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시스터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5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필립 말로의 사무실에 오파메위 퀘스트라는 아가씨가 찾아와 오빠 오린 퀘스트를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그녀는 촌스러웠고, 돈이 별로 없었으며, 청교도적인 도덕에 얽매인 아가씨였다. 말로는 20달러에 그녀의 의뢰를 받아들인다.

오린이 마지막으로 살았던 아파트에 도착한 말로는 그곳이 마약 거래와 관련된 장소임을 알게 된다. 돈을 세고 있던 똘마니를 쫓아낸 후 오린의 방에 올라가봤지만 그는 이미 어딘가로 사라진 뒤였다. 대신 엉뚱한 자가 오린의 방에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힉스였다. 적당히 겁을 준 후 내려와보니 관리인이 얼음송곳에 뒷목을 찔려 죽어 있었다.

얼마 후 말로의 사무실에 햄블턴 박사라고 자칭하는 자가 전화를 걸어온다. 그는 무언가 말로에게 맡길 것이 있다면서 100달러를 제시한다. 말로는 햄블턴 박사가 힉스임에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그가 묵고 있는 호텔로 간다. 하지만 그 역시 시체로 발견된다.

현장에서 한 여성이 얼굴을 가린 채 빠져나가려다가 말로와 맞닥뜨린다. 그녀는 말로를 권총으로 위협한 후 사라진다. 말로는 그녀가 자신에게 총을 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범인은 따로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온통 어질러진 현장을 보고 그들이 힉스에게서 무언가 찾으려 했음을 알고 힉스의 가발에서 사진 보관증 하나를 찾아낸다.

찾아온 사진에는 더 댄서스라는 식당에서 식당 주인 스틸그레이브와 유명 여배우 메이비스 웰드가 식사하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말로는 스틸그레이브가 들고 있는 신문을 자세히 관찰한 후 그 사진이 스틸그레이브를 곤란에 처하게 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얼마 전 범죄 조직의 두목 서니 모 스타인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위피 모이어가 유력한 용의자였지만 그는 경찰에 의해 체포당해 있었으므로 알리바이가 완벽했다. 위피 모이어가 스틸그레이브로 행세하는 것이 분명했는데, 그 사진에 찍인 신문 날짜는 공교롭게도 모 스타인이 살해당한 날이었다. 따라서 그 사진은 위피 모이어(=스틸그레이브)의 알리바이를 깨는 증거였던 것이다.

 

소설은 반전을 거듭한다. 오파메이 퀘스트의 가면이 벗겨지고, 메이비스 웰드가 오파메이의 언니라는 것이 밝혀지며, 돌로레스 곤잘레스가 행한 범죄가 드러난다. 그래서 소설을 끝까지 읽기 전에는 각각의 범죄를 행한 사람이 누군지 알기 어려운데, 끝까지 읽더라도 모호함은 남는다. 레이먼드 챈들러 식의 결말이다.

레이먼드 챈들러가 남긴 6권의 말로 시리즈 중 다섯 번째 작품인 <리틀 시스터>는 챈들러가 헐리우드에 뛰어든 이후에 쓴 작품이다. 영화 속 헐리우드는 비정하고 추악하게 묘사되어 있으며 말로는 노쇠하고 체념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빅 슬립>에서 시종 일관 경쾌한 농담을 주고 받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리틀 시스터>는 <말로우(Marlowe)>라는 이름으로 1969년에 영화화 되었다. 폴 보가트가 감독이고 제임스 가너가 말로우 역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출연진에 이소룡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소룡은 이 작품에서 말로가 조사를 그만두도록 종용하는 깡패 역으로 나온다고 한다.

또 한가지 일화로 레이먼드 챈들러가 헐리우드에 뛰어들어 제일 처음 했던 작업이 제임스 M.케인의 <이중배상> 각본 작업이었다고 한다. 레이먼드 챈들러는 제임스 M.케인을 매우 노골적으로 싫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케인이 만지는 것은 하나같이 숫산양처럼 냄새가 아주 지독합니다. 그는 내가 싫어하는 작가의 모든 점을 갖추고 있지요. 얼렁뚱땅 넘어가버리는 순진성, 기름 냄새 나는 작업복을 입은 플루트 연주자......그런 인간은 한마디로 문학의 비곗덩어리입니다. 더러운 것을 쓰기 때문이 아니라, 더러운 것을 아주 더럽게 쓰기 때문이죠'

 

이와 같은 지독한 험담을 했으나 막상 돈을 위해 헐리우드에 뛰어든 뒤에는 그의 작품을 각본화 했고, 좋은 평을 얻는다. 제임스 M.케인 역시 만족했다고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