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층의 사각지대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147
모리무라 세이치 지음, 김수연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8월
평점 :
7월의 어느 날, 팰리스 사이드 호텔 3401호실에서 호텔의 사장 구주 마사노스케가 살해당한채 발견된다. 팰리스 사이드 호텔은 구주 마사노스케의 선견지명과 공격적인 투자 덕분에 업계에서 선두 위치를 고수하고 있었는데, 최근 도쿄 로열의 추격을 받고 있었다. 도쿄 로열은 팰리스 사이드를 압도할 정도의 초고층 빌딩을 건설한 후 항공사와 여행사를 경영에 참가시켜 단체 고정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에 구주 마사노스케는 미국 최대의 호텔업체 크레이튼과의 업무 제휴를 통해 위기를 돌파하려 하였다.
그러던 시점에 구주 마사노스케가 살해당한 것인데, 그가 살해당한 객실 3401호실은 밀실이었다. 객실에는 총 4개의 키가 존재하는데 고객이 가지고 있는 키, 메이드 주임이 해당 층만을 열 수 있는 '플로어 패스키', 프런트에 보관되는 '스페어 키', 마지막으로 지배인이 보관하며 호텔의 모든 방을 열 수 있는 '그랜드 마스터 키'가 그것이다. 하지만 살해당한 방 안에 키는 놓여 있었고, 나머지 세 개의 키도 사용된 흔적이 없었으므로 사건은 초동부터 난황을 보인다.
구주 마사노스케의 비서 아리사카 후유코만이 밀실 트릭을 실현할 수 있는 용의자였으나 그녀에게는 철벽같은 알리바이가 있었다. 바로 수사1과 형사 히라가와 밤을 지세웠다는 것이다. 히라가는 자신이 그녀의 알리바이를 보증하는 증인으로 이용되었음을 알아차리고 그녀의 뒤에 어른거리는 공범의 존재를 느끼며 괴로워한다.
아리사카 후유코에 대한 경찰의 알리바이 깨기가 진행되던 중 이번에는 그녀가 후쿠오카에서 살해당한다. 그녀는 누군가에 의해 독극물에 중독되었는데 화장실 변기에서 찢어진 종이 조각이 발견된다. 종이는 글씨가 번져 잘 알아볼 수 없었으나 청첩장 내용의 일부가 분명해보였다. 이를 통해 그녀를 살해한 자의 이름이 '구니오' 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수사가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동종 업계 종사자 중 동일 인물을 가진 사람을 추려내던 수사팀은 도쿄 로열에서 출세 가도를 달리고 있는 하시모토 구니오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절대 깨지지 않을 것 같은 알리바이가 있다. 사건 당일 다른 호텔에 체크인과 체크아웃한 기록이 있는 것이다.
<고층의 사각지대>는 1969년도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으로 모리무라 세이치의 출세작이다. 그의 등장으로 일본 미스터리계의 3회 붐이 완성되는데, 1회는 전후 요코미조 세이시의 본격미스터리 붐이고, 2회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사회파 미스터리 붐이며, 마지막 3회가 모리무라 세이치의 등장이다.
모리무라 세이치는 데뷔 초기 현대 사회의 비정한 일면을 날카롭게 파해치며 본격미스터리 계열의 작품을 써냈다. <고층의 사각지대>는 그가 실제 호텔맨으로서 10여년간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써낸 작품인데 호텔 업계 종사자들이 내부 사정을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항의하는 해프닝 마저 있었다고 한다.
작품 중 범인은 비교적 일찍 특정되지만 문제는 밀실트릭과 알리바이이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점과 선>을 연상시킬 정도로 형사들은 우직하고 성실하게 트릭과 알리바이 붕괴를 위해 발로 뛰며, 그 결과 장애물을 하나 하나 제거해 나간다. 밀실트릭은 열쇠에 달려 있는 패찰을 아리사카 후유코가 바꿔치기 하여 구주 마사노스케와 메이드의 눈을 일시 속인다는 비교적 명쾌한 설명으로 해결이 되지만, 하시모토 구니오의 알리바이는 수많은 장치들이 우직한 형사들을 좌절하게 만든다.
수사팀은 도쿄에서 후쿠오카까지의 지리적 거리를 11시간 동안 왕복하며 살인을 해야하는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이 비행기라는 운송 수단을 이용하면 해결된다고 생각하고 승객 명단에 집착하지만 명단에 하시모토는 없다. 우회 비행기편을 조사하여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해결이 되지 않는다. 타이완에 가서 아무런 볼 일도 보지 않고 곧바로 일본 국내선으로 환승을 한다는 허를 찌르는 범인의 행동과 숙박 카드 트릭 등 본격물 마니아를 만족시켜줄 다양한 장치들이 장애물 경주의 허들처럼 독자를 기다리고 있는 작품이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206998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