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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 Ⅱ
돈 드릴로 지음, 유정완 옮김 / 창비 / 2011년 1월
평점 :
양키 스타디움에서 수천쌍의 남녀가 합동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 통일교의 문선명 총재가 재림예수의 권한을 갖고 짝지어준 남녀들이다. 캐런 역시 그들 중 한 명이고, 그녀의 부모는 도무지 현재의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캐런의 아버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세뇌된 자신의 딸을 제자리로 돌려놓겠다고 다짐한다. 캐런은 한국인 남성과 결혼했지만 함께 살 수는 없다. 그녀는 일군의 여자들과 꽃 파는 앵벌이로 내몰리고, 남편은 선교를 위해 다른 나라로 파견된다.
브리타는 작가들의 사진을 찍는다. 그녀는 은둔한 작가와 정치권의 탄압으로 은둔 당한 작가들의 사진을 찍는다. 그녀는 은둔 작가 빌 그레이를 찍을 기회를 잡는다. 빌의 비서 스콧은 브리타가 빌의 집을 다시 찾을 수 없도록 납치하듯 데려와 빌과 대면시킨다.
빌은 삼년 째 완성된 소설을 고치면서 지내는 중이다. 그의 소설이 출간된 것은 아주 먼 옛날 일이고, 독자들은 신비주의 속에서 그를 거의 신격화시켜 놓았다. 스콧은 빌이 소설을 완성하여 출간한다면 엄청난 인세 수입이 생기겠지만 그것을 원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새로 출간된 소설은 대중들이 신격화해 놓은 빌의 위상을 지상으로 끌어내릴 빌미를 제공할 것이고 과거에 쓰인 소설도 재평가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빌이 스콧의 견해를 싫어하면서도 거부하지 못한다는 데 있었다. 사진을 찍고 대화를 나눈 작가는 브리타에게 끌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는 브리타의 자동응답기에 자신도 알 수 없는 긴 메시지를 남긴다.
출판업자 찰리 에버슨이 빌에게 납치된 문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인 한명이 테러리스트에게 인질로 잡혀 있고 빌이 그의 시를 읽으며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다면 시인이 풀려나리라는 것이다. 빌은 이에 동의하며 스콧과 캐런에게는 비밀에 붙인 채 기자회견장에 갔다가 폭탄테러에 휘말린다. 기자회견은 미뤄지고, 인질을 잡고 있는 단체의 대변인 죠지 하다드와 직접 만난다. 죠지 하다드는 테러리스트 단체의 리더 아부 라시드가 시인 대신 빌을 인질로 잡는 계획을 꾸미자 빌을 꼬여내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빌은 죠지의 계획을 알면서도 그를 따라 나서고, 선뜻 따라 나서는 빌 때문에 죠지는 곤혹스러워하며 자신들의 계획에 반드시 동참할 이유는 없다고 만류하기까지 한다.
빌은 죠지와 지내는 동안 교통사고를 당하고 간이 심하게 훼손된다. 하지만 그는 아부 라시드를 직접 만나기 위해 배를 탄다. 배 위에서 그는 사망하고, 그의 신분증과 소지품들은 도난 당한다.
빌이 없어진 사이 스콧은 그의 자료들을 정리하는데 온 시간을 보내며 그를 찾아내려 했지만 불가능함이 입증되었을 뿐이다. 캐런은 톰킨스 스퀘어의 노숙자들에게 통일교의 지상왕국을 설파하려 했지만 열 네살난 오마르에게조차 여성으로서 관심 받지 못한 채 스콧에게 되돌아온다.
브리타가 아부 라시드의 사진을 찍기 위해 베이루트로 간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작가들의 사진을 찍지 않는다. 아부 라시드의 사진을 찍은 날, 창 밖으로 T-34 탱크가 보인다. 탱크는 한쌍의 신혼 부부를 위해 동원된 것이었다. 사진이 찍히며 터지는 플래시에 죽은 도시가 찍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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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개최된 통일교의 합동 결혼식, <호밀밭의 파수꾼>의 작가 샐린저를 추적한 사진 기자가 찍은 사진 한장(그 사진에서 샐린저는 사진 기자를 물리치며 손사래를 치는 뒷모습이 찍혀있다고 한다), 호메이니가 살만 루시디에게 내린 '파트와(율법에 따른 판결)', 그리고 호메이니 자신의 죽음 등이 작품의 모티프가 되어 집단과 개인, 테러와 소설, 이미지를 통한 대중세뇌 등의 문제가 그려지고 있다.
작가는 소설가와 테러리스트가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대중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온 전통적인 권위가 소설에 있었다면, 이제는 테러리스트들의 파괴 행위가 뉴스를 통해 대중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소설의 권위를 빼앗아 오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런 제로섬 게임에서 소설가들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하는 듯 하다. 빌 그레이는 3년째 작품 발표도 하지 않은 채 썼던 글들을 고치며 출간을 의도적으로 늦추고 있다. 그는 과거의 좋은 평가를 새로운 작품을 발표함으로서 무너뜨리지 않고 싶어한다. 그는 과거의 승자일 뿐 현존하는 챔피언은 아닌 것이다.
그런 빌이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사진을 찍는다. 권투 시합을 앞둔 챔피언이 포스터 제작을 위해 사진을 찍듯이. 하지만 그는 테러리스트를 상징하는 아부 라시드에게 접근조차 못하고 선상에서 객사하고 만다. 소설가는 용기를 내어 현실 세계에서 테러리스트에게 빼앗긴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한다. 오히려 아부 라시드와 대면하는 것은 사진을 찍는 브리타이다. 그녀는 심지어 아부 라시드 아들의 두건을 벗겨내어 플래시를 터뜨리기까지 한다. 이미지와 대중조작의 세계에서 테러리스트와 같은 자극적인 적들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은 소설이 아니라 사진과 같은 시각예술이라는 것을 항변하는 것 같다.
소설 속에서 문선명, 마오, 호메이니는 모두 전체주의적인 대중조작자들로 그려지고 있다. 그들 사이의 경중이란 없으며 무니(Moonie), 홍위군, 테러리스트 모두가 같은 층위에서 다루어진다. 그것은 부당하다. 계급 없는 개인을 같은 층위에서 언급하는 것이 부당한 것처럼 말이다.
<화이트 노이즈>와 <마오2>를 함께 사서 꽂아만 놓았다가 안양 출장갈 일이 있어 읽었다. 내일은 일산 출장이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92758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