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65
브램 스토커 지음, 이세욱 엮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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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갓 변호사 자격증을 딴 조너선 하커가 통풍으로 고생하는 호킨즈 박사를 대신해 트란실바니아 지방으로 드라큘라 백작을 만나러 간다. 드라큘라 백작은 영국에 있는 오래된 부동산을 구입하고자 했는데 그 사무 처리를 하기 위해서였다. 여행이 막바지에 달아 백작의 성에 당도할 즈음, 조너선 하커는 그 지역 주민들이 자신을 측은하게 바라보고 십자가가 달린 목걸이를 걸어 주는 등 이상 행동을 하여 의아하게 생각한다.
마침내 당도한 드라큘라 백작의 성은 매우 오래된 곳이었다. 그는 하인도 없이 혼자 기거하는 듯 보였는데, 이상한 점은 전혀 식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더욱 경악할 만한 것은 그가 거울에 비치지 않는 것 같다는 점이었다. 조너선 하커는 자신이 무언가 알 수 없는 곤경에 처했음을 직감적으로 알아채고 속기로 자신이 겪은 일들을 기록한다.
조너선 하커는 시일이 흐를수록 백작이 자신을 영국으로 돌려보낼 의도가 전혀 없음을 알아 챈다. 그리고 그가 이리를 마음대로 부리고, 낮에는 전혀 활동을 하지 않으며, 세 명의 여자 흡혈귀가 그를 추종하며 어린아이를 죽여 피를 마신다는 점도 알게 된다. 절망에 빠진 하커는 죽음을 각오하고 절벽을 통해 탈출한다.

한편, 하커의 약혼자 윌헬미나(미나)의 친구 루시는 그즈음 세 명의 남자로부터 동시에 청혼을 받는다. 정신과 의사인 존 수어드 박사와 미국에서 온 활달한 퀸시 모리스, 그리고 귀족인 아서 홈우드가 그들이었다. 루시는 아서 홈우드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매우 기뻐한다. 미나 역시 그녀를 축하하며 서로 편지를 주고 받는다.
그런데 루시에게는 병이 있었는데 밤중에 자신도 모르게 돌아다니는 몽유병이 그것이다. 루시가 몽유병 때문에 한밤중에 바깥을 헤메다 돌아온 날 이후로 그녀는 몹시 심하게 앓기 시작한다. 얼굴은 창백해지고 혼수 상태가 반복되었다. 존 수어드 박사가 루시를 치료하려 했으나 알 수 없는 병이었기에 은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네델란드에서 반 헬싱 박사가 영국으로 건너온다. 
반 헬싱 박사는 루시의 용태를 점검한 후 방을 마늘꽃으로 치장하고 창문을 단속하는 등 알 수 없는 행동을 한다. 

후에 밝혀지지만 루시는 드라큘라에게 피를 빨린 것이었다. 사상 유례 없는 격심한 폭풍이 몰아친 어느 날, 난파선에 가까운 배가 영국에 당도했는데 선원은 한 명을 남기고 모두 실종되었고 배 안에는 50개의 커다란 상자만 가득 들어차 있었다. 상자에는 흙이 가득 담겨 있었는데, 세관에는 실험용 진흙으로 신고가 되어 있었다. 50개의 상자는 영국 각지로 배달이 된다. 
드라큘라 백작은 몇 백년 동안이나 트란실바니아를 떠나 먹잇감이 가득한 영국으로 이주할 계획을 세워왔다. 그가 밤중에 쉬기 위해서는 트란실바니아 지방의 흙이 필요했기에 대리인을 세워 흙이 담긴 상자를 영국 각처로 배달시킨 것이다. 이제 그는 영국 어느 곳이든 자신의 휴식처를 마련해 놓고 마음껏 사람들의 피를 빨 수 있게 되었고, 그 첫번째 희생자가 루시였다.

