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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테일러스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7
도로시 L. 세이어스 지음, 허문순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새해를 앞둔 밤, 눈보라가 몰아치는 궂은 날씨 탓에 피터 윔지 경과 시종 번터를 태운 차가 도랑에 처박히고 만다. 가장 가까운 마을인 펜처치 세인트 폴로 간 피터와 번터는 베나블스 교구장의 집에서 필요한 도움을 얻는다.
펜처치 세인트 폴 교구성당에는 8개의 종이 있었는데 그 이름은 각각 가우데, 사베오스, 존, 제리코, 주빌리, 디미티, 배티 토머스, 테일러 폴이었다. 성당은 이 8개의 종으로 전좌명종술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었다. 새해를 앞두고 교구장은 9시간에 걸쳐 15840전좌의 켄트 트레블 봅 8종을 울릴 계획으로 마음이 들 떠 있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종을 담당한 사람 중 하나인 윌리엄 소디가 독감에 걸려 계획은 부득이 취소될 위기에 처한다. 때마침 피터 윔지 경이 명종술을 익혔다는 사실이 알려져 그가 윌리엄 소디를 대신해 9시간 동안 종을 울리게 되고, 이로써 마을과 특별한 관계를 맺게 된다.
독감은 마을을 광포하게 휩쓸었고 이로 인해 마을 사람들이 많이 죽는다. 붉은 저택에 사는 소프 부인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얼마 후 남편인 헨리 경도 사망하여 가엾은 힐러리는 고아가 되고 만다. 헨리 경은 유언으로 아내의 무덤에 함께 묻히고 싶다고 했고, 일꾼들은 유언을 받들어 소프 부인의 묘소를 파기 시작한다. 그런데 거기에는 알 수 없는 시체가 한 구 있었다. 얼굴은 알아볼 수 없게 일그러져 있었고, 양 손목이 절단되어 지문도 뜰 수 없게 되어 있었다. 교구장은 즉각 경찰에 신고하고, 피터 윔지 경에게도 서신을 띄워 사건해결에 도움을 달라고 요청한다.
사망한 헨리 경은 다소 기이한 사건에 휘말려 가세가 기운 사람이었다. 과거 윌브러험 부인이라는 친척이 헨리 경의 집에 행사 때문에 왔다가 에메랄드 목걸이를 도난당한 사건이 있었다. 사건의 범인은 제프리 디콘이라는 집사와 크렌턴이라는 외부인이었다. 제프리 디콘은 아내인 메리로부터 윌브러험 부인이 어디에 보석을 숨기는지 우연히 들은 후 범행을 하였는데 경찰에 잡힌 후 진술이 엇갈린다. 디콘은 에메랄드 목걸이를 공범인 크렌턴에게 넘겼다고 했고, 크렌턴은 자기가 넘겨받은 것은 빈 상자뿐이었다고 진술한 것이다. 헨리 경은 에메랄드 목걸이 도난 사건에 자신이 데리고 있던 하인이 연관된 데 대한 책임을 통감하여 막대한 손해배상금을 윌브러험 부인에게 물어주고 그 후로 경제적 빈곤에 시달린 것이다.
목걸이의 행방이 묘연한 상태에서 범인들은 10년 가까운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는데, 크렌턴은 형기를 마쳤지만 디콘은 탈옥하였다. 디콘은 간수를 죽이고 탈옥하는 데 성공했지만 곧 시체로 발견된다.
발견된 시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으나 대체로 정월에 일자리를 구하러 나타났던 스티븐 드라이버라는 외부인이 아닌가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는 밧줄에 묶인 후 사망한 것 같았는데 사망 원인은 명확하지 않았다.
피터 윔지는 시체의 신원을 밝히기 위해 우체국에 유치 우편이 있는지 조사해본 결과 프랑스에서 보낸 편지 한 통을 발견한다. 이를 단서로 프랑스쪽을 조사해 편지 보낸 여성을 찾아낸다. 그녀에 의하면 시체는 자신의 남편으로 르그로라는 이름을 갖고 있으며 세계대전 중 부대에서 이탈하여 기억 상실증에 걸렸다고 했다. 그가 스티븐 드라이버인지 사진으로 대조하였으나 그녀는 알아보지 못한다.
전좌명종술(Change Ringing)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묵직한 스토리를 직조해 미스테리고전의 반열에 오른 이 작품에서 세이어스는 암호 해독에 전좌명종술의 수법을 차용하고 종의 울림에 의해 사람이 사망한다는 다소 그로테스크한 결말을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 홍수가 범람하는 장면은 마치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떠올리듯 장엄하게 펼쳐지는데, 인간의 기예가 대자연(혹은 신)에 비해 얼마나 초라한지를 극명하게 대비하여 보여주고 있으며, 인간이 대자연과 신에 대해 일정한 법칙에 따라 준비를 해나간다면 다소나마 재앙을 벗어날 수 있으리란 점을 시사하고 있다.
무덤에서 나온 시체는 죽은 것으로 되어 있던 디콘으로 그는 군인을 죽여 신분을 세탁하고 프랑스에서 숨어 지내다가 에메랄드 목걸이를 찾으러 펜처치 세인트 폴에 갔다가 과거 아내의 새로운 남편에게 사로잡혀 종방에 갇히게 된다. 그 날 9시간동안 종이 울려대는 바람에 그는 사망한 것이다. 스티븐 드라이버는 크렌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