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문서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28
마이클 바조하 지음, 최운권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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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이 극에 달했던 시기, 소련 KGB와 미국 CIA는 상대편 진영에 이중 스파이, 소위 '몰'을 심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몰'이 되기 위해 잠입한 에이전트는 신임을 얻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였고, 때로 자국의 1급 기밀도 희생하는 경우가 있었다. 신임을 온몸에 받으며 진급을 거듭한 에이전트가 마침내 1급 정보를 다룰 수 있게 되면 그는 '몰' 로서 활동하기 시작한다. 


영국 기록물 보관소에서 비공개 기간이 끝난 고문서 하나가 대중에게 공개된다. 70년도 더 된 이 문서를 KGB는 일착으로 열람하려 하는데, 그 문서에는 KGB에 잠입한 CIA의 몰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단서가 씌어있다고 한다. 그러나 KGB 에이전트가 열람 신청을 한 후 사서에 의해 건네받은 문서는 전혀 엉뚱한 것이었다. 리처드라는 대학원생이 신청한 문서와 뒤바뀐 것이다.

리처드가 건네받은 문서는 대영제국 첩보부장이 조지 5세 국왕에게 보내는 보고서였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씌어 있었다. 러시아의 고리친 백작이 영국에서 남색행위를 하다가 영국 첩보부에게 들통났는데, 영국 첩보부는 이를 약점으로 잡고 고리친 백작이 영국을 위한 스파이 노릇을 하도록 강요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리처드는 이 문서가 뜻하는 바를 알 수 없었고, 별다른 생각 없이 집으로 가져간다. KGB가 리처드의 집을 급습해 그를 살해한 후 문서를 찾던 중 욕실에서 나는 인기척을 CIA로 오인하여 도망친다. 뒤늦게 욕실에서 나온 사람은 리처드의 여자친구 실비였고, 이제 문서는 그녀가 소유하게 된다. 

제임스라는 남성의 도움으로 실비는 KGB의 위협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었지만, 제임스 역시 우연히 도움의 손길을 건낸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CIA의 에이전트였다. 제임스와 지인이 문서를 함께 해독한 결과 그 문서는 현재 KGB에 심어진 몰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는 단서를 내포하고 있었다. 고리친 백작의 후손이 현재 KGB의 고위급 간부였는데, 그가 과거로부터 이어진 협박 때문에 CIA의 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CIA 내에도 KGB 측의 몰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자 제임스와 실비는 일체 연락을 끊고 잠수에 들어간다. CIA 측에서는 KGB 측 몰을 탈출시키고, KGB는 몰로 확인된 인물을 제거하기 위해 카리닌이라는 냉철한 에이전트를 판견한다.


마이클 바조하는 불가리아에서 태어나 파시스트의 박해를 피해 이스라엘로 이주한 유태인으로 6월 전쟁, 욤 키푸르 전쟁, 제4차 중동 전쟁에 참전한 경험을 바탕으로 박진감 넘치는 스파이 소설을 써낸 작가이다. 1973년 <과거에서 온 저격자>로 데뷔한 마이클 바조하는 <죽음의 문서>를 통해 비정한 스파이 세계를 정교한 구성으로 그려냈다.


소설은 CIA의 승리로 결말이 나는데, 사건의 발단인 문서 자체가 CIA의 날조된 미끼이다. CIA는 문서를 통해 KGB 내에 고리친의 후손이 있다고 암시하고 그가 CIA의 몰일 것이라고 오해하게끔 만든다. 그런 뒤 KGB 간부 스볼로프를 납치하는데, KGB는 스볼로프가 서방으로 망명했다고 믿는다.

이때 카리닌이라는 냉철한 KGB측 에이전트가 망명한 스볼로프를 살해할 묘안을 짜낸다. 소련 장교가 환상의 전투기 '미그25'와 함께 일본측에 망명 요청하면 디브리핑을 위해 스볼로프를 활용할 것이고, 이때 그를 살해하면 KGB의 중요 기밀은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계획이었다. 소련은 미그25를 내주더라도 중요 기밀을 지켜야 했기에 이를 수락한다.

KGB의 진짜 몰은 스볼로프가 아니라 카리닌이었다. CIA의 농간에 KGB는 스볼로프라는 중요 간부와 미그25를 빼앗긴다. 물론 카리닌은 KGB내에서 더욱 위상을 공고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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