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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흥신소 사건일지
박치형 지음 / 푸른여름 / 2012년 4월
평점 :
불륜전문 행운흥신소에 실종 사건 의뢰가 들어온다. 실종자는 김정현 , 나이는 서른 둘이고 광고 회사에 다니다가 1년 전 퇴사 이후 무직으로 지내왔다고 한다. 의뢰인 홍윤아는 김정현의 아내로 뛰어난 미모를 지니고 있었다.
광고 회사를 조사하던 '나'는 김정현이 수상쩍은 이유로 퇴직한 정황을 발견한다. 회사 사장이 자금난에 허덕이자 과장이 연대 보증을 서 주었는데 그 직후 김정현의 컴퓨터 파일이 삭제 된 것이다. 고객의 마감 시한을 지키지 못해 회사에 얼마간 손해가 있었고 그 직후 김정현의 빈 자리를 연대 보증을 서준 과장의 인척이 입사한 것이다. 사장과 대화를 나누던 중 김정현이 소설가였다는 말이 나오자 '나'는 그쪽을 더 조사해 볼 필요를 느낀다.
김정현이 쓴 <사랑은 두 번 울지 않는다>는 유치한 제목에도 불구하고 입소문을 타고 2만부 가량 판매된 책이었다. 그러나 홍윤아는 남편이 소설을 썼다는 사실을 모르는 눈치였다. 게다가 출판사 사장에게 듣기로는 인세가 2천만원 가량이었다는데 그 부분도 깜깜이었다.
그즈음 동료 소설가인 윤철민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한다. 실종되기 전 김정현이 인터넷 악플 때문에 괴로워했다는 것이다. '나'는 김정현의 메일을 조사해 그의 안티 카페 개설자가 보낸 메일을 입수한다. 메일은 '찾아올테면 찾아오라, 대신 죽을 각오로 오라'는 내용이었고, 날짜는 김정현이 실종된 날짜였다. 유력한 용의자로 카페 개설자인 최정원의 집을 방문한 '나'는 가스검침원을 가장하여 마당을 살피다가 흙무더기의 색깔이 다른 부분을 발견하고 파해친다. 그곳에는 최정원의 시체가 있었다. 흙을 다 파해쳤을 때 최정원도 마당으로 나와 시체를 발견하는데 그는 별다른 동요도 하지 않았지만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어쨌든 의뢰받은 실종 건은 해결되었고 잔금까지 입금 완료되었지만 어쩐지 뒷맛이 좋지 않은 '나'는 김정현의 딸이 '아빠가 아니네'라고 했던 말에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다섯살 난 아이가 3개월이나 아빠를 만나지 못했다가 심상하게 내뱉을 말로는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혹시 다른 사내가 아빠 역할을 이미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이 시작된 '나'는 홍윤아의 집 앞에서 잠복한다. 한밤중에 한 사내가 집에 들어갔다가 다음날 새벽에 나오자 '나'는 그를 미행한다. 그가 들어간 곳은 메이저 출판사인 '동틀녘' 출판사였고, 뜻밖에도 윤철민이 사내와 함께 걸어나온다. 윤철민은 머쓱해 하면서도 사내가 '동틀녘' 출판사의 기획 1팀장 구민석이라 소개한다.
최정우가 무죄를 주장하다 받아들여 지지 않자 '나'와의 면담을 요청한다. 최정우는 돈이 떨어져 먹을 것도 없던 차에 어떤 여자가 카페 개설을 의뢰하며 돈을 주었다고 했다. 최정우가 설명한 여자의 인상착의는 홍윤아와 거의 흡사했다. 게다가 형사반장이 자신의 의도와 상관 없이 '내'가 떠넘긴 불륜 사진 찍기에 나섰다가 다른 흥신소 직원으로부터 알게 된 사실을 전한다. 김정현이 홍윤아의 불륜 사실을 밝혀달라며 흥신소에 의뢰를 했었고 흥신소에서 알아낸 바에 의하면 상대 남자가 구민석이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반장을 대동하고 홍윤아를 찾아간 날은 김정현과 홍윤아의 결혼기념일이었다. 그러나 집에는 구민석이 있었다. '나'의 추궁에 홍윤아는 범행 일체를 자백한다.
결점이 몇 가지 보인다. 사소한 결점으로는 김동인의 소설 <발가락이 닮았다>로 짐작되는 소설을 원용하며 교과서에 나온다고 언급하는데 내가 알기로 <발가락이 닮았다>의 주인공은 타고난 호색한으로 성매매 일삼기를 밥먹듯 하며 양에 있어서 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겠다고 호언하다가 결국 성병에 걸리는 인물이다. 이런 내용으로 교과서를 채우기는 좀 민망하지 않았겠는가 싶고, 따라서 모든 국어와 문학 교과서를 섭렵한 바는 아니지만 일단 작가의 착각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주인공이 홍윤아의 딸 민지의 신발을 벗겨보고 발톱 모양을 김정현과 유사하게 잘라낸 것을 발견하며 결정적인 단서를 얻는 장면인데, 빈약한 기억력을 다시 되살려 봐도 <발가락이 닮았다>의 주인공은 '발가락 모양이 닮았'기 때문이 아니라 '가운데 발가락이 다른 발가락 보다 더 긴 점'이 자신과 같아서 아이의 친부임을 주장한다. 이 부분도 소설을 일껏 원용한 보람이 없어지는 대목이다.
그건 그렇고 아이의 발톱이 억지로 짧게 깎여진 부분이 나오는데 김정현은 사망한 지 3개월이나 지난 시점이다. 발톱이 3개월 동안 자라지 않았을 리 없고, 강제로 짧게 깎인 흔적도 그렇게 오래 가지는 않는다.
또 윤철민이 살인과 연관되었다는 점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작가는 홍윤아가 김정현을 교살한 것을 단독 범행인 듯 처리한다. 구민석에게는 사체의 처리 때문에 홍윤아가 어쩔 수 없이 알렸겠지만 윤철민은 그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추리소설가이므로 범행 후 사후처리를 위해 조언을 구했을까? 그렇지만 단순 절도나 폭행이 아닌 살인의 사후처리를 위해 조언을 구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명확히 처리되지 못한 부분이다.
그 외에도 '15년 뒤에 찾을 수 있는 예금' 얘기가 나오는데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그런 예금 상품이 없다. 또 모텔 주인에게 강력범죄자 추적 때문이라는 이유를 대며 마스터키를 받아 문을 열고 들이닥쳐 사진을 찍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역시 작가의 바람일 뿐이다. 괜히 흥신소가 살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얼음공주는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아쉬운 점은 종장에 '나'와 얼음공주가 연인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행운흥신소>는 그 소재의 무한한 가능성으로 시리즈물로 나와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얼음공주의 매력이 연인으로 발전한 시점에 없어져버렸으니 통탄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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