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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하게 한걸음 - 제1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서유미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평점 :
소설은 그저그런 인생을 살아가는 연수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남자친구와 헤어진 연수는 다니던 회사마저 그만 두고 백수가 된다. 무언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찾던 중 영화평론에 뜻을 두고 도서관을 다닌다. 그곳에서 대학 동기 동남을 만나게 된다. 동남은 공무원 공부를 한다고 했는데 아버지의 성화로 일반회사에 취직하기로 한다. 최종면접을 보고 난 동남이 자살한다. 장례식을 마친 후 연수는 인생을 멋지게 꾸려가보기로 결심하며 숨을 가다듬고 일보 전진하기로 한다. 삶에 아무런 의미도 없이 막을 내리게 하지는 않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전형적인, 아니 진부한 75년생, 94학번의 드라마이다. 94학번에 관한 웃지 못할 이야기들이 있었다. 열심히 학력고사 준비를 하니 수능으로 바뀌었고, 대학 취직해서 청춘을 구가해보려 하니 IMF가 터져 집안이 망했고, 어쩔 수 없이 방위로 군입대를 하려하니 방위가 없어진 대신 기간이 무진장 긴 공익근무가 생겨났고, 어찌어찌 졸업하여 취직을 하고 나니 금융위기가 터져 회사에서 짤렸다는 식의 스토리인데 이를 소설의 형식을 빌어 죽 옮겨 적어보면 <쿨하게 한걸음>쯤 될 것이다.
<쿨하게 한걸음>의 한계는 역사의식의 철저한 부재이다. 현상을 걸터듬으며 스토리는 이어나가지만 개개인의 삶이 왜 그러한 상황에 처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작가는 기껏해야 의사 남편을 만나 팔자를 편 친구와 연수의 초라한 삶을 대비시킬 뿐이다. 딱히 기승전결이랄 것 없이 이어지던 스토리는 동남의 생뚱맞은 자살에서 작위의 극을 이룬다. 자살 이후 장례식을 다녀온 연수는 인생의 '쿨한 한걸음'을 내딛겠다는 결심을 한다. 작가의 역사의식 부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결국 연수는 영화평론공모에 당선되어 인생의 의미를 찾든지, 아니면 최소한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해봤다는 것에 의미를 두든지가 소설 바깥에 준비된 결말일 것인데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특히나 창비 장편소설상 수상작이라는 점에 비추어 봤을 때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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