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보내지 마 민음사 모던 클래식 3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1년 이상 간병사 일을 한 서른 한 살의 캐시.H는 이제 간병사로서의 경력을 마칠 시기가 되었다. 어느 날 그녀는 기숙 학교 '헤일셤'에서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루스와 토미를 만나면서 과거를 회상한다.

 

어린 시절, 토미는 예측하기 어려우면서도 마음이 너그러운 아이였고 루스는 이기적이면서도 마음이 여린 아이였다. 헤일셤에서는 글쓰기와 공작 등 창작 활동이 중요하게 여겨졌고 그들의 작품 중 가장 훌륭한 것들은 '마담' 이라 불리는 여성이 '화랑'에 전시하기 위해 가져갔다. 토미는 작품 창작에 소질이 없었고 그런 이유로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받는다. 토미가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루시 선생님의 조언 덕택이었다. 루시 선생님은 토미에게 반드시 창의적이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라고 조언한다. 토미는 더 이상 우스꽝스러운 그림을 그리지 않았고 놀림에 무관심해진 덕분에 따돌림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헤일셤에서 '성교'에 관한 선생들의 가르침은 아이들에게 혼란을 준다. 그들은 그것을 권장하는 것인지, 아니면 금지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말들을 했다. 학생들은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자신들의 처지와 아이를 갖기 위한 행동인 '성교'의 개념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한다.

그 즈음 캐시는 주디 브릿지워터의 <송스 애프터 다크> 앨범에 수록된 <네버 렛 미 고>라는 노래에 빠져 있었다. 그 노래 중에는 '베이비, 베이비, 네버 렛 미 고......' 라는 구절이 있었는데 캐시는 원래 가사의 내용과 상관 없이 자신이 마음대로 해석하고 있었다. 아이를 낳을 수 없는 한 여인에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 아이를 낳았고, 그 아기를 품에 안고 어르면서 그 노래를 불렀다고 생각한 것이다. 어느 날 베개를 아이라 생각하고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는 캐시를 '마담'이 우연히 발견한다. 캐시는 '마담' 이 노래부르는 자신을 보며 울고 있음을 알게 된다.

토미와의 미묘한 관계는 루스가 토미와 짝이 되면서 흐지부지 되고 만다. 루스는 때때로 치미는 성적 충동 때문에 자신의 '근원자'가 창녀나 포르노 모델이 아닐까 생각하여 포르노잡지에서 자신과 닮은 여성을 찾는다.

 

헤일셤을 떠나 코티지로 이동한 캐시, 토미, 루스는 코티지에서 다른 클론들과 생활하게 된다. 그들은 헤일셤 출신을 조금은 특별하게 생각하는 듯 했다. 어느 날 코티지의 선임자가 루스의 '근원자'를 발견했다고 말한다. 루스의 꿈은 현대적인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이었는데, 전임자가 발견한 '근원자'는 바로 그런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었기에 모두들 흥분하여 '근원자'를 직접 보려고 노퍼크로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얼핏 닮아 보였던 '근원자'는 결국 루스와 닮은 점이 없다는 사실이 판명되고, 실망한 루스는 자신들이 멀쩡한 사람들의 유전자를 복제한 것이 아닐 거라는 점, 기껏해야 부랑아나 창녀들의 유전자를 복제했을 거라는 말을 입 밖에 내고 만다.

노퍼크에서 토미는 캐시가 잃어버린 주디 브릿지워터의 테이프를 중고 상점에서 구해 선물해 준다. 어느 날 테이프를 발견한 루스는 토미가 캐시에게 사주었을 것이라 짐작하고 둘 사이를 질투한다. 루스는 토미와 캐시가 서로 통하는 면이 있다는 것을 언제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선임자들이 진정 사랑한다는 것이 증명된 커플에 대해서는 '기증'을 유예해주고 둘만의 시간을 허락해준다는 말을 꺼낸다. 그들은 '진정으로 사랑' 한다는 것을 과연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가 이야기한 끝에 '마담'이 예술작품을 가져갔던 이유에 주목한다. '마담'은 예술작품이 한 사람의 내면을 드러내보인다고 말했었다. 그렇다면 관계의 진정성을 증명할 때 '마담'은 예전에 수거해갔던 작품들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문제는 토미가 전혀 작품을 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토미는 뒤늦게 작품을 그린다. 어느 날 루스가 토미의 작품에 대해 캐시에게 탐탁치 않다는 말을 하고 분위기상 캐시가 이에 대해 맞장구 쳤던 것이 발단이 되어 캐시는 토미와 사이가 멀어지고 만다. 캐시는 간병사가 되어 코티지를 먼저 떠난다.

 

간병사 일을 시작한 캐시는 루스와 토미가 기증자가 되었다는 풍문을 듣는다. 루스의 간병사가 된 캐시는 늪에 좌초된 배를 보고싶다는 루스의 소원에 여행을 떠난다. 루스는 자신이 곧 죽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토미가 입원한 요양원에 들러 세사람이 해후한다. 루스는 토미와 캐시가 줄곧 어울리는 사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뒤늦게나마 '진정한 사랑'을 입증해 둘만의 시간을 갖으라며 '마담'의 주소를 건내준다.

그림을 챙겨 캐시와 토미는 '마담'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예전 헤일셤의 교장이었던 에밀리 선생을 만난다. 에밀리 선생은 '진정한 사랑'을 입증한다고 해서 기증이 연기되는 일 따위는 없다는 것을 고백한다. 그리고 '마담' 이 학생들의 작품을 가져갔던 것은 클론들 역시 영혼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여 그들에게 인간다운 대접을 조금이나마 해주기 위해서였다는 것, 그리고 어느 정도 성과도 있었지만 한 과학자가 좀 더 나은 유전적 특질을 가진 클론을 만들어내기 위해 벌였던 실험이 들통나면서 클론들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것을 이야기해준다.

희망은 사라지고 네 번째 기증을 마친 토미는 결국 죽는다. 소식을 들은 캐시는 노퍼크로 가서 토미를 회상하며 눈물을 흘린 후 가야할 곳을 향해 차를 출발시킨다.

 

1954년 나가사키에서 태어난 가즈오 이시구로는 1960년 영국으로 이주해 그곳에서 철학과 문예창작을 공부한 후 영어로 소설을 써오고 있다. 2005년에 발표된 <나를 보내지 마>는 인간에게 자신의 장기를 기증한 후 결국 사망에 이를 수 밖에 없는 복제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소설 속에서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복제인간이 아이를 안고 노래를 부를 때 일반인인 '마담'이 느꼈던 감정은 질병이 없는 새로운 시대에 대한 복제인간의 저항이었다. 그가 추진하던 프로젝트가 복제인간에게도 영혼이 있음을 알리는 것이었음을 생각할 때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짧은 설 연휴와 고장난 컴퓨터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한 줄을 쓰면 10초간 컴퓨터가 멈춘다. 2005년부터 9년을 달래가며 써왔는데 이제는 '보내야' 할 때가 왔다. 영혼이 없는 것을 떠나보낸다는 것은 얼마나 홀가분한가!

http://blog.naver.com/rainsky94/80181295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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