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와 철학자 펭귄클래식 12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박찬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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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와 철학자(Flappers And Philosophers)>
ㅇ 바다로 간 해적(The Offshore Pirate)

열 아홉의 아디타는 자유분방한 성격의 아가씨로 부유한 삼촌과는 사사건건 마찰을 일으킨다. 삼촌은 아디타에게 모어랜드 대령의 아들 토비를 만나보라고 권했지만 아디타는 바람둥이로 소문난 남자를 만나러 가겠다며 까탈을 부린다. 
아디타가 탄 배가 칼라일이라는 백인과 몇 명의 흑인들로 구성된 불한당들에 의해 탈취 당한다. 아디타는 겁을 먹기는 커녕 무인도로 도망치는 칼라일을 따라간다. 어느 순간 둘은 사랑에 빠지지만 국세청 배가 이들을 추격해 무인도로 들이닥친다. 국세청 배를 타고 온 삼촌은 아디타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아 처한 상황을 힐난하지만, 아디타는 끝까지 자신의 자유분방한 행동에 대해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는 태도를 취한다. 칼라일이 사실은 모어랜드 대령의 아들 토비였다는 것과 배를 탈취한 것도 연극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두 젊은이는 키스를 하며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o 얼음 궁전(The Ice Palace)

셀리 케롤이 해리 벨러미와 약혼했다는 소문이 동네에 퍼진다. 남부의 젊은이들은 셀리 케롤에게 왜 굳이 동네 청년이 아닌 북부 사람과 약혼했는 이해할 수 없다며 야속해한다. 해리 벨러미를 따라 북부로 간 셀리 케롤은 결혼을 앞두고 그의 주변 사람들을 만난다. 해리와 주변 사람들은 남부 사람들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 차 있었고 셀리 케롤의 정서와 맞지 않았다.
얼음 궁전으로 놀러 갔다가 셀리 케롤은 길을 잃고 헤메이다 의식을 잃는다. 깨어난 셀리 케롤은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히스테릭하게 외친다.
얼마 후, 고향으로 돌아온 셀리 케롤은 친구들과 수영이나 하며 한껏 게으름을 피운다.

o 머리와 어깨(Head And Shoulders)

겨우 열 세살에 프린스턴 대학에 입학하고 고전과 철학, 수학을 섭렵한 호레이스 타박스는 천재로 알려져 있었다. 그는 자신의 학문적 지평을 넓히기 위해 금욕적인 생활을 하며 철학 공부에 매진한다.
어느 날, 마르샤라는 여자가 호레이스 타박스를 찾아온다. 처음에 호레이스 타박스는 그녀의 매력에 저항하지만 곧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그녀와 사귀게 된다. 아이가 생기고 생계를 꾸리기 위해 호레이스 타박스는 곡예로 돈을 벌기 시작한다. 마르샤는 아이가 태어나기까지 심심파적으로 글을 쓰는데 출판사가 그녀가 쓴 글에 흥미를 느껴 책으로 출판 된다. 그녀의 소설은 곧 선풍적인 인기를 불러 일으킨다.
호레이스 타박스가 신문을 읽다가 깜짝 놀라고 만다. 신문에는 마르샤가 저술과 정신 분야를 담당하는 '머리'이고, 호레이스 타박스는 유연성과 민첩함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어깨' 역할을 하며 가정을 잘 꾸려가고 있다고 씌여 있었던 것이다. 

o 컷글라스 그릇(The Cut-Glass Bowl)

아름다운 해럴드 파이퍼 부인이 처녀 시절에 칼튼 캔비라는 청년으로부터 컷글라스 그릇을 선물 받는다. 파이퍼 부인이 곧 해럴드와 결혼할 것이라 밝힌 직후였다. 
해럴드 파이퍼 부인은 다른 남자와 약간의 불륜을 일으키고 있었는데 컷글라스 그릇을 정부가 떨어뜨리는 통에 남편이 알아채고 만다. 둘 사이가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또 그녀의 아이가 컷글라스 그릇에 손을 베어 불구가 되기도 한다. 컷글라스 그릇이 자신의 삶을 일그러뜨리고 있다고 생각한 해럴드 파이퍼 부인은 그릇을 내다 버리려 했지만 계단에서 그릇과 함께 굴러 떨어지고 만다.

o 버니스 단발머리를 하다(Bernice Bobs Her Hair)

버니스가 사촌 마조리의 집에 한동안 머물게 된다. 버니스는 기품이 있었고 아름다웠지만 남자들에게 지루하게 보이는 흠이 있었다. 그래서 남자들은 그녀와 춤을 추고 싶어하지 않았다.
처음에 마조리는 버니스에게 이런 저런 충고를 해줬지만 그녀가 듣질 않자 비아냥거리기 시작한다. 몇 번의 다툼 끝에 버니스가 남자들에게 인기를 얻기 위해 마조리의 충고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태도를 바꾸자 남자들이 신기하게도 버니스를 추앙하기 시작한다. 마조리는 막상 자신의 충고로 버니스가 남자들에게 인기를 끌자 말다툼 과정에서 버니스가 머리를 자르겠다고 한 말을 끄집어 내 충동질한다. 마조리에게 지기 싫었던 버니스는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길고 치렁치렁했던 머리를 단발로 자르고 만다. 머리를 자른 버니스는 아무런 특징도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남자들도 그녀를 더 이상 눈여겨 보지 않았다. 마조리는 그날 밤 보란듯이 긴 머리를 세심하게 땋으며 버니스를 비참하게 만든다. 울면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싼 버니스가 문득 생각난 듯이 마조리의 방으로 들어간다. 단잠에 빠져있는 마조리의 땋은 머리를 버니스는 가위로 잘라내고 홀가분하게 집을 떠난다.

