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경감 듀 동서 미스터리 북스 80
피터 러브제이 지음, 강영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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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바라노프는 그저 그런 독심술사로 일하다가 리디아를 만나 결혼한 후 그녀가 대주는 돈으로 치과의사 수업을 마치고 개업한다. 리디아는 촉망받는 배우로 연극계에서 다양한 커리어를 쌓아왔으나 최근에는 이렇다할 배역을 얻지 못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치른 오디션에서 탈락하자 그녀는 찰리 채플린과의 연줄을 이용해 미국 영화계에 뛰어들기로 결심한다. 그녀는 자신의 모든 재산을 처분하여 미국으로 이민을 가기로 했다며 월터에게 통보한다. 그녀는 월터의 병원 지분마저 일방적으로 처분하고 만다.

한편 로맨틱한 소설 속 여주인공을 꿈꾸던 28살의 여성 알머는 치과 의사 월터 바라노프를 만난 후 그를 자신의 운명적 상대라고 여긴다. 그녀는 자기 좋을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월터와 관계를 발전시킨다. 월터가 리디아가 두고 간 스크랩분 때문에 그녀의 꽃가게를 다시 찾은 것이 계기가 되어 둘은 서로의 열정을 확인한다. 그릇된 열정은 리디아 살해 계획으로 발전한다. 그들의 계획은 리디아 몰래 월터가 모리타니아호에 가명으로 승선한 후 그녀를 살해하고 그 후부터는 알머가 리디아 행세를 한다는 것이었다.

 

월터가 리디아를 처리한 후 알머가 리디아의 방으로 숨어든다. 그녀는 극도의 긴장과 공포 속에서 밤을 보낸다. 그런데 그날 밤 승객 중 누군가가 바다에 여자가 빠지는 것을 목격하였고 배는 수색을 위해 대서양 한 복판에서 멈춰선다. 그리고 시체 한 구가 끌어올려진다. 알머와 월터는 꼼짝 없이 살인자로 지목될 위기에 처한다.

 

그런데, 건져올려진 시체는 리디아가 아니라 캐서린이라는 엉뚱한 여자였다. 선장은 즉시 배에 상주하는 경찰 섹손에게 조사를 맡기는데 승객들은 그보다 더 나은 사람이 배에 승선하고 있다면서 그가 사건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이름은 월터 듀, 과거 스코틀랜드 야드에서 활약한 베테랑 형사였다. 그리고 그 이름은 월터 바라노프가 감상적인 이유에서 가명으로 삼은 것이기도 했다. 이제 월터 바라노프는 꼼짝없이 베테랑 형사 월터 듀가 되어 자신도 살인자이면서 또 다른 살인을 조사해야 할 처지에 놓인다.

유력한 용의자 잭이 사실은 캐서린의 남편임이 밝혀지고 월터가 권총에 피격당하는 등 사건이 점차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다. 알머는 긴장감과 죄책감에서 월터를 멀리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운다. 과연 범인은 누구이며, 월터와 알머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월터에게 '자기 아내를 죽여 바다에 내던질 사람이 어디있느냐'며 항변하는 용의자의 모습은 블랙코미디 그 자체이다. 

 

골드대거상을 수상한 <가짜 경감 듀(The False Inspector Dew, 1982)>는 구성과 미스터리도 수려하지만 알머라는 인물을 통해 삶의 비밀을 보여준다. 알머의 이야기만으로도 <가짜 경감 듀>는 훌륭한 소설이다.

알머는 타인의 행동을 멋대로 해석하여 자기 유리할 대로 끌어다 붙이고 욕구하는 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살인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녀는 리디아를 살해하도록 월터를 부추기면서도 죄의식을 느끼기 보다는 운명적인 사랑의 예감에 행복해 하는 여자이다.

문제는 그녀가 삶의 달콤하고 아름다운 측면을 취하기 위해서는 어떤 짓이든 저지를 준비가 되어 있지만 그 과정에 지불해야 할 '통행료'에는 인색하다는 데 있다. 그녀에게 있어 책임감이란 진정한 자신의 욕구를 알지 못하는 자들이 느끼는 부조리한 죄의식일 뿐이다.

월터가 리디아를 살해했다고 판단되자 즉시 그녀는 월터의 범죄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그녀는 자신이 월터에게 느꼈던 사랑이 일시적인 충동이었을 뿐이라 자위하며, 선상에서 만난 남자에게 몸을 허락한다. '진실한 사랑'은 언제나 그녀의 앞에 놓여 있는 것이지 과거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는 배가 육지에 닿기도 전에 자신의 이런 상태를 월터에게 털어 놓는다. 이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왜냐하면 과거의 사랑이 진실하지 않았음을 고백해야만 과거의 행위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월터가 알지 못했던 것은 알머는 '유부남'을 사랑했다는 것이다. 유부남이 이혼을 하는 순간, 혹은 아내를 살해한 순간 그는 더 이상 유부남이 아니며 이혼남, 혹은 상처남(그도 아니라면 단순 살인자)로 형질전환되고 만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9314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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