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슨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67
S.S. 반 다인 지음, 정광섭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월스트리트의 주식중개인 벤슨이 자정이 30분쯤 지난 후 자택에서 살해 당한다. 소파에 앉아 책을 읽던 상태에서 정수리에 총을 맞고 살해 당했는데, 평소 착용하던 가발은 벗어놓았고 틀니도 빼 놓은 상태였다.

뉴욕 지방검사 메컴은 현장에서 여성이 피운 담배 꽁초가 발견된 점, 여성의 핸드백과 장갑이 벽난로 선반에 놓여 있다는 것을 근거로 벤슨이 살해 당하기 직전 함께 식사했던 세인트 클레어라는 여성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진행 시킨다.

하지만 메컴의 친구이자 미술애호가인 파이로 번스는 경찰들이 헛다리 짚고 있다면서 증거보다 우선시 할 것은 심리분석이라며 대립각을 세운다.

세인트 클레어가 범인이라는 증거가 파이로 번스에 의해 깨어지자 그녀의 약혼자인 필립 리콕 대위가 범인으로 부각되고, 수상쩍은 행동을 보이던 그가 마침내 자백을 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번에도 파이로 번스는 그의 자백에는 허점 투성이가 많은 것으로 보아 세인트 클레어가 벤슨을 죽인 것으로 믿고 그녀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말한다.

엘빈의 친구인 리앤더 파이피, 엘빈의 가정부인 플래트 부인 등이 차례로 동기와 기회, 증거까지 갖춘 유력한 용의자로 부상하지만 파이로 번스는 전혀 엉뚱한 인물을 진범으로 가려내는데...

 

반 다인에 의해 탄생된 파이로 번스는 동기와 기회, 증거를 중시하는 기존 수사법을 반대하고 심리적 요인에 집중하는 인물로 대단한 미술애호가이며 철학과 심리학, 심지어 골상학까지 두루 섭렵한 박학다식한 탐정이다.

 

파이로 번스는 다분히 반 다인이 살아온 이력이 반영된 인물이다. 반 다인의 본명은 윌러드 헌팅턴 라이트(Willard Huntington Wright)로 본래 예술 평론가였다. 세인트빈센트 및 포모너 대학에서 수학하고, 1906년 하버드 대학원에서 영어학을 전공한 그는 고고학 및 인류학에 뛰어났고 미술과 오케스트라의 지휘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졸업 후 <로스엔젤레스 타임즈>지의 문예비평 담당자로 일을 시작한 후 여러 신문과 잡지에서 예술 평론과 고전 연구에 몰두하던 그는 몇몇 순문학 작품과 평론집을 발간하였는데 그다지 큰 성공은 거두지 못한다.

그러다 1923년에 신경쇠약에 걸려 병원 신세를 지게 되는데 의사는 일체의 독서를 금지시킨다. 하지만 독서광이었던 그가 책을 못 읽는 것은 너무나 큰 고통이었기에 의사에게 미스터리 소설과 같은 가벼운 소설은 허용해 주도록 요청했고, 의사가 이를 승낙하자 병상에서 일어날 때까지 미국과 유럽에서 출간된 거의 모든 미스터리 소설을 섭렵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동안 읽었던 미스터리 소설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을 마친 후 자신만의 새로운 미스터리 소설 집필 계획을 세운 후 세상에 내 놓은 작품이 바로 <벤슨 살인사건>이다.

 

파이로 번스는 다음과 같은 말로 자신이 지금까지의 탐정과는 다른 존재라는 것을 드러낸다.

 

진실을 아는 오직 한 방법은 범죄의 심리적 요인을 분석하여 그것을 개인에게 적용하는 일일세. 즉 진실한 단서는 심리적인 것이지 물적인 게 아닐세.

 

파이로 번스에 의하면 범죄는 일종의 예술작품과 같아서 마치 그림처럼 창조적 개성과 착상이 녹아나 있으므로 그러한 특성에 착안하여 수사하지 않고 드러나 있는 증거에 천착할 경우 진실에 다가갈 수 없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인간은 무엇을 하든 저마다의 성격에 따라 얼마간 독자적인 방법을 취할 수 밖에 없고, 범죄 역시 그러한 개성의 직접적 표현이라는 것이다.

 

다소 참신하게 느껴지는 파이로 번스의 이러한 주장은 그러나 <증거에 의한 범죄의 입증>이라는 문제에 이르렀을 때는 다소 모호하게 얼버무려 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두번째 작품인 <카나리아 살인사건>과 세 번째 작품 <그린 살인사건> 이후에는 반 다인도 심리적 요인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기 보다는 다소 완화된 입장으로 한 걸음 물러서게 된다. 

 

12권의 미스터리 소설을 남기고, 미스터리를 '지적 게임'이라고 주장하며 '미스터리 작가가 깨우쳐야 할 20조항'을 남긴 반 다인은 1939년 4월 11일, 51세의 나이에 관상동맥혈전으로 세상을 떠난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2048262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