o 성체강복식(Benediction)

로이스는 연인 하워드를 만나기 위해 주저하던 중 오빠를 만난 후 결정하기 위해 우체국에서 전보를 친다. 오빠 키스는 예수회 수도원에 들어가 십수년째 수련중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남매는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말들을 나누며 서로의 애정을 확인한다. 키스는 자신이 믿는 신념과 여동생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마음껏 피력했고, 로이스 역시 오빠를 만난 감회를 주체하지 못했다. 하지만 로이스는 자신의 자유분방한 성향에 비춰 수도사들의 절제된 삶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졌다. 성체강복식에 참석한 로이스는 급기야 정신을 잃고 만다.
오빠와 헤어진 로이스는 다시 우체국으로 가서 하워드에게 전보를 보내려다가 그만 둔다. 찢어진 전보 문구에는 그와 이별하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o 델리림플 잘못되다(Dalyrimple Goes Wrong)

전쟁에서 돌아온 델리림플은 자신이 영웅시 되고 있다는데 우쭐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명성은 사라지고, 사람들은 델리림플을 잊는다. 할 수 없이 점원으로 취직을 하지만 급여는 쥐꼬리만큼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델리림플은 정직과 신용으로 명성을 얻는 시대가 아니라고 생각하여 강도짓을 하기로 결심한다. 직장을 갑자기 그만 두면 의심 받을까봐 낮에는 꾸역꾸역 직장에 나가고 밤에는 노상에서  행인을 털거나 하거나 남의 집 담을 넘었다.
어느 날 엘르페드 J.프레이저라는 정치권 인사가 델리림플에게 만나자고 청한다. 그는 델리림플을 한동안 지켜보았다고 했다. 영웅 취급을 받으며 우쭐해져 성실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는지, 아니면 끈기있게 하찮은 일도 해내는 인물인지를 관찰했다는 것이다. 그는 델리림플을 정치에 입문시켜 주 상원에 '넣어주겠다'고 했다. 메이시 사장 역시 델리림플에게 잘 참아내었다며 악수를 청한다. 하지만 델리림플은 왠일인지 눈물이 났다.

o 네 개의 주먹(The Four Fists)

새뮤얼 매러디스는 살면서 네 번 주먹을 맞았다. 
첫번째 주먹은 기숙 학교 룸메이트가 날린 주먹이다. 매러디스가 주변 아이들과 동화되지 못하고 깔끔을 떨자 날아온 주먹인데 룸메이트와 맞서 싸우지 않고 주먹을 날린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본 매러디스는 이때 자신의 든든한 지원자를 얻게 된다. 
두번째 주먹은 노동자가 날린 주먹이다. 숙녀에게 자리를 비키지 않았다며 힐난하는 그에게 노동자가 주먹을 날렸고, 순간 매러디스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다. 가족을 돌보기 위해 하루 종일 일한 그가 자리에 앉을 권리를 자신은 겉만 번드르르한 매너를 내세워 박탈하려 했던 것이다.
세번째 주먹은 불륜녀의 남편이 날린 주먹이었다. 이번에도 턱에 가해진 충격과 함께 매러디스는 한 가정을 지키려는 남자의 눈물 젖은 주먹이 자신을 창피하게 했음을 깨닫는다.
마지막 네번째 주먹은 목장주가 날린 주먹이었다.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 삶의 터전을 지키려던 목장주의 주먹은 매러디스에게 거래에도 도덕이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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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가씨와 철학자들>에 수록된 단편들은 스콧 피츠제럴드의 일급 소설이라고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구성이 엉성한 작품도 있고, 계몽적인 옛이야기처럼 질박한 맛은 있지만 세련미는 기대하기 어려운 작품도 있다.
소설에 수록된 아가씨들은 하나같이 기존의 도덕 관념을 거부하고 자유분방하게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행동하는 캐릭터들이다. 삼촌이 주선하는 만남을 거부하고 해적에게 빠져드는가 하면, 사랑하는 오빠가 설파하는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불륜을 저지르기도 하고, 몰랐던 재능을 한껏 발휘하여 남자들을 주눅 들게 만들기도 한다. 그들의 운명이 해피엔딩으로만 끝나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남자가 선물로 준 컷글라스 그릇 때문에 운명이 송두리째 뒤바뀌어 비극으로 끝나기도 한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여성들을 기존의 도덕관념으로는 설명할 수 없게 된 시대상을 피츠제럴드는 날카롭게 포착하여 '재즈 시대'의 여성들로 표현해 냈다. 문제는 '철학자'들이다. 철학자들은 이러한 여성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아직 모르고 있다. 그들은 여성들에게 배신당하고(<얼음 궁전>의 해리, <컷글라스 그릇>의 해럴드), 그들의 명성에 가리워져 기껏해야 광대 놀음으로 돈을 벌고(<머리와 어깨>의 호레이스 타박스), 새로운 가치관을 받아들여 잘 해냈다고 생각하는 순간 추락한다.(<델리림플 잘못되다>)
이러한 자유분방한 '아가씨'와 시대에 적절히 순응하지 못한 '철학자'의 이야기는 후에 <위대한 개츠비>에서 좀 더 적나라하게 표현된다. 데이지와 개츠비는 <아가씨와 철학자>들의 확장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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