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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 무라카미 하루키 최초의 연작소설, 개정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유곤 옮김 / 문학사상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o 쿠시로에 내린 UFO
- 어떤 '이혼 선언' 이후
고무라의 아내가 이렇다할 이유도 없이 닷새 동안 텔레비전 앞에서 앞에 앉아 고베 지진에 관한 보도만 보던 끝에 집을 나갔다. 그녀는 고무라에게 '마치 공기 덩어리와 함께 살고 있는 것 같'다는 메모를 남긴 채 친정으로 돌아갔고, 얼마 후 이혼 서류를 보내온다. 고무라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서류에 인감을 찍어 돌려보낸다.
일주일간의 유급 휴가를 얻은 고무라에게 동료 사사키가 홋카이도에 가줄 수 없는 지 묻는다. 사사키는 고무라가 직접 어떤 물건을 여동생에게 전달해 주었으면 한다면서 왕복 항공권을 마련해 주겠다고 제안하고, 고무라는 별달리 할 일도 없었으므로 응낙한다.
홋카이도에 도착한 고무라는 사사키의 여동생 게이코와 그녀의 친구 시마오를 만난다. 물건을 전달해 준 후 호텔에서 시마오와 맥주를 마신다. 시마오는 심상한 말투로 고무라의 아내에 관해 질문하고, 고무라 역시 담담한 어조로 이혼에 이르기까지의 간략한 사정을 들려준다. 공기 덩어리와 함께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아내의 말을 되뇌던 고무라는 자신이 알맹이 없는 사람이 아닌가 문득 생각한다.
시마오는 장난 삼아 고무라가 전해 준 물건 안에 그의 알맹이가 들어있었고, 고무라는 그것도 모른채 자기 손으로 다른 사람에게 알맹이를 줘버렸다고 말한다. 아주 먼 곳에 온 것 같다는 고무라의 말에 시마오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o 다리미가 있는 풍경
- 모닥불이 꺼지면 같이 죽어요
쥰코에게 미야케 아저씨가 모닥불을 피울거라며 전화를 건다. 동거하는 게이스케는 투덜거리면서도 쥰코를 따라 나선다. 미야케는 바다에 쓸려 내려온 유목을 모아 모닥불을 피우곤 한다. 쥰코는 그 모닥불이 좋았다. 쥰코는 고등학교 시절 잭 런던의 <모닥불>이라는 소설의 독후감에다 '사실은 주인공이 죽음을 간절히 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력을 다해 거기에 싸우는 내용'이라고 써서 냈다. 하지만 교사는 쥰코의 그런 감상에 대해 어처구니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쥰코는 집을 나와서 록밴드에서 기타를 치는 게이스케와 동거하게 되었다. 미야케는 어떤 이유로 그 고장에 흘러들어온 화가였고 냉장고 없이 살아가며 가끔 유목을 모아 모닥불을 피웠다.
그날 밤 쥰코는 미야케에게 최근에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묻는다. 미야케는 <다리미가 있는 풍경>을 그렸지만 사실은 다리미를 그린 그림이 아니라고 했다. 쥰코는 미야케에게 다리미는 다른 어떤 것 대신 있을 뿐 그렇지 않으면 안되었기 때문에 다리미가 있는 것인지 묻는다.
쥰코는 미야케에게 자신의 속이 텅텅 비어 있다고 말한다. 함께 죽자는 미야케의 말에 쥰코는 상관 없다고 말한다. 모닥불이 모두 꺼질 때 까지 기다린 후에 죽자는 미야케의 말에 동의한 쥰코는 잠이 든다. 모닥불은 의외로 쉽게 꺼지지 않는다.
o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 개에게 물어뜯긴 귀를 가진 아버지
요시야의 어머니는 요시야를 열여덟에 낳았다. 그녀는 지금 마흔 셋이지만 여전히 30대 중반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한 아들의 어머니라는 자각이 거의 없는지 요시야가 중학생이 되어 성적 호기심에 눈을 뜬 후에도 태연하게 속옷 바람, 혹은 알몸으로 집안을 돌아다녔고 때로는 아들 방으로 기어들어가 요시야를 강아지처럼 껴안고 잤다. 요시야는 발기한 성기 때문에 부자연스럽게 잠들 수밖에 없었고, 어머니와 치명적인 관계에 혹시라도 빠져드는건 아닌가 두려워 쉽게 섹스를 할 수 있는 여자를 필사적으로 찾아다니기도 했다.
