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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 제120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2월
평점 :
오래된 공장 부지가 팔린 자리에 '반다루 센주기타 뉴시티' 라는 이름의 초고층 아파트 두 동이 들어선다. 6월, 비가 억수처럼 쏟아지는 날에 그 '반다루 센주기타 뉴시티' 건물 중 한 동인 웨스트타워 20층 2025호에서 세 구의 시신이 발견되고 아파트 1층에는 그곳에서 추락한 것으로 보이는 시신이 한 구 발견된다.
원래 2025호에 살던 사람은 고이토 노부야스 부부였다. 이들은 분수에 맞지 않는 대출을 끌어다 무리하게 아파트를 산 후 대출금을 갚을 수 없게 되었고 아파트는 법원 경매로 넘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법원경매가 진행되던 즈음 고이토 노부야스 부부는 야반도주를 하였고 그 아파트에는 수상쩍은 가족이 들어와 살게 된다. 중년 부부와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 20대 초반의 청년으로 이루어진 가족은 이른바 '버티기꾼'이었다.
대출금을 갚을 수 없게 된 채무자의 부동산을 채권자가 경매 의뢰하여 부실 채권을 정리하는 것이 법원경매인데, 이 과정에서 경매 이전부터 임차인이 있었다고 꾸민 후 해당 건물에 사람을 살게 하여 최대한 버텨 낙찰받은 사람을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금전 등을 추가로 뜯어내는 것이 '버티기꾼' 들이다. 낙찰받은 사람은 현금 회전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심리적으로 지친 나머지 낮은 가격으로 부동산을 되팔거나 일정한 위로금을 건내고 명도를 받을 수 밖에 없게 된다.
살해당한 이들 버티기꾼 가족의 유력한 용의자는 사건 당일날 CCTV에 포착된 이시다 나오즈미였다. 그가 아파트를 낙찰받은 이후 이들 가족과 종종 다툼이 있었다는 증언도 불리하게 작용한다. 그런데 그는 그날부로 도피에 들어가 4개월째 나타나지 않았다. '버티기꾼' 가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는 그들이 실제 가족이 아니고 주민등록상의 이름과 일치하는 사람은 한 사람 뿐 나머지 시체들은 신원조차도 불분명하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사건은 점차 오리무중에 빠진다.
소설은 하나의 사건에 얽힌 관계자들의 모습이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관계자들의 모습과 생각 등이 지그소 퍼즐처럼 짜맞춰지면서 마침내 종장에 이르러 사건이 재구성되는 방식이다. 그런데 독자는 미스터리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인 '범인이 누구인가'에서 점차 관심이 멀어져 그들 각자의 삶과 생각들에 흥미를 느끼게 되고 그들의 삶의 '일그러짐'에 주목하게 되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하여 마지막 종장에서 사건이 모두 재구성되었을 때에도 '미스터리의 해결' 이라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기 보다는 현대사회의 씁쓸한 면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다.
미야베 미유키는 그런 의미에서 마쓰모토 세이초의 사회파를 훌륭히 계승한 현대 미스터리 작가이다. 물론 마쓰모토 세이초처럼 선이 굵고 우직한 사회파는 아니지만 여성의 섬세한 면을 살려 작중 인물들의 심리를 세심하게 그려내는 면이 탁월하다. 이러한 작가의 역량이 인정 받아 120회 나오키상에 심사위원 만장 일치로 선정되었다.
큰 눈은 이제 다 지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오후부터 날리던 눈발이 굵어지더니 서울 경기 지방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다. 밖에 나가보니 10센티미터 이상 쌓였고, 눈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내일 출근길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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