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 라이프
이사카 고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 센다이라는 지역, 토막 살인 사건, 그리고 늙고 비루한 개를 중심으로 다섯 명의 독립적인 인물들의 삶이 교차한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화상에게 팔려간 처지의 화가 시나코, 좀도둑이지만 나름의 철학이 확실한 구로사와, 아버지가 자살한 후 신흥종교에 빠진 가와라자키, 바람남 애인과 결합하기 위해 서로 상대편 배우자를 죽이기로 한 교코, 그리고 구조조정으로 회사에서 잘린 도요타. 등장인물들은 때로 마주치고 상대편의 삶에 자기도 모르게 개입한다.

이사카 코타로는 이러한 사건들에 적당한 양념을 치는데 신흥종교와 토막살인사건, 그리고 구로사와의 순간이동술 등이 그것이다. 그래서 소설은 일면 미스터리처럼 사건의 진상을 파악해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작가가 진정 말하고자 하는 바는 누구나 다른 사람의 삶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여기 등장하는 다섯 사람이 일본의 현대를 살아가는 대표적인 인물들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뚤어지고 기형적인 그들이 일본 사회의 기형적인 모습을 드러내는데는 효과적인 인물들임에는 틀림 없다. 돈에 예술이 팔리고, 욕정에 눈이 멀어 사람을 죽이고, 구조조정으로 회사에 잘린 후 권총으로 상사를 죽이려하고, 아버지가 죽자 새로운 아버지(신흥종교)에서 구원을 얻고자 하는 등 희망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르고 욕망을 이루기 위해 수단에 개의치 않는 일본 현대 사회 군상들 사이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인물은 좀도둑인 구로사와이다.

 

제목인 러시 라이프(Lush Life)는 존 콜트레인의 재즈곡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