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기 한 판
조혁신 지음 / 작가들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뒤집기 한판>은 송림동 산8번지를 근거로 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다섯 편과 표제작 <뒤집기 한판>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작 소설 형식으로 전개되는 다섯 편의 소설에는 작가 자신의 투영인 운동권 출신 분식집 사장 한기준을 비롯하여 미장원에 밀려 벌이가 신통치 않은 이발사 구만길씨, 졸부가 된 후에 정치권에 입문하여 얼굴에 금칠이라도 해보고자 하는 구의원 고광해씨 등이 등장한다.

표제작 <뒤집기 한판>은 송림동이 아닌 주안 일대를 배경으로 하여 씨름부 코치였던 강남구씨를 추억하는 주안북초등학교 씨름부의 이야기이다.

 

내가 학교에 입학한 94년도에는 89학번들이 졸업을 하거나 복학을 하던 시기였다. 89학번들 중 구속 전력이 있는 사람들이 몇 있었는데 조혁신 선배도 그 중 한명이었다. 작품 속 한기준의 외양 묘사는 조혁신 선배의 그것과 거의 일치한다.

처음 술자리에서 만난 날 조혁신 선배는 초등학교 때 썼던 것이라며 황토색 빵모자 같은 걸 쓰고 깡똥한 바지를 입고 나타났었는데, 그때 사회과학연구회에 기증된 많은 책들 임자의 실제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후로 일년에 몇 차례 정도 술자리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그때마다 하고 있는 일은 달라졌었다. 어느 때는 동아리 <새벽> 선배와 목재소에서 일한다면서 동그란 종류는 못 만들고 네모 반듯한 종류는 만들 수 있다 했고, 다음 번 만날 때에는 인하대학교 평생교육원에 소설창작 과정인가를 듣는다고 하였다. 그럭저럭 몇 번인가의 술자리를 끝으로 풍문만 전해 듣게 되었고 인천일보의 기자가 된 연후에 노조위원장을 한다는 소식을 끝으로 소식도 듣지 못하게 되었다. 

나는 조혁신 선배가 반드시 소설가가 되기를 기대한 사람 중 한 명이었고, 이제 그의 독자가 되었다. 선후배로서 알고 지낸 사이라고 말하기에는 동아리도 달랐고, 조우했던 시기도 너무 짧았지만 조혁신 선배가 기증한 책 <영구혁명론과 니카라구아 혁명>을 읽으며 웃었던 기억만은 강렬하다. 온통 밑줄이 그어진 그 책에는 '아니다,(아닌 것 같다)' 라든가, '오, 맙소사!' 라든가 하는 주석이 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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