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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글 쓴 남자, 안개 속의 살인
시마다 소지 지음, 이윤 옮김 / 호미하우스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안개가 자욱한 밤, 담배가게 할머니가 살해된다. 그날 밤 순찰을 돌던 순경과 작사가 지츠소우지가 고글 쓴 남자를 목격했는데 고글 안쪽이 새빨갛게 보였다. 눈이 짓무른 것인지, 아니면 렌즈가 빨간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가 유력한 용의자였다. 경찰이 담배가게를 조사하는 사이에도 고글 쓴 남자는 현장 주변에서 목격 되었다. 담배가게 할머니는 대리석 재질의 탁상 시계로 두부를 가격당했고 이 충격으로 심장마비가 와서 사망한 것으로 보였다. 특이한 것은 담배 50개가 바닥에 흩어져 있고 포장용기인 깡통은 사라졌다는 점과 금고 속의 5천엔 짜리에 형광펜으로 표시가 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경찰은 담배가게 할머니가 평소 은행을 믿지 못해 장롱에 현찰을 보관하고 있었다는 소문을 들은 누군가가 돈을 노리고 결행한 범행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한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다른 담배가게 두 군데에서 표시된 5천엔짜리가 발견된다. 경찰은 표시된 5천엔짜리와 범행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 파악하려 했지만 도저히 알아낼 수가 없었다.
한편 용의자가 고글을 쓴 이유가 얼굴을 가리기 위해서라는 경찰의 가설은 틀린 것으로 판명되는데 고글 쓴 남자가 보란듯이 여기저기 돌아다닌다는 제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고글 쓴 남자가 또다른 범행을 저지른다. 에노키 미츠코라는 여자를 야쿠자풍의 남자가 팔을 잡고 어디론가 데려가려는데 갑자기 고글 쓴 남자가 나타나 야쿠자풍의 사내를 차도쪽으로 밀친 후 칼을 꺼내들고 행인을 위협한 것이다. 사내는 마침 달려오던 차에 받혀 크게 다치고 고글 쓴 남자는 유유히 사라진다. 경찰은 병원에 입원한 남자를 만났는데 그는 생김새와는 달리 이탈리아 레스토랑의 경영자였다. 에노키 미츠코가 자기에게 사기를 치려 했기 때문에 경찰서로 데려가려던 것이었다는 말만 간신히 내뱉은 남자는 고통에 겨워 말을 이어가지 못한다.
에노키 미츠코를 조사한 경찰은 그녀가 작사가 지츠소우지에게 노래를 배워 가수로 데뷔할 꿈을 갖고 있고, 윗집에 사는 대학생과 연인 관계인 동시에, 슈퍼마켓 경영자의 정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최근 그녀 주변에 스토커가 맴돌고 있었다는 사실도 파악한다.
그즈음 경찰의 용의선상에 또다른 남성이 등장한다. 에노키 미츠코의 대학생 애인에게는 룸메이트가 있었는데 그 남자가 에노키 미츠코의 스토커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담배가게 할머니 살해에 쓰인 대리석 시계의 지문과 스토커의 지문이 일치한 것이었다. 게다가 스포츠백에서 고글까지 나왔으니 그가 범인이 틀림없어 보였다. 하지만 스토커가 경찰에 구금되어 있는 상태에서 고글 쓴 남자에 의한 또다른 살인이 일어나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만다. 두번째 살인 피해자는 슈퍼마켓 경영자였다. 그는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누군가에게 수십차례 칼에 찔려 사망한다.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
잠실실내경기장에서 이승환 콘서트가 열리는 날 제1 수영장 휴게실 앞에 차를 대놓고 읽었다.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책을 읽는 것은 참 멋진 일이다.
사건의 범인은 에노키 미츠코이다. 에노키 미츠코는 슈퍼마켓 사장에게 돈을 받고 정부 역할을 하다가 작사가 지츠소우지와의 관계가 들통나 지원이 끊기자 사기를 치기로 결심한다. 사기 방법은 간단하다. 계산중에 주인을 헤깔리게 만드는 수법인데 다음과 같다. 먼저 물건 값을 5천엔짜리로 지불하고 거스름 돈을 받는다. 거스름 돈 4천엔이 건내지는 순간 미안하다면서 천엔을 더 줄테니 5천엔을 달라고 한다. 주인은 오천엔을 상대편에게 건내주고 방금 받은 천엔을 더해 천엔짜리 다섯장은 아직 손에 쥐고 있다. 이 상태에서 잽싸게 다시 말을 바꿔 차라리 오천엔짜리 한장을 더 줄 테니 만엔짜리를 달라고 하며 오천엔을 건낸다. 주인이 다른 손님과의 계산 등으로 정신이 없는 상태라면 자신의 손에 5천엔과 천엔짜리 다섯장이 있으므로 만엔이 맞다고 착각하고 만엔을 건내주게 된다.
에노키 미츠코는 담배가게 할머니들을 상대로 사기를 쳐서 성공했는데 마지막 담배가게에서 할머니가 수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겁에 질려 탁상시계로 머리를 내리쳐 살해하고 만다. 장롱의 돈을 가져가려다 보니 넣을 곳이 없어서 담배 깡통에 돈을 담고 담배는 바닥에 버린 것이다.
한편 평소 에노키 미츠코를 스토킹하던 남자는 신문투함구를 통해 몰래 훔쳐 보다가 마침 문에 빨간색 스프레이가 칠해지던 참이라 눈주위에 빨간 라카칠이 되고 만다. 이를 가리기 위해 고글을 쓴채 돌아다녔는데 그녀가 노파를 살해하던 장면을 목격한다. 방으로 뛰어들어 노파가 진짜 죽었는지 살피다가 대리석 시계를 만지는 바람에 지문이 남게된 것이다. 스토커는 자신이 범행 현장을 목격했기 때문에 에노키 미츠코를 협박해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에노키 미츠코는 도리어 이를 이용한다. 고글쓴 남자가 범인이라고 경찰에 알려졌으므로 자신이 고글을 쓰고 슈퍼마켓 사장을 찔러죽인 것이다.
소설은 한 소년이 남자에게 성폭행당한 후 원전 임계사고를 경험하는 내용을 삽입해 범인을 다른이로 추측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원전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