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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실의 바다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봄이여 오라>는 고킨와카슈(古今和歌集)에 나온 노래를 모티프로 하여 죽음과 이에 대한 대자뷰를 환상적으로 매치시킨 작품이다. 소개된 노래는 다음과 같다.
올해 처음 봄을 알게 될 벚꽃
지는 것은 배우지 않기를
...
봄마다 꽃은 피지만
만남은 목숨이 있어야
...
봄이 오늘뿐이라 생각하지 않으면
꽃그늘을 뜨기도 쉬우련만
<작은 갈색 병>, <국경의 남쪽>은 호러 소설로 타인의 피를 보물처럼 수집하는 전직 간호사 출신의 직장여성과 손님에게 비소를 조금씩 먹여 죽이는 한편 언젠가는 국경의 남쪽으로 떠나겠다는 꿈을 갖고 있는 카페 여급의 이야기이다. 호러지만 별다른 공포는 느껴지지 않는다.
<이사오 오설리번을 찾아서>는 SF 소설로 작가의 다른 소설에서도 언급이 된다. 대작 SF 소설의 첫머리로 쓰여졌다고 하나 아직까지 그 소설은 씌여지지 않았고, 자체적인 완성도도 그다지 높지 않다.
<수련>과 <피크닉 준비>는 그야말로 요령부득의 작품이다. <수련>은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에 등장하는 미즈노 리세의 어린 시절 이야기이고, <피크닉 준비>는 <밤의 피크닉>의 하루 전 이야기이다. <도서실의 바다> 역시 이런 작품 중 하나인데 <여섯 번째 사요코>에서 파생된 이야기로 이 작품만으로는 무슨 내용인지 짐작하기가 어렵다.
<어느 영화의 기억>은 호러미스터리물이다. 우연히 영화를 보고 작은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생각이 난 주인공이 과거 기억을 더듬다 보니 작은아버지와 어머니가 공모해 작은어머니를 죽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오디세이아>는 자체적으로 완결적인 이야기이다. 거창한 제목과는 달리 움직이는 도시에 관한 이야기이다.
<도서실의 바다>는 1995년에서 2001년 사이에 씌여진 단편을 묶어 놓은 책으로 SF, 미스터리, 호러 등 다양한 장르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온다 리쿠의 마니아라면 꽤나 매력적인 작품집이지만 그렇지 않은 독자에게는 지그소 퍼즐의 한 조각만을 손에 들고 '이게 대체 무슨 이야기인가?' 의아해 할 작품들이 많다.
자신의 작품들 사이에 연관을 만들고, 에피소드를 추가하고, 이야기를 확장시켜나가는 온다 리쿠의 소설에 흥미를 갖는 독자라면 모르지만 일반 독자에게는 난해한 수수께끼 같은 작품 모음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