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원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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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철도원

 

하루 세 번 기차가 서는 호로마이 역장 오토마츠는 45년을 철도원으로 근무했다. 이제 호로마이 역은 타산이 맞지 않아 오토마츠의 퇴임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었다.

오토마츠와 오랜 세월 함께 일하다 이제는 비요로 중앙역장이 된 센지가 정월을 함께 보내기 위해 호로마이 역을 찾는다. 오랜 지기인 둘은 함께 술을 나눠 마신다.

오토마츠에게는 아픈 과거가 있었다. 십 칠년 전,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자신의 딸 유키코를 평소 하던 그대로 수신호를 하여 기차에 태워 보냈고 그날 밤 기차로 유키코가 싸늘한 몸이 되어 돌아왔던 것이다. 그날 아내는 죽은 아이까지 깃발을 흔들며 맞이해야 하냐며 울었다. 그리고 아내도 얼마 전 죽어 오토마츠는 쓸쓸해지고 말았다. 그래서인지 어린 아이들을 보면 오토마츠는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그날 밤 어린 꼬마 여자 아이가 호로마이 역을 찾는다. 아이는 인형을 가지고 한참을 놀다가 돌아갔다. 다음 날 그 꼬마 아이의 언니인 듯 싶은 여자아이가 놀러 온다. 오토마츠는 마을 주지의 손녀인가보다 하고 그 아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 다음 날이 되자 놀러 왔던 아이들의 언니인 듯 싶은 여자 아이가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역을 찾는다. 그때서야 오토마츠는 자신의 딸 유키코가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러 자신을 찾아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오토마츠는 유키코에게 '네가 죽었을 때에도 플랫폼의 눈만 쓸고 있었고, 책상에서 여객일지에 아무 이상 없다고 쓰고 있었다'며 울먹인다. 유키코는 '아버지 직업이 철도원이니까 저는 아무렇지도 않았다'며 오토마츠를 위로한다. 둘은 저녁을 함께 먹는다. 다음 날, 호로마이 역 홈 끝의 눈더미에 손깃발을 꼭 쥔채 쓰러진 오토마츠가 발견된다.

그의 운구를 위해 오래된 기차가 동원되고, 기차의 운전대를 손에 쥔 지기 센지는 눈물이 나려 할 때마다 경적을 힘차게 울린다.

 

o 러브 레터

 

가부키 거리에서 이십 여년을 쓴맛 단맛 다 겪은 다카노 고로가 포르노 숍 전무직을 맡아 일한 죄과로 경찰에 잡혀 갔다가 풀려난 날, 뜻 밖의 소식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내가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사실 그는 아내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다. 빚에 쫓긴 중국 여자들을 정식으로 일본에 입국시키기 위해 호적을 빌려주는 일에 오십만엔을 받고 동원 되었을 뿐, 그 여자와는 일면식도 없었던 것이다. 여자의 이름은 칸 파이란(康白蘭) 이라고 했다. 여자는 죽기 전 다카노 고로에게 서툰 일본어로 편지를 써 보냈고, 그 편지가 다카노 고로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킨다.

편지에서 여자는 다카노 고로에게 몇 번이고 결혼해 주어 고맙다고 했고, 주변 사람들이 친절하다고 했다. 그 서툰 일본어와 고맙다는 말이 다카노 고로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든다.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조직의 똘마니와 함께 치바의 치쿠라로 간 다카노 고로는 그곳에서 파이란의 시신을 대하고 오열한다. 그리고 또 한 통의 편지. 파이란은 야쿠자에 걸려 몸을 팔면서도 자신의 호적상의 남편인 다카노 고로를 생각하며 미안해 했고, 자신이 죽으면 고로의 묘에 합장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고로를 사랑한다고 서투른 글씨로 말하며 몇 번이고 고로의 이름을 편지에 쓰고 있었다. 그리고 슬픈 인사, 짜이쩬(再見).

짜이쩬은 '다시 보자'는 의미지만 다시 볼 수 없는 파이란을 생각하며 다카노 고로는 오래 오래 울었다. 그리고 유골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생각한다.

 

<철도원>은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 다카쿠라 켄과 히로스에 료코 주연으로 영화화 되어 성공을 거두었고 <러브 레터>는 <파이란>이라는 제목으로 송해성 감독, 최민식과 장백지를 주연으로 국내에서 제작되었다. 공교롭게도 나는 둘 다 영화로는 접하지 못했다.

<러브 레터>는 무척 아름다운 작품이다. 애틋함은 언제나 이루어질 수 없음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이루어질 수 없는 것 보다 더욱 애틋한 것은 '뒤늦게 알게 되는 것' 이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 레터>의 애틋함도 '뒤늦게 알게 되는 것'에서 기인하는 것이었다. 운명이 교차하는 그 지점에서 인간은 울 수밖에 없다.

그 밖에 가정교사가 악마의 모습으로 나타나 한 집안을 풍비박산하게 만들어 그를 비난하지만 막상 가정교사 말고 거대한 쥐가 집 안에 있었다는 괴기스러운 내용의 <악마>, 자신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와 자기를 살뜰히 거두어 돌보아준 아저씨 내외, 그리고 아내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츠노하즈에서>, '캬라'라는 뷰티크샵을 운영하는 신비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를 세일즈맨의 시각으로 그려내는 <캬라>, 바람이 난 남편과 그런 남편을 두둔하는 시댁 식구들에게 한 마디 하기 위해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찾아온다는 내용의 <백중맞이>, 구치소에서 알게 된 어리벙벙한 도금업자의 식구들에게 크리스마스 이브에 선물을 사가지고 가는 소매치기 이야기 <메리크리스마스, 산타>, 별거 중인 부부가 어릴 적 함께 가곤 했던 극장이 폐업하기 전 마지막 영화 상영을 하자 고향으로 내려 갔다가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오리온 좌에서 온 초대장> 등 여덟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20483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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