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가게 재습격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o 빵가게 재습격

 

어느 날 '나'와 아내는 참을 수 없는 공복감 때문에 깨어난다. 당시 '나'는 법률사무소에 다니고 있었고, 아내는 디자인스쿨에서 사무를 보고 있었다. '나'는 친구와 빵가게를 습격했던 이야기를 꺼낸다. 꼭 그 이야기를 해야 할 필연성 따윈 없었지만, 어쩌다보니 얘기가 나온 것이다.

10년도 전에 친구와 빵가게를 습격했을 때 빵가게 주인은 바그너의 <서곡집>을 틀어놓고 있었다. 가게 주인은 자신과 함께 레코드를 끝까지 들어준다면 가게 안의 빵을 마음껏 가져가도 좋다고 제의했고, '나'와 친구는 별다른 생각 없이 <탄호이저>와 <방황하는 네델란드인>의 서곡을 들은 후 빵을 가방에 쑤셔넣고 나왔다.

아내는 지금 느끼는 공복감은 분명 당시의 기묘한 상황에서 온 저주라고 하며 다시 한번 빵가게를 습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둘은 24시간 운영하는 빵집을 열심히 찾지만 끝내 못 찾고 맥도날드를 습격하여 빅맥 서른 개를 강탈한 후 적당한 빌딩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말없이 먹어치운다. '나'는 꿈 속에서 보았던 해저 화산의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음을 깨닫고, 보트 바닥에 누워 밀물이 적당한 곳으로 실어다 주기를 기다린다.

 

o 코끼리의 소멸

 

마을 교외에 있던 작은 동물원이 경영난을 이유로 폐쇄되자 마을에서 코끼리를 떠안는다. 함께 온 사육사는 와타나베 노보루라는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노인이었는데 코끼리와 의사소통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별일 없이 1년쯤 시간이 흐른 후 어느 날 코끼리가 사라지는 사건이 일어난다. '나'는 그 코끼리에 관해 흥미가 있었기 때문에 신문기사를 빠짐 없이 스크랩하고 있었고, 때로 코끼리를 보러 뒷동산에 오르기도 했었다. 코끼리는 발자국도 남기지 않았고, 족쇄가 풀린 흔적도 없었기 때문에 사라졌다고 보는 것이 옳았지만 모두들 그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고 열심히 코끼리를 수색했다. 코끼리는 끝내 발견되지 않는다.

 '나'는 코끼리가 소멸했다는 사실을 마음 속으로 받아 들이고 있었고, 가전 제품을 파는 세일즈맨이 된 후에 이 이야기를 호감을 갖게 된 여자에게 들려준다.

 

o 패밀리 어페어

 

여동생과 그런대로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해 주며 평화롭게 살아왔지만, 그녀에게 와타나베 노보루라는 이름의 남자 친구가 생기자 평화가 깨어진다. 여동생은 '나'의 시각이 편협하다고 비난했고, '나'는 여동생의 남자 친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여동생이 남자친구를 소개시켜 주는 자리에서 '나'는 최소한의 할 도리만 한 후 여자를 만나 술을 먹고 관계를 맺는다.

어느 날 밤 늦게 집에 돌아가자 여동생이 와타나베 노보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다. '나'는 '나쁜 사람 같진 않고 집 안에 한 명쯤 그런 사람이 있는 것도 괜찮다'는 평이한 답을 내놓는다. 여동생은 오빠를 아주 좋아하지만 세상 사람 모두가 오빠와 같을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렇겠지'라는 답을 한 나는 주름 하나 없는 시트에 누워 너무 지쳤다는 생각과, 눈을 감으면 잠이 어두운 그물처럼 머리 위에서부터 소리 없이 내려올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o 쌍둥이와 침몰한 대륙

 

쌍둥이와 헤어진 지 반년 정도 지났을 즈음에 '나'는 그녀들의 모습을 우연히 사진 잡지에서 발견한다. 잡지를 깨끗이 잘라내 주머니에 넣은 후 사무실에 돌아오니 동업자 와타나베 노보루는 나가고 없었다. 어질러진 사무실을 기계적으로 치운 후 옆 치과에서 일하는 메이라는 아가씨와 잡담을 나눈 후 그녀에게 저녁이라도 함께 하지 않겠냐고 제의하지만 그녀는 선약이 있다고 했다. '나'는 처음본 여자와 잠자리를 한 후 꿈 이야기를 한다. 매번 꿈의 내용은 엇비슷했는데, 어떤 인부가 벽 앞에 또 다른 장식벽을 쌓고 벽과 벽 사이에 쌍둥이가 있다는 내용이다. 여자는 꿈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이야기만은 참을성 있게 들어준다.

