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참자 ㅣ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2년 3월
평점 :
경시청 수사 1과에서 근무하던 중 살인 사건의 재판에서 변호인 측 증인으로 법정에 서는 바람에 관할 지역 니혼바시로 쫓겨난 가가 교이치로. 스스로를 니혼바시의 신참자라 생각하며 에도 시대의 정취가 남아 있는 이 지역을 익히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고덴마초에서 40대 여성이 교살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가가는 경시청 형사들을 보조하는 역할로 수사에 참여한다.
가가 시리즈 중 <거짓말 딱 한개만 더> 가 유력한 용의자의 거짓말을 파해쳐 진범을 밝혀내는 내용이라면, 이번 <신참자>는 왜 그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를 알아내는 이야기이다. 8개의 에피소드에 각각 거짓말하는 참고인들을 배치시키고 가가 형사가 그들이 거짓말하는 이유를 밝혀내어 사건의 군더더기를 제거한 후 마지막 9번째 장에서 범인을 밝혀내는 특이한 구성의 이번 작품은 2010년 4월부터 6월까지 일본 TBS TV에서 아베 히로시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드라마로도 방영되었으며 극장판 심참자 <기린의 날개>로도 제작되었다.
가가 시리즈를 계속 읽어온 독자라면 이번 작품에서 가가 형사의 이미지가 전작들과 확연히 달라졌다는 점을 어렵지 않게 발견했을 것이다. 인간의 어두운 측면을 파헤치는 냉철한 관찰자 이미지를 고수해오던 가가 형사가 이번 작품에서는 주변인들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고객의 병명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하는 보험관리사나 사장이 바람 피운 사실을 들키지 않게 하려는 요릿집 수련생, 시어머니와 화해하고 싶은 며느리나 절연한 딸의 행복을 바라는 시계포 주인 등 소설에는 타인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지만 아직은 서툰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서툰 부분을 가가 형사가 따뜻하게 감싸안는 내용들이 나온다.
전 말이죠. 이 일을 하면서 늘 생각하는 게 있어요. 사람을 죽이는 몹쓸 짓을 한 이상 범인을 잡는 건 당연하지만,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도 철저히 파헤쳐 볼 필요가 있다고 말입니다. 그걸 밝혀내지 못하면 또 어디선가 똑같은 잘못이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죠.
냉철한 이미지를 벗고 '관계'에 집중하기 시작한 가가 교이치로. 시리즈의 주인공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해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독자 입장에서는 꽤 즐거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