요시야의 어머니는 한때 방탕하게 몸을 놀렸고 그 때문에 임신을 하게 되었다. 임신 중절을 위해 찾아간 산부인과 의사는 한바탕 훈계를 늘어 놓았고 그녀는 조심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돌아간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임신을 하게 되어 병원을 찾는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의사와 사귀게 되었는데 피임에 대한 의사의 해박한 지식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임신을 하게 된다. 의사는 자신의 피임법이 완벽했으므로 그녀가 부정을 저질렀다고 매도하며 그녀를 버린다. 요시야의 어머니는 절망에 빠져 거리를 걷다가 다바다씨를 만난다. 다바다는 그녀를 종교로 이끈다. 그는 요시야의 어머니가 피임을 계속 하는데도 아이가 생기는 것은 바로 신의 의지라고 설득한다. 그래서 요시야는 어머니에게 신의 자신으로 취급받았고, 요시야의 성기가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큰 것도 그 증거라고 생각했다.
성년이 된 요시야가 전철에서 귀 한쪽이 물어뜯긴 사나이를 발견한다. 요시야는 자기의 생물학적 아버지에 관한 특징이라고는 그것밖에 몰랐다. 사나이는 요시야 아버지 또래였고 의사 분위기를 풍겼다. 그를 뒤쫓던 요시야는 막다른 골목에서 사나이가 사라져버렸다는 것을 깨닫는다. 골목 끝은 야구장으로 이어져 있었다. 투수 마운드에 올라선 요시야는 춤을 춘다. 그러면서 다비다가 임종 때 그동안 자신이 요시야의 어머니를 마음 속으로 탐했음을 고백하던 장면을 떠올린다. 요시야는 다비다가 미안해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멀리서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바람이 불어 풀을 춤추게 하고, 풀의 노래로 축복하다가 멈춘다. 신이여, 하고 요시야는 소리내어 말한다.
o 태국에서 일어난 일
- 마음속의 돌
갑상선 병리전문의 사쓰키는 방콕의 회의에 참가한 후 일주일간의 휴가를 보내게 된다. 메르세데스 벤츠 리무진을 가진 니밋이라는 태국인이 가이드였는데 그는 알기 쉬운 영어를 사용했고 재즈를 들었다. 니밋은 자신이 노르웨이인 밑에서 오랫동안 일했는데 그가 죽으면서 메르세데스 벤츠와 재즈 카세트 테이프를 물려 주었다고 말했다. 세심한 니밋의 배려로 사쓰키는 풀장을 이용하고 맛있는 샌드위치를 먹는다.
니밋이 사쓰키를 태국인 노파에게 데려간다. 노파는 사쓰키의 손을 쥐고 10여분간 있더니 사쓰키의 몸 속에 돌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가까운 시일 내에 커다란 뱀이 나오는 꿈을 꿀 것인데, 뱀이 구멍에서 1미터 정도 나왔을 때 목을 잡고 놓치 않는다면 그 뱀이 돌을 삼켜줄 것이라고 말한다. 떠나는 사쓰키블 불러세워 노파는 '그 남자는 상처 하나 입지 않았는데, 그것이 사쓰키가 바란 일은 아니었을지 몰라도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사쓰키는 고베에 큰 지진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그 남자가 혼란 와중에 죽어버렸으면 하고 바랐었다.
노파를 만나고 돌아온 사쓰키는 그 남자에 대해 니밋에게 털어놓고 싶었지만 니밋은 꿈을 기다리라며 만류한다. 그리고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북극곰은 1년에 딱 한번 교미를 하는데 수컷과 암컷이 우연히 만나 잠깐 교미를 한 후 수컷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난다고 한다. 그리고 1년간을 깊은 고독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니밋은 이 이야기를 해준 노르웨이인에게 그렇다면 북극곰은 무엇 때문에 살아가는 건지 물었고, 노르웨이인은 니밋에게 그렇다면 인간은 대체 무엇 때문에 살아가는지 반문한다.
일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사쓰키는 잠을 자고, 꿈이 다가오기를 기다려보기로 마음 먹는다.
o 개구리 군, 도쿄를 구하다
- 대지진 막은 마법의 개구리
카타키리가 어느 날 집에 돌아오니 거대한 개구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당당한 체구의 개구리는 자신을 '개구리 군'이라 불러 달라고 말한 후, 카타키리를 오랫 동안 지켜본 바 자신과 더불어 지진을 막을 수 있는 용기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개구리군에 의하면 카타키리가 일하는 신용 금고 지점 지하에 '지렁이군'이 살고 있는데 지렁이군이 화가 나서 곧 지진을 일으킬 것이라 했다. 개구리군은 자신이 지렁이군과 싸울 때 카타키리가 응원해준다면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카타키리는 그러마하고 개구리군에게 약속 했지만 정작 거사일에 저격당한다. 병원에서 깨어난 카타키리는 자신이 저격당한 적이 없고 단지 노상에서 갑자기 쓰러졌을 뿐이라는 간호원의 말에 어떻게 된 일인지 의아해 한다.
