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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나무 1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대호군 장영실이 쫓겨나고 박연이 봉상시에서 쫓겨난 뒤, 경복궁 후원의 열상진원에서 집현전 학사 장성수가 시체로 발견된다. 말단 겸사복 채윤이 사건을 맡는다.
주자소에서 또 다른 학사 윤필이 사망하자 사건은 벙어리 무수리 소이를 둘러싼 치정 때문인 것으로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죽음은 계속 이어진다. 세번째 희생자는 허담으로 집현전에서 쇠몽둥이에 맞아 사망한다. 네번째 희생자는 정초 대감으로 경회루에서 사망한다.
채윤은 사망한 학사들이 활자의 주조나 지도 제작과 같이 잡학과 관련한 임무를 맡고 있었다는 것과 팔뚝에 일정한 형식의 문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들을 살해한 방법에 오행설이 연관되어 있음을 밝혀낸다. 그러나 채윤의 조사는 벽에 막히고, 비서고에서 사라진 <고군통서>가 살인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더더욱 알 수가 없었다. 한편, 벙어리 소이가 거듭되는 살인과 어떤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는데도 그녀에 대한 연정이 깊어간다.
성삼문이 다섯번째 희생자가 되기 직전 채윤이 구출한다. 그리고 <고군통서>의 비밀이 밝혀진다. <고군통서>에는 사대주의를 버리고 자주적인 조선을 건설할 것을 요지로 하는 내용이 씌여 있었으며, 저자는 다름 아닌 세종이었다. 따라서 그 책이 경학파의 손에 들어갈 경우 세종을 위협할 무기가 될 것이었고, 명나라에 전달될 경우에는 격물치지를 주장하는 세종의 뜻이 꺾이게 될 것이 자명했다.
격물치지를 위한 최종 작업으로 세종은 조선의 새로운 글자를 창제하고 있었다. 새로운 글이 창제될 경우 경학을 중시하는 사대부들은 설 자리를 잃고 말 것이었다. 최만리 등의 경학파와 정인지 등의 실용학파 간의 팽팽한 기싸움이 <고군통서>의 행방에 달려 있었다.
마침내 살인범들의 손길이 세종에게까지 미치고 살아남은 끄나풀이 배후는 최만리라고 토설한다. 최만리는 모든 것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듯 했고, 사건은 명약관화하게 정리되는 듯 하는데... 채윤은 모진 고문 속에서 진범은 최만리가 아니라며 다른 이를 지목한다.
지지난 해에 <바람의 화원>을 재미있게 읽었다. 어린이 그림그리기 대회 예선 통과 작품을 뽑아 보고 해야 했는데, 수원 인근에서는 적당한 장소와 심사위원을 찾을 수가 없어서 부득이 서울체신청에 위탁을 맡기고 하릴없이 포스트타워 11층의 호젓한 장소에서 읽었다. 역사의 팩트 사이에 작가가 개입하여 누릴 수 있는 최대한의 권한을 마음껏 누린 작품이었다.
반면 <뿌리깊은 나무>는 약간 실망스럽다. 시전 상인 윤길주과 심종수를 엮는 부분이 역사적으로 맞지 않는 면이 있다. 자본의 본원적 축적 시기에나 이루어질 법한 커넥션 분위기를 연출했는데 세종 시기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아닌가 싶다. 실존 인물들과 가공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지 못한다. 역사를 다시 쓸 수는 없으니 가공인물들에 죄다 악역을 맡겨야 했을 것이고 상상력의 제한이 가해졌을 것이다. 채윤과 소이만이 유독 현대적인 인물로 처리되어 그 점 역시 버성기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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