반 헬싱 박사와 존 수어드 박사, 그리고 퀸시 모리스의 수혈에도 불구하고 루시는 피가 점점 빠져나가는 듯 했다. 잠시 회복되는가 싶더니 그녀의 어머니가 딸이 답답한 방에 갖혀 있는 것을 보고 창문을 연 다음 날부터 또다시 상태가 악화된다. 그녀는 끝내 죽고 만다.
아버지와 약혼녀를 비슷한 시기에 잃은 아서 홈우드의 슬픔은 필설로 표현할 바가 못 되었다. 그런 그에게 반 헬싱 박사는 경악할만한 말을 하는데, 루시의 무덤을 파헤쳐야 한다는 것이다. 존 수어드와 퀸시 모리스, 아서 홈우드는 반 헬싱 박사의 인품을 믿고 내키지는 않았지만 한낮에 루시의 무덤을 파헤친다. 그리고 충격적인 모습 앞에서 할 말을 잃고 만다. 그녀는 살아있을 때보다 더욱 요염하고 활기찬 모습으로 무덤 속에 누워 있었던 것이다. 밤이 되어 무덤을 지켜보던 그들은 루시가 흡혈귀가 되어 아이를 납치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그녀의 영혼에 안식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목을 자르고 심장에 나무 말뚝을 박는 것 뿐이었다.

행방불명 되었던 조너선이 수막염에 걸려 병원에 있다는 연락을 받은 미나는 조너선을 데려와 극진히 간호한다. 어느 정도 몸을 추스린 조너선이 미나에게 자신이 드라큘라 백작의 성에서 겪었던 일을 기록한 일기장을 건내며 꼭 봐야만 하는 시점에 읽어보라고 말한다. 조너선이 대로변에서 만난 한 사내 때문에 극심한 공포에 사로잡히는 것을 본 미나는 일기를 읽어볼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드라큘라 백작에 대해 알게된 그녀는 루시의 장례식을 통해 알게 된 반 헬싱 박사 등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한다. 퍼즐 조각이 맞춰지며 그들이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결정된다. 50개의 관을 찾아 성체성사에 쓰이는 빵을 놓아 무력화 시키고 한낮에 드라큘라가 무력해졌을 때 목숨을 빼앗는 것이 그것이다. 

이 시점에서 존 수어드 박사의 환자 중 렌필드의 행동이 유의미하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는 생명체를 먹으면 그 생명도 흡수할 수 있다고 믿는 망상증 환자였다. 그래서 설탕으로 파리를 꾀고, 파리를 이용해 거미를 잡아들인 후, 새와 고양이로 차츰 고등한 생물을 길러 잡아먹으려 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그가 생명체들을 잡아 먹는 것에 시들해 지며 이상 행동을 보인다. 그는 '주인님'이라는 단어와 '마신다'는 단어를 사용하며 이제 조그만 생명체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행동을 보였다. 문제는 그러다가도 다시 파리를 잡기 시작하며 돌변하기도 한다는 것이었는데, 병원 인근에 드라큘라의 은신처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진다. 드라큘라의 자기장 안에 들면 그는 사람의 피를 마셔 자신의 망상을 실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생명체를 수집하지 않았고, 드라큘라의 자기장으로부터 멀어지면 다시금 생명체를 수집했던 것이다.

