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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선인장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사사키 아츠코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어느 시가의 동쪽 변두리 오래된 아파트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낡고 허름한 회색 건물의 이름은 '호텔 선인장'. 읽는 것은 질색이고 몸을 단련하는데 관심이 많으며 가족과 친구를 배려하는 '오이', 관청에 근무하며 딱부러지게 맞아 떨어지는 것을 추구하는 소심한 숫자 '2', 거북이와 함께 살며 하드보일드한 삶을 동경하는 '모자'. 이들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처음엔 어색하게 쭈뼛거렸지만 곧 친해진 이들은 위스키와 맥주, 그리고 자몽주스를 마시며 한담을 나누는가 하면, 경마장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며 우정을 쌓아간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 같았던 즐거운 시기는 '호텔 선인장'이 헐리기로 결정됨에 따라 잠시 중단된다.
오이와 모자, 숫자 2라는 다소 엉뚱한 등장 인물들은 서로에게 열광하거나 다른이의 삶을 변화시키려 하지는 않는다. 마치 오이는 원래 오이니까, 모자는 원래 모자니까 하는 식으로 서로를 인정하는 속에 관계를 발전시킨다. 담백한 태도 속에 서로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는 관계라고 하면 될까?
** 아름다운 무늬가 들어간 철제 난간과 계단, 벽 등을 소재로 그려진 사사키 아츠코의 삽화가 삽입되어 있는데 이야기들과 잘 어우러지지 못하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