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꽃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6
노발리스 지음, 김재혁 옮김 / 민음사 / 200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발리스의 본명은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필립 폰 하르덴베르크이다. '노발리스'라는 필명은 라틴어로 '새로운 땅을 개척하는 자'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한다. 

<푸른 꽃>의 원제는 <하인리히 폰 오프터딩엔(Heinrich von Ofterdingen)>이다. 노발리스가 이 소설을 구상하면서 중세 후기의 성담(聖譚) 전설들을 참조하였는데 하인리히는 이 전설에 등장하는 인물로 13세기 초엽에 기사 시인인 볼프람 폰 에셴바하, 발터 폰 포겔바이데와 함께 발트부르크에서 노래 시합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푸른 꽃>이라는 제목은 시인 하이네가 자신의 평론 <낭만파>에서 "이 작품 곳곳에서 푸른 꽃이 번쩍이고 드높은 향기를 풍긴다"고 말한 것으로 부터 유래하여 부제가 '푸른 꽃'인 것으로 알려진 것이다.

 

작품은 1부 <기대>, 2부 <실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노발리스가 2부 초반을 쓰다가 사망하였기 때문에 이 작품은 미완의 유고작이다. 

 

1부 1장~8장은 하인리히가 낯선 세계와 접촉하고 많은 이야기들을 들으며 시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튀링겐 지방의 아이제나흐라는 도시에서 유복한 가정의 아들로 태어난 하인리히는 어느 날 낯선 나그네가 들려준 이야기에 매혹당한다. 낯선 나그네는 보물들과 푸른 꽃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하인리히는 이 푸른 꽃 이야기에 매혹당한다. 2장은 어머니와 하인리히가 상인들을 따라서 어머니 고향인 아우크스부르크를 향해 여행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하인리히는 상인들로부터 아리온의 전설과 아틀란티스 이야기를 듣는다. 그들은 시인이 얼마나 특별한지에 대해 하인리히에게 들려준다. 4장에서 하인리히는 동방의 여인 출리마를 만나 류트와 노래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5장에서는 보헤미아 출신의 늙은 광부와 은둔자 호엔촐레른 백작 이야기를 듣고 6장에서 아우크스부르크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하인리히는 새로운 시의 스승 클링스오르와 그의 딸 마틸데를 만난다. 마틸데는 곧 하인리히의 뮤즈가 되고, 그녀가 곧 푸른 꽃이 된다. 7장은 클링스오르의 가르침이, 8장은 시의 목표와 임무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1부 9장은 클링스오르가 들려주는 동화이다. 줄거리는 복잡하고 상징과 은유로 가득 차 있다. 해설을 쓴 김재혁의 글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9장의 동화는 에로스와 파벨에 대한 알레고리적인 동화인데, 아르크투르스의 별의 세계는 얼음으로 굳어 있고, 프라이아(평화의 정신)는 영원한 잠에 빠져 있다. 이 동화에서 아버지(감각)와 어머니(마음)는 아이를 하나 두고 있는데, 그것은 에로스(사랑)이다. 기니스탄(상상력)도 딸을 하나 두고 있는데 바로 파벨이다. 기니스탄은 에로스와 함께 자기 아버지가 있는 달로 여행한다. 바로 그때 서기(이성)가 모반을 일으켜 어머니를 사로잡아 화형에 처한다. 파벨만이 지하 세계로 도망쳐 운명의 여신들을 제압한다. 소피(지혜)가 희생당한 어머니의 재를 물그릇에 담아 모두에게 마시라고 하자 곧 모두의 가슴속에서 어머니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된다. 파벨이 마침내 아르크투르스의 왕국에 도착하여 얼음을 녹게 하고 에로스를 프라이아에게 데리고 가 그녀와 결합시켜 준다. 그녀는 그와 힘을 합쳐 여왕으로서 새로운 황금시대를 다스린다. 에로스의 방랑은 인간의 타락과 구원을 상징하는 일종의 순례이자 정화의 과정이다. 

이 동화에서 태양은 계몽주의를, 서기와 그 일당은 합리주의 정신을 상징한다. 반면 파벨은 시에 대한 환유이다. 지루하고 단조로운 합리주의가 시적인 자발성과 보편적 사랑 앞에 길을 양보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이 동화는 결국 낭만주의의의 승리를 그린 노발리스의 알레고리적인 동화인 것이다.

 

2부는 하인리히와 마틸데의 첫 키스로 태어난 아스트랄리스의 이야기이다. 2부에서 마틸데는 죽은 것으로 되어 있다. 하인리히가 실제 사랑했던 소피 폰 퀸 역시 노발리스와 알게 된지 3년이 못 되어 폐병으로 죽은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인리히는 마틸데의 죽음에 괴로워하며 방랑하다가 노인을 만나 양심의 본질에 대해 토론하고 황금시대의 도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1801년 3월 소피가 죽은지 거의 사 년째 되던 날 노발리스 역시 폐병으로 세상을 뜨게 된다. 

 

노발리스는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에 대한 일종의 도전적인 작품으로 <푸른 꽃>을 썼다고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클링스오르의 모델은 괴테에서 찾았으며 시에 있어서 질서와 절제를 강조하는 면 역시 괴테를 따랐다고 한다. 

노발리스는 소설 속에서 시인을 단지 시를 읊는 자가 아니라, 미래를 예언하고 세상에 균형과 조화를 가져오며 인간의 마음에 불꽃을 일으키는가 하면 하느님과 보이지 않는 교류를 통해 지상에 하늘나라의 지혜를 알릴 수 있는 비밀스러운 사람으로 그리고 있다. 그리하여 영웅들보다 더 훌륭하고 한 나라의 국왕보다 알고 지낼 가치가 있는 것이 바로 시인이라고 노발리스는 이야기한다. 노발리스가 말하는 시인(詩人)은 철인(哲人)과 같은 이상적인 인간이다. 

일신의 영달을 위해 매문(賣文)을 일삼고, 정작 제대로된 글은 쓰지도 못하면서 SNS에 일기나 써대며 작가연하는 가짜들이 판치는 지금, 노발리스가 이야기하는 시인은 얼마나 낯선가? 

 

http://blog.naver.com/rainsky94/8020982384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