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처럼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할아버지의 1주기를 맞아 도리고에 집안 식구들이 모두 모인다. 도리고에 집안의 손자는 모두 다섯인데 모두들 할머니의 '괜찮아 오오라' 덕분에 사춘기를 무사히 넘긴 경험을 갖고 있다. 부모님께 혼이 나면 할머니 집으로 도망을 갔고, 고민이 생겼을 때 그저 할머니 곁에만 있어도 어찌어찌 해결이 되는 기억들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런 할머니가 최근 의기소침해진 듯 하자 손자들이 할머니를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한다. 그러다가 할머니가 할아버지와 영화를 보고 무척 즐거웠다는 얘기에 힌트를 얻어 구민회관을 빌려 그당시 할머니가 보았던 영화 <로마의 휴일>을 상영하기로 한다. 어렵사리 셀룰로이드 35밀리 필름을 구하고, 손으로 직접 포스터를 그려 붙이기도 한다. 동네사람들에게도 개방하였는데 뜻밖에 반응이 좋아 객석이 만원이 된다. 함께 옛날 영화를 보며 웃고, 박수치고 하는 사이 할머니의 '괜찮아 오라'는 완벽하게 부활한다. 

 

책에 수록된 단편들은 제일 마지막에 실린 <사랑의 샘>을 중심으로 서로 간섭하고 교차한다. 

재일교포를 주인공으로 영화감독이 된 현재의 '나'가 용일과의 우정을 반추하는 <태양은 가득히>, 의약품 부작용에 관련되어 자살한 남편을 둔 여주인공이 비디오가게 아르바이트생이 추천해주는 영화를 보며 다시금 세상에 발을 내딛게 된다는 내용의 <정무문>, 왕따당한 짝 이시오카를 좋아해 그녀의 집안 내력을 듣고 난 뒤 이시오카의 아버지를 납치하는데 가담하는 <프랭키와 자니>, 이혼한 부모를 둔 어린 소년과 남편을 조직폭력배에게 잃고 복수를 결심한 아줌마와의 우정을 그린 <페일 라이더> 가 수록되어 있고, 각각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구민회관에서 상영되는 <로마의 휴일>을 관람하러 온다.

 

<시네마 천국>에 등장하는 마을이야말로 인간이 향수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곳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에 소설 <영화처럼>을 읽으면서 내내 즐겁고 행복한 느낌을 받았다. 더욱 기쁜 사실은 소설에 차용된 영화들 중 <정무문> 외에는 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기대감을 갖고 볼 영화 목록이 늘어난 데 대해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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