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하오 미스터 빈
하 진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정규교육은 5년 밖에 받지 못했지만 스스로 글씨와 그림에 힘을 쓴 결과 어느 정도 예술가연 할 수 있게 된 샤오 빈의 직업은 정비공이다. 그와 아내 메이란의 유일한 걱정거리는 집이 너무 좁다는 것. 단칸방에서 두 살짜리 딸아이와 생활하며 예술적 성취까지 이루기에는 무리가 있는 넓이었다.

빈은 자신이 6년간 근속했으므로 새로 지은 아파트가 자신에게 배정되리라 기대했지만 결과는 예상을 빗나간다. 겨우 3년간 일한 호우 니나에게는 아파트가 배정된 반면, 자신은 명단에 없었던 것이다. 당서기 리우와 공장장 동이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른 결과 편파적인 배정이 이루어진 것이 분명했다. 빈은 당장에 지역 신문에 리우와 동의 부패를 고발하는 그림을 그려 그들을 압박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 한다. 하지만 리우와 동 역시 만만치 않아 빈을 도리어 공장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인격장애로 몰아간다. 빈은 자신이 갈고 닦은 모든 예술적 기예를 총동원에 신문과 잡지에 투고와 고발을 시작하고, 그럴수록 리우와 동의 반격도 거세진다.

어떻게든 공장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빈은 대학에 지원하고, 운 좋게 예술대학 입학원서가 날아오지만 리우와 동은 그마저 꼼수를 부려 무효로 돌리자 빈은 북경의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낸다. 사태는 일파만파가 되어 전국적으로 배포되는 잡지에 빈의 딱한 처지가 게재되고, 결국 인민공사의 당서기 양 첸의 중재로 빈은 인민공사 본부의 선전일을 맡게 된다.

 

1956년생 하진은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브랜다이스대학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각종 문학상을 수상하였고,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2차례 오르기도 했다.

<니하오 미스터 빈>은 평이한 문장으로 빈의 악전고투를 그리고 있는데 소소한 사건들이 독자를 웃음 짓게 만드는데, 그 이유는 인간의 여린 부분을 잘 포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우와 동은 빈을 박해하지만 그들의 부정이란 실상 자본주의 사회의 여러 사건에 견주어 보면 소박할 정도이고, 빈이 악의에 차 손자들에게 해꼬지 하겠다고 했을 때는 내심 불안해 어쩔 줄 모르는 등 여린 심성을 지닌 필부들이다. 양 첸 역시 결과적으로는 빈을 박해했지만 사실 관료적 속성 때문에 빈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했던 행동들이다. 그래서 소소한 사건들도 궁둥이를 빈이 깨물어 멍이 든다든가 하는 해학적인 양태를 띠고 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어제 읽은 <주저하는 근본주의자>와 <미스터 빈> 모두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은 작가가 영어로 쓴 소설이고, 왕은철이 번역했다. 왕은철은 쿳시의 소설 <야만인을 기다리며>로 접하고 호감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에 읽은 두 소설도 번역이 만족스럽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20572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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