'나'는 결국 사람은 어떤 상황에도 스스로를 동화시켜 가고, 아무리 선명한 꿈도 결국은 선명하지 못한 현실 속으로 들어가 소멸해 마침내 그런 꿈이 존재했다는 것조차 떠올릴 수 없게 되리라 생각한다.

 

o 로마 제국의 붕괴, 1881년의 인디언 봉기, 히틀러의 폴란드 침입, 그리고 강풍세계

 

기상도에는 어디에도 태풍 표시 따윈 없어서 전성기 로마제국처럼 평화로워 보였지만 강풍이 불어온다. 2시 36분에 전화가 걸려 와서 '나'는 여자친구일 거라 생각하고 받았지만 전화기 속에서는 "휘이이이이이잉" 하는 바람 소리만이 1881년에 일어난 인디언의 봉기처럼 일제히 수화기 속에서 날뛰고 있었다. '나'는 어제 메릴 스트립의 <소피의 선택>을 보았는데 영화 속에서 히틀러가 폴란드를 침입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런데 '나'는 그것이 어제의 일이라고 착각한다. 3시 48분에 또다시 전화벨이 울린다. 이번엔 여자친구다. 여자친구는 굴 전골 재료와 눈가리개를 가지고 우리 집으로 올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일기를 쓰기 위해 오늘 하루 일어난 일을 간단히 메모한다. ① 로마제국의 붕괴 ② 1881년의 인디언 봉기 ③ 히틀러의 폴란드 침입

 

o 태엽 감는 새와 화요일의 여자들

 

스파게티를 삶고 있을 때 여자가 전화를 걸어 온다. 그 여자는 막무가내로 10분만 얘기하고 싶다고 하지만 나는 이런 저런 핑계로 전화를 끊는다. 당시 '나'는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다가 그만 둔 상태였고, 해야 할 일은 없었다. 아내는 고양이 와타나베 노보루를 골목에 가서 찾아보라고 했었다. 다시 여자가 전화를 걸어온다. 여자는 '나'에 대해 잘 안다고 했고 음담패설을 늘어 놓았다. 전화를 끊은 후 골목을 탐험하던 나는 오토바이 사고에서 아직 회복되지 않아 다리를 저는 소녀를 만난다. 소녀는 고양이를 보았다고 말한다. 잠시 소녀와 잡담을 하던 나는 소녀의 권유로 낮잠을 잔다. 일어나보니 소녀는 없었고 '나'는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돌아온 아내는 '나'에게 '당신이 고양이를 죽였다'는 억지를 쓰고, 나는 뭔가 항변하려다 그녀가 울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만둔다. 와타나베 노보루와 태엽감는 새에 관해 생각하던 차에 전화가 울린다. 음담패설을 늘어 놓았던 그녀 같다. 아내도 나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읽는 내내 들국화의 노래 <오후만 있던 일요일> 가사가 떠올라 흥얼거렸다. 단조로운 피아노 선율과 전인권의 한숨 같은 목소리가 자꾸만 머리 속을 맴돈다.

 

오후만 있던 일요일 눈을 뜨고 하늘을 보니
짙은 회색 구름이 나를 부르고 있네
생각 없이 걷던 길옆에 아이들이 놀고 있었고
나를 바라보던 하얀 강아지 이유 없이 달아났네
나는 노란 풍선처럼 달아나고 싶었고
나는 작은 새처럼 날아가고 싶었네
작은 빗방울들이 아이들의 흥을 깨고
모이 쪼던 비둘기들 날아가 버렸네
달아났던 강아지 끙끙대며 집을 찾고
스며들던 어둠이 내 앞에 다가왔네
나는 어둠속으로 들어가 한 없이 걸었고
나는 빗속으로 들어가 마냥 걷고 있었네
오후만 있던 일요일 예쁜 비가 왔네
오후만 있던 일요일 포근한 밤이 왔네

 

http://blog.naver.com/rainsky94/80205976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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