선재를 더 큰 혼란에 빠지게 만든다. '왜냐선생'은 허생전을 토론식으로 수업하였는데 학생들은 허생이 했던 행동과 사회에 미친 영향, 그의 한계 등에 대해 자기 의견을 말하게 된다. 하지만 '왜냐선생'이 전교조에 가입하였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학생들은 '왜냐선생'을 옹호하는 쪽과 선입견을 갖고 비꼬아 생각하는 쪽으로 갈리게 된다. 결국 선생이 학교에서 쫓겨나게 되고 이에 대한 의사표시를 하려던 말더듬이 윤수는 데모 주동자로 몰려 경찰의 조사까지 받게 된다.
선재는 더욱 학교 생활에 회의를 품게 되어 탈출구만을 생각하다가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놀이판'을 기획하게 된다. 그러나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고, 글을 읽는 축제의 한마당을 벌이려던 계획이 학교 당국과 경찰의 눈에 전교조 해직 교사 사건에 따른 불온한 집회쯤으로 간주되어 선재와 친구들은 가차없이 무기정학 처분을 당한다.
고3이 되어 경쟁의 막바지에 안간힘을 쏟을 여름방학, 선재는 외딴 섬으로 피해 들어가 고통의 시기를 견디고 윤수는 자기가 원하던 일을 하기 위해 입시학원을 탈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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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와 편지로 구성된 다섯 편의 연작 소설을 묶은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은 억압적인 정치 권력이 강요하는 가혹한 입시 제도 하에서 여린 감수성의 청소년들이 상처받고 스러져가는 상황을 포착한 작품이다. '허생전을 배우는 시간' 에서 이러한 문제 의식은 극명히 드러난다. 학생들이 자신의 머리와 생각으로 소설 작품을 현실에 적용시키도록 하려는 '왜냐선생'의 교육법은 그 자체로는 전혀 잘못 된 것이 없지만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사회의 안정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해직의 이유가 된다. 더욱 참담한 것은 이러한 논리를 내면화하여 '왜냐선생'이 불온한 이유로 작품을 왜곡하고 있다고 항변하는 동철과 같은 학생도 있다는 점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곧 자기 앞가림을 한다는데 있다'는 선재 누나의 현실적 논리를 별다른 저항 없이 받아들여 살아가는 요즘, '산다는 것이 곧 순응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텐데 그렇게 되고 마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