반 헬싱 일행은 그의 은신처를 하나씩 찾아내 관을 파괴하기 시작한다. 이를 눈치챈 드라큘라 백작은 미나의 피를 마셔 정신의 끈을 만든다. 그녀를 통해 자신을 추격하는 이들의 동태를 파악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강한 정신력의 미나와 노련한 반 헬싱에게 역공을 당하자 급히 트란실바니아로 도망친다. 반 헬싱 일행의 집요한 추격 끝에 드라큘라 백작이 따라 잡힌다. 반 헬싱 일행이 드라큘라의 관 뚜껑을 열어 목을 자르자 한 줌 재로 화한다. 추적자들은 그럴 수 있으리라고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평화로운 표정이 그의 얼굴에 잠시 떠오르는 것을 뜻밖으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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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7년에 더블린에서 태어난 브램 스토커는 어릴 적 병약하여 어머니의 극진한 간호를 받는다. 그때 아일랜드의 전설과 괴기담을 들은 경험이 후에 공포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상당히 오랜 기간을 헨리 어빙의 매니저로 일했다. 헨리 어빙은 배우로서 기사 작위를 받은 인물이며 배우이자 극장 경영자로서 시대를 풍미한 인물이다. 그러나 브램 스토커가 매니저 일을 통해 많은 수입을 얻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이고, 책을 펴내 얻은 수입도 보잘 것 없었던 것 같다.
<드라큘라>는 프로이트주의자들에 의해 1970년대 이후 재조명 되며 활발히 재출간되고 읽혔다. 프로이트주의자들은 주로 성적인 측면과 무의식에 관한 해석을 시도했다. 

<드라큘라>는 영국적 가치와 기존 질서의 몰락에 대한 공포를 우의적으로 드러낸 소설이라고 생각된다. 트란실바니아 지방은 영국으로 보자면 자세히 알 수 없는 변방이었고, 동양에 가까웠으며, 기독교를 받아들인 시기도 매우 늦은 지역이다. 작품이 발표될 당시 영국은 기독교와 자본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세계를 호령하던 국가였다. 그런데 이러한 영국이 무너진다면 그 양상은 어떠할 것인가? 반기독교와 반자본주의적 가치에 의해 영국이 유린당할 가능성은 없을까? 
단 한 명의 흡혈귀가 영국 전역에 자신의 관을 놓아두고 마음껏 활보한다. 그리고 그가 피를 마신 사람은 모두 그의 뜻대로 행동하게 된다. 이러한 발상은 바로 강력한 영국이 아주 작은 균열로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반영하는 것은 아닐까?
반 헬싱 박사가 드라큘라 퇴치를 위해 내세우는 무기를 보면 십자가, 성체성사에 쓰이는 빵 등 기독교를 상징하는 물품들이고 그는 과학적 성과의 담지자이다. 과학과 종교를 한 몸에 체화한 그가 드라큘라를 무찌른다는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드라큘라는 매우 매혹적이다. 드라큘라는 처음 타인의 집에 들어갈 때 어떠한 방식으로든 집 주인이 들어오라는 말을 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가 없다. 루시는 스스로 밖으로 나가 드라큘라의 먹잇감이 된다. 브램 스토커는 그녀의 목과 몸을 분리시킨다. 육욕에 몸을 내맡긴 정조 없는 여성이므로 죽어 마땅하다 생각한 것일까? 저항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타국 남성에게 영국 여성이 몸을 내맡긴다는 불쾌한 상상이 빚은 잔혹한 운명인지도 모른다.
한편 미나 역시 드라큘라에게 물린다. 하지만 그녀는 강인한 정신력으로 드라큘라의 자기장에 저항한다. 이 시점에서 빅토리아 시대의 도덕으로 무장한  네 명의 신사가 등장한다. 조너선 하커는 드라큘라 백작의 성에서 한 차례 여자 흡혈귀들의 유혹을 받았지만 의연히 견뎌냈고, 나머지 청년들 역시 영국적 품격을 지닌 자들이다. (미국인 퀸시 모리스는 영국인 급으로 취급된다) 
결국 이들의 승리는 영국의 승리이고, 기독교의 승리이며, 자본주의의 승리이다. 그러나, 여전히 드라큘라가 압도적 매력을 지녔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그 점이 바로 공포스러운 점이다. 언제든 자신의 여자들이 그의 매력에 몸을 내맡길지도 모른다는 사실, 그 이상의 공포가 있을까? 브램 스토커가 <드라큘라>를 통해 보여준 공포는 바로  이러한 불안감을 반영한 우리 내면의 공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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