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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사이코 - 상 ㅣ 밀리언셀러 클럽 15
브렛 이스턴 엘리스 지음, 이옥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8월
평점 :
패트릭 프라이스는 월스트리트에 자리 잡고 있는 인수 합병 회사 피어스 앤 피어스 CEO이다. 그는 브랜드 옷과 액세서리로 치장하고 헬스 클럽 엑스클루시브에서 몸을 단련하며 최고급 레스토랑에 예약하길 즐긴다. 그는 에벌린이라는 아름다운 여성과 사귀고 있으나 여자를 돈으로 사기도 하고 친구의 애인과 바람도 피운다. 포르노와 고어물 비디오 테이프를 탐닉하고 자극적인 <패티 윈터스 쇼>를 챙겨 보는 그는 전형적인 여피족이다.
노숙자에게 적대적이고 공공연히 인종주의적 편견을 드러내던 그가 할시온, 자낙스, 코카인 등에 취해 분열 증세를 나타내고 자신 이외 모든 존재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낸다. 그는 손쉬운 상대인 개, 노숙자, 어린아이를 살해한 후 돈으로 산 여자들을 난자하더니 급기야 자신이 따내지 못한 큰 건을 다루는 폴 오언을 살해하기에 이른다. 폴 오언의 아파트는 이제 여자들을 살해하기 위한 장소로 쓰인다.
광기에 사로잡힌 패트릭의 살인 행각은 대로변에서도 이어지지만 우려하던 경찰의 추적은 그에게 미치지 못한다. 동료 여피족들과 시시껄렁한 농담을 나누던 그는 술집 문을 나서다가 '여기는 출구가 아닙니다'라는 글자를 발견한다.
<아메리칸 사이코>는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미국을 휩쓸던 시기의 이야기이다. 레이건은 복지 분야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노동자계급을 탄압했으며 기업의 이윤을 최대한으로 보장하는 각종 법안을 통과시켰다. 79년에 집권한 대처가 벌였던 추악한 짓을 레이건은 한 점 부끄럼 없이 미국에서 감행한 것이다. 자본은 눈 없는 괴물처럼 모든 것을 집어 삼키기 시작했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아메리칸 사이코>의 주인공 패트릭 프라이스는 이러한 신자유주의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자로서 적대적 M&A를 통해 재산을 증식시키는 인물이다. 패트릭이 타인을 판단하는 척도는 그 사람이 어떤 브랜드의 옷과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있는가이다. 아르마니, 보테가 베네타, 브룩스 브라더스, 지방시, 켄조 등 수백 가지 브랜드 명이 나오지만 타인이 하는 말이나 생각은 전혀 패트릭의 관심사가 아니다. 그들은 서로를 다른 이로 착각하지만 그 점에 대해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 사람이 폴이든, 루이스든 부르는 이름이 다를 뿐 피상적인 관계이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패트릭이 폴 오언을 살해했지만 패트릭에게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패트릭은 폴 오언을 살해한 후 그의 자동응답기에 영국으로 가겠다는 음성을 녹음해 놓는데 아무도 목소리가 다르다는 점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심지어 영국에서 폴 오언을 보았다는 증인이 몇 명이나 나타난 것이다.
그와 그의 친구들은 노숙자에게 1달러를 적선하느니 눈 앞에서 불 태우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패트릭은 자신 이외의 사람에게 인격이나 존엄성이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따라서 그의 살인에는 일말의 죄책감도 찾아볼 수 없다. 그는 노숙자의 눈을 칼로 도려내고 어린아이의 목을 따는 일을 무감동하게 수행해 나간다. 그는 자신이 인종주의자임을 숨기려 들지 않는다.
자본은 친구가 없다. 폴 오언이 패트릭의 손에 희생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자본은 독점을 통해 다른 자본을 잡아먹고 결국에는 제국주의로 화한다. <아메리칸 사이코>는 지독한 고어물이지만 패트릭의 행동이 자본의 속성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 끔찍함이 공상적인 것만은 아니다. 번역은 그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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