그날 밤에 개구리군이 병실로 찾아온다. 개구리군은 카타키리가 자신을 도와준 덕분에 지렁이군과의 승부를 치룰 수 있었다고 말한다. 개구리군은 자신이 혼탁 속으로 되돌아간다고 말하더니 몸 여기저기가 터진다. 카타키리는 소리를 지르며 꿈에서 깨어난 후 간호사에게 두서 없이 개구리군에 대해 이야기한다.
o 벌꿀 파이
- 소설가 쥰페이의 사랑
경제학부에 입학했다고 집에는 거짓말을 하고 문학부에 입학한 쥰페이는 다카스키, 그리고 사요코와 친해진다. 셋은 함께 어울려다녔는데 쥰페이와 다카스키 모두 사요코에게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먼저 고백한 것은 다카스키였고 둘은 사귀기로 한다. 쥰페이는 그 사건 때문에 수업에 들어가지 않고 집에 틀어박힌다. 사요코가 쥰페이를 찾아와 이런 저런 얘기 끝에 친구로 남아있어 달라고 말한다. 그 말을 하는 사요코는 울고 있었고 쥰페이는 저도 모르게 사요코에게 키스를 한다. 하지만 그것 뿐, 대학 졸업 후 다카스키와 사요코는 결혼식을 올린다. 결혼 후에도 쥰페이는 그들과 함께 어울렸고 사요코가 아이를 낳게 되자 쥰페이가 사라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사라가 태어나던 날 다카스키는 쥰페이에게 사요코를 대신할 여자는 없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다카스키는 직장 동료와 바람이 나서 사요코와 헤어진다. 헤어진 후에도 그들은 종종 함께 모인다.
다카스키가 쥰페이에게 사요코와 결혼하라고 권한다. 쥰페이는 모든 것이 너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 같고 자신이 결정할 사항은 아무 것도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느 날 밤 사라를 재우고 난 후 쥰페이와 사요코는 자연스럽게 서로의 몸을 탐한다. 그때 잠들었던 사라가 문을 열고 그들을 보게 된다. 사라는 지진아저씨가 자기를 깨워 엄마에게 가서 '모두를 위해 상자뚜껑을 열고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전하라고 했다고 말한다.
쥰페이는 사라에게 들려주었던 마사키치와 동키치가 나오는 곰 이야기를 해피앤드로 고쳐 들려주기로 결심한다. 상대가 누구든, 정체 모를 상자 속에 처넣어지게 해선 안된다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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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95년 2월이란 시기에 일어난 일을 쓴다.
2. 모두 3인칭으로 쓴다.
3. 한 편의 길이는 200자 원고지 80매 정도로 압축한다.
4. 여러가지 유형의 사람들을 등장시킨다.
5. 고베의 지진이 큰 테마가 되지만, 고베를 무대로 하지 않고, 지진도 직접적으로는 다루지 않는다.
이상과 같은 원칙 하에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연작 소설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는 고베 지진을 테마로 쓰여진 소설이다.
<언더그라운드>를 통해 옴 진리교의 충격적 사건을 이야기 한 무라카미 하루키는 고베 지진을 통해 또 다른 실존적 부조리에 직면한 듯 하다. 어쨌든 옴 진리교는 사람이 관련한 사건이다. 수많은 인명 피해가 일어났지만, 사건 이후에도 통제와 제어를 벗어나 독자적이고 우연적으로 발생되는 일은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작가도 그것을 염두에 두고 살아남은 자들을 취재하고 자신의 감상을 적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진은 그것과는 다르다. 지진은 제어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다. 언제 어떤 형태로 또다시 '상자가 입을 벌릴지' 모른다. 사람들은 지진에 의해 피해를 입었을 때 억울하다는 느낌은 들 지언정 왜 자신이 피해를 입었는지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가 없다. 하소연할 곳도 없고 보복 할 대상도 없다.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았을지라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거대한 다리가 엿가락처럼 휘고, 사람이 땅 속에 삼켜지는 상황을 책임질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부조리한 상황은 사람들의 인식 체계를 휘젓고 말 것이다.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고, 확고했던 관계도 사실은 우연의 산물이라고 생각될지도 모른다. 여섯 편의 단편은 그런 영향들에 관한 무라카미 하루키 식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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