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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전.전우치전.임진록 ㅣ 범우 사르비아 총서 214
허균 외 지음, 전규태 옮김 / 범우사 / 2001년 11월
평점 :
품절
o 홍길동전(洪吉童傳) - 허균
조선 세종 시절 재상 홍모(洪某)가 용몽(龍夢)을 꾼 후 부인 유씨와 친압(親狎)코자 하였으나 유씨가 거절하자 시비(侍婢) 춘섬과 친압하여 낳은 서자가 홍길동이다. 길동이 총명하나 서자로 태어난 까닭으로 호부호형하지 못하였으며 이로 인해 슬퍼하였다. 그러던 중 기생 출신 곡산모 초란(楚蘭)이 무녀와 자객 특재(特才)를 끼고 길동을 해하려 한다. 길동이 잠깐 팔괘를 벌여보고 운수 불길함을 알아차려 도리어 무녀와 특재를 죽인 후 아비에게 작별을 고한다. 아비가 슬퍼하며 호부호형을 허락한다.
부모를 이별하고 표박하다 의적에 들어 괴수(魁首)가 된다. 이후로 길동이 자호(自號)를 활빈당(活貧黨)이라 하여 조선 팔도를 돌며 각읍 수령의 불의한 재물이 있으면 탈취하여 가난한 백성을 도왔다. 이에 상(上)이 근심하며 길동을 잡고자 길동의 배다른 형 홍인형(洪仁衡)으로 하여금 길동을 달래는 방을 붙이도록 한다. 팔도에서 길동의 분신들이 잡혀 왔으나 진짜 길동은 잡히지 않았다. 상이 정 길동을 잡기를 다시 행관(行關)하여 팔도에 내리니 길동이 스스로 병조판서 교지(敎指)를 내리면 스스로 잡히리라는 방을 붙인다. 이에 상이 길동에게 병조판서 교지를 내리니 스스로 상 앞에 나와 병조판서가 되어 일시 조정에 거한다. 그러나 천비 소생으로 문(文)으로 옥당(玉堂)에 막히고 무(武)로 선전(宣傳)에 막힘을 한탄하며 무리를 이끌고 남경 땅 저도로 간다. 이 즈음 아버지 홍판서가 앓다가 사망하니 길동이 길지(吉地)를 택해 아비를 장사지낸다. 다시 저도로 돌아온 길동은 영웅을 모아 무예를 익히며 농업에 힘써 병정 양족한지라, 남해 중에 율도국(硉島國)을 침범하여 평정한 후 왕이 되어 대대로 계계승승하여 태평성대를 누린다.
한글로 씌여진 최초의 소설로 작자(허균)와 시대(광해군)가 분명할 뿐 아니라 우리 나라를 무대로 삼고 있어 국문학사상 큰 의의를 지닌다.
허균(1569~1618)은 조선조 선조·광해군 때 사람으로 호는 교산(蛟山)이다. 서경덕의 수제자였던 허엽(許曄)의 셋째 아들로 태어나 26세에 문과 장원 급제한 후 삼척 부사, 형조 정랑, 형조 판서 등을 거쳐 좌참찬에 이른다. 서류(庶類)를 차별 대우하는 제도에 반발하여 서류 출신 문인들과 친교를 맺었으며 조정의 부패상과 광해군의 폭정에 대항한 혁명을 획책하다 발각되어 죽음을 당하게 된다.
o 전우치전(田禹治傳) - 작자미상
시대적 배경 설정은 명확하지 않고 작자 또한 미상이다. <홍길동전>과 흡사한 대목이 많고 일부는 본딴 흔적도 많다. 다만 <홍길동전>에 비해 스토리가 일관되지 못하다.
실존 인물을 모델로 했다고도 전해지는데 선조(宣祖)때 전라도 담양 사람으로 지방에서 대수롭지 않은 벼슬아치 노릇을 하다가 송도로 올라와 숨어 살았으며, 도술에 제법 능했다고 한다.
갖은 조화를 부려 탐관오리를 벌하고 조정의 실정을 비웃던 전우치가 도술이 능한 화담 서경덕과 함께 태백산으로 들어가 도를 닦는다는 줄거리이다.
o 임진록(壬辰錄) - 작자미상
임진왜란 이후 겨레의 자존감을 세우고 왜군에 대한 정신적 보복을 목적으로 지어진 거짓 문학으로 여러 가지 한계가 많은 작품이다. 순 한글로 적힌 소설로 작가는 알려져 있지 않고 겨레의 울분을 푸는 것이 목적이었던 탓에 실제 사실과는 전혀 맞지 않거나 허황된 내용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일례로 김응서가 일본의 항복을 받으러 갔다가 함께 간 장수 강홍엽의 배신으로 결국 사망하고 만다는 임진록의 내용은 날조에 가까운 내용으로 실제 김응서와 강홍엽은 일본에 간 적이 없고 명나라의 요청을 받고 후금군과 싸우다가 전세가 불리하자 후금에 투항한 인물들이다.
마찬가지로 사명당을 서산대사의 제자로 설정한 후 그가 일본으로 가 생불을 자처하며 뜨거운 구리방에 들어가 도술로 견디고 삼백육십간 병풍에 쓰인 글자를 천리마를 타고 지나가며 왼다든가 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다.
한편 명나라 장수 이여송을 제일 윗길로 치고, 삼국지의 장비가 환생하여 조선왕이 되었다는 등의 사대사상도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