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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복의 랑데부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54
코넬 울릿치 지음, 김종휘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 조니와 도로시는 매일 밤 8시에 만났고 12시에는 작별했다. 몇 년이나 그들은 그렇게 만났고, 6월이면 결혼할 예정이었다.
5월 31일, 여느 때처럼 조니는 도로시를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로 갔다. 그러나 그곳엔 경찰과 군중들, 그리고 도로시의 시체가 있었다. 도로시는 여객기 승객이 무심코 창밖으로 내버린 술병에 머리를 맞아 사망한 것이다.
조니는 끈질기게 항공사를 돌며 조사한 끝에 술병이 던져진 비행기를 찾아낸다. 그 비행기 승객은 다섯 명이었고, 조니의 복수가 시작된다. 조니는 승객들이 가장 사랑한 사람을 찾아내 매년 5월 31일 살해하기 시작한다.
글레엄 개리슨 상원의원의 아내가 첫번째 희생자였다. 그녀는 매일같이 드나느는 문에 튀어나온 못에 긁혀 파상풍에 걸려 사망한다. 단순한 사고라고 생각했지만 익명의 편지가 배달되고 수상한 기운이 감지된다. 그 편지에는 '어떤 기분인지 이제 알았겠지?'라고 적혀 있었다. 캐멜론 형사는 그녀가 살해당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증거가 너무 빈약했다.
두번째 희생자는 스트릭렌드 휴와 그의 정부였다. 한때 끈적한 관계였던 정부를 처리하려던 스트릭렌드는 정부의 집에 숨어 들었다가 그녀가 이미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경찰은 스트릭렌드 휴를 범인으로 지목하여 목메달고 만다. 스트릭렌드는 정부의 방에서 '기분이 어떤가 스트릭랜드씨?'라고 적힌 쪽지가 나왔었다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쪽지는 스트릭랜드의 아내가 감춰두고 경찰에 제출하지 않았다. 그의 아내의 뿌리 깊은 증오는 남편을 형장으로 보내고서야 사라진다.
세번째 희생자는 배키 페이지와 그의 아내 샬론 이었다. 배키가 군대에 간 사이 샬론은 수상쩍은 남자와 바람이 난다. 그리고 그 사실이 배키에게 편지로 상세히 전달된다. 분노한 배키는 탈영하여 아내를 죽이고 자신도 자살한다.
네번째 희생자는 리처드 R.드류의 딸. 약속된 시간에 사람들이 죽어간다는 것을 알아낸 경찰이 그녀가 살해당하는 것을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다섯번째 희생자는 앨런 워드의 숨겨진 연인 마틴이었다. 앨런은 눈이 먼 가련한 마틴을 빼돌려 공해상으로 달아나고, 5월 31일을 무사히 넘겨 살아남았음을 자축하지만 그녀는 결국 살해당하고 만다. 공해상에서 날짜 변경선을 지나 6월 1일이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복수를 모두 마친 조니는 캐멀론들이 도로시와 꼭 닮게 분장시킨 여자에게 속아 총에 맞아 사망한다. 술병을 내던진 사람은 스트릭랜드이다.
코넬 울리치는 <환상의 여인>으로 잘 알려진 윌리엄 아이리시의 또 다른 필명이다. 추리소설을 쓰기 전에는 조지 해플리라는 이름으로 소설을 썼는데 그다지 신통치는 못했던 것 같다. 코넬 울리치의 <상복의 랑데부>는 쓸쓸함과 비정함이 교차하는 소설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조니가 범인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에게 똑같은 고통을 준다는 설정이 독특하다. 그들에게 있어 조니는 부조리한 운명과 같다. 그래서 순수하고 애처로운 마틴이 죽음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온갖 애를 쓰지만 결국 사망하는 장면에 이르러서는 어쩐지 인생이라는 것 자체가 비정함의 연속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