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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흩날리는 비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4
기리노 나쓰오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미로는 남편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자살한 후 삶을 제대로 추스리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었다. 남편은 미로를 원망하는 유서를 남기고 목을 맸고, 시댁 쪽에서는 미로를 비난했다. 미로가 바람이 났다는 소문도 돌았다. 소문은 사실이 아니었다. 남편과 미로는 언젠가부터 서로를 이해할 수 없었고, 심약한 남편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뿐이었다. 아버지와 함께 살던 집으로 돌아온 미로는 홀로 삶을 추스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아버지는 탐정 일을 하다 은퇴한 후 낙향했는데, 야쿠자 쪽 조사 일을 많이 했었다.
어느 날 밤 새벽, 전화가 울리다 끊기고 다음 날 친구 요코를 찾는 남자들이 들이닥친다. 나루세라는 남자는 요코의 남자친구로 중고 외제차를 판매하는 업자였고, 동행한 남자는 야쿠자쪽 똘마니였다. 그들은 요코에게 1억엔을 맡겼는데 그녀가 그 돈을 들고 종적을 감췄다고 했다. 사라진 1억엔의 출처가 수상쩍었던 까닭에 그들은 경찰에 알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요코가 집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걸었던 전화번호의 임자가 미로였기 그녀를 의심하고 찾아온 것이다.
미로가 요코와 공모했다는 증거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요코가 또 다시 전화를 걸어올지도 모른다며 미로의 삶에 틈입하여 뻔뻔한 감시를 계속했다. 미로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요코를 찾는 일을 함께 하기 시작한다.
미로는 요코의 행적을 추적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게 된다. 요코는 논픽션 작가로 최근 페티쉬물로 작은 성공을 거뒀는데 그녀는 여기서 만족하지 못하고 좀 더 그럴싸한 작품으로 상을 타고 싶어했다. 그래서 머리를 염색하고 야한 옷을 입은 채 동독으로 날아갔는데, 동양인 창녀가 동독에서 겪게 되는 일들을 르뽀 형식으로 써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요코는 그곳에서 우연히 신나치들이 연관된 보복 살인 현장을 목격하게 되고, 범인 일당 중에 동양인 여자가 끼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이상은 요코의 취재 노트 등을 통해 알아낸 것이었는데, 미로는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 수가 없었다.
계속된 추적으로 요코의 어시스턴트 유카리가 도벽이 있어 요코의 집에 물건을 훔치러 들어 갔다가 1억엔이 든 가방을 발견하여 후지무라와 공모해 돈을 훔쳐냈다는 것이 밝혀진다. 하지만 미로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익사한 것으로 보이는 요코의 사진이 페티쉬 그룹 사이에 돌았던 것이다.
요코가 우연히 목격한 동양인 여자의 정체와 나루세가 운영하는 중고차 판매업 사이의 관계를 파헤친 미로는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받아 탐정으로서의 첫 발을 내딛는다. <얼굴에 흩날리는 비>는 미로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고, 에도가와 란포 상을 수상했다. 에드거 엘런 포 상의 최종 후보까지 올랐으나 아깝게도 수상은 하지 못했다. 1998년 <아웃>으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 1999년 <부드러운 볼>로 나오키상을 수상한다.
<얼굴에 흩날리는 비>는 시종일관 음산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미로의 남편은 동남아시아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자살한 것으로 되어 있고, 페티쉬 그룹들의 그로테스크한 행위들이 묘사되고 있으며 시체 애호가들은 익사체의 사진을 교환한다. 비가 끊임 없이 내리는 신주쿠를 배경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선과 악이 교차하는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독자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범인이 누구인지 판단을 유보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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