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테라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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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Jimi Hendrix Live At Woodstock> 비디오 클립을 우연히 보았는데 그 연상작용 때문이었는지 박민규의 <카스테라>를 주말 동안 읽게 되었다. 언젠가 <카스테라>가 지미 헨드릭스의 앨범 <Are You Experienced?> 와 같은 열 개의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써놓은 것을 봤기 때문이다. 작가는 여기에 수록된 대부분의 단편이 연극배우나 기타리스트, 소설가 등 지인에게 헌정하기 위해 쓰여졌다고 밝히고 있다. 

 

박민규의 소설을 읽을 때면 언제나 자연스럽게 고개를 드는 두 가지 질문이 있다.

 

첫번째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우리나라 젊은 소설가들에게 미친 영향력과 모방에 대해서 동종 업계 종사자들이 왜 함구하는가 이다. 물론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체 역시 독창적이라기보다는 그 스스로도 밝히고 있듯이 레이먼드 챈들러에게서 빌어온 것이니 비단 '하늘 아래 새로울 것은 없다' 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할 말은 없다.

어쨌거나 박민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체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노골적으로 차용하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개구리군, 도쿄를 구하다>를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의 소설들이 작품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이외수(그가 소설가로 자처할 수 있는 시효는 몇십년 전에 끝났거나 애초에 없었다고 생각하지만)나 김영하는 박민규의 독창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알 수 없는 일이다.

 

두번째 의문은 박민규는 68년생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소설들에서는 73~75년생 정도의 문화적 코드를 드러내고 있다. 그것이 전략적인 것인지, 아니면 특수한 사정이 있었던 건지는 모르지만 흥미로운 부분이다.

 

수록된 열 개의 단편은 모두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든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과 다른 점이라면 하루키 소설에서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 자체가 모호한 반면, 박민규는 언제나 현실로 되돌아오기 위한 환상을 그린다는 점이다. 그의 환상은 현실에 대한 오마쥬로서의 환상이다.

박민규 소설에 나오는 젊은이들은 어떤 '전형'은 될지언정 '전망'을 그리는 인물들은 아니다. 하지만 그 점 덕분에 박민규 소설에 우호적인 독자가 많은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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