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와 악마 1 로버트 랭던 시리즈
댄 브라운 지음, 홍성영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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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RN(유럽 입자물리학 연구소)에서 물리학자이자 사제인 레오나르도 베트라 박사가 처참하게 살해된 채 발견된다. 그의 눈은 도려내져 있고 가슴에는 일루미나티라는 낙인이 찍혀 있었다. 연구소의 소장 막시밀리안 콜러는 경찰에 전화하는 대신 하버드대학의 종교도상학 교수이자 기호학의 권위자인 로버트 랭던에게 도움을 청한다.

로버트 랭던은 베트라 박사의 시체에 찍혀 있는 일루미나티 낙인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일루미나티는 교황청에 대항하여 과학을 통한 진리를 추구하던 비밀 결사 조직으로 갈릴레오를 비롯한 수많은 과학자와 예술가, 지성인들이 가담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일루미나티는 프리메이슨과 각국 정부에도 깊숙이 침투하여 활동한 것으로 의심되었지만 현재에는 그 실체가 사라진 것으로 간주되었는데, 이제 시체에 찍힌 낙인과 함께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베트라 박사의 수양딸인 비토리아는 아버지가 최근 LHC 입자가속기를 이용, 두 개의 극세립자선을 반대방향에서 가속화 하여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냈는데 이것은 빅뱅이론을 증명하는 것으로 신의 천지 창조 과정을 설명하는 것과 배치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였다. 또한 그 산물로 생성된 물질이 바로 반물질로 핵보다 훨씬 큰 에너지를 낼 수도 있고 마찬가지로 더 큰 폭발력도 가질 수 있다고 하였다. 베트라 박사와 비토리아는 연구 성과의 증명을 위해 최근 눈에 보일 정도의 반물질을 만들어 냈고 충전 트랩에 이를 보관하였는데, 베트라 박사의 사망과 함께 반물질 트랩 역시 사라졌다.

한편 바티칸을 감시하는 무선카메라 한 대가 실종되어 행방이 묘연했는데 무선카메라가 내보내는 영상에는 반물질 트랩과 트랩을 안정화 시키는 베터리의 남은 시간이 표시되어 있었다. 스위스 근위병 사령관 올리베티는 랭던과 비토리아의 경고에 눈도 깜짝하지 않았고, 반물질의 위험성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바티칸에서는 서거한 교황을 대신할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가 진행중이었기 때문이다. 교황의 일시적 공백 시기에 로마 교황청을 대신하는 사람은 궁무처장이다. 랭던과 비토리아는 궁무처장 카를로 벤트레스카에게 반물질의 위험을 알리는데, 그때 일루미나티의 사자를 자처하는 암살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그는 자신이 교황 후보인 네 명의 추기경을 남치하였는데 그들을 시간 순서에 따라 하나씩 살해할 것이고, 마지막에는 반물질을 폭파시키겠다고 위협한다. 그는 아무런 협상안도 제시하지 않았고, 위협은 사실로 드러난다.

랭던은 자신이 바티칸에 열람을 신청했으나 번번히 거절당했던 갈릴레이의 책에 해답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일루미나티는 자신들의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새로운 회원을 받아야 했으나 공공연하게 행동할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만이 알아볼 수 있는 표지를 만들었는데 그 실마리가 갈릴레이의 책 <도형 Diagramma>이었던 것이다. 랭던은 갈릴레이의 책과 관련하여 503이라는 숫자 수수께끼에 직면했었는데 우연히 수수께끼를 풀게 되었다. 503은 바로 DIII, <대화 Dialogo>, <담화 Discorsi>, <도형 Diagramma>중 세번째를 가르키는 말이었던 것이다. 랭던과 비토리아는 갈릴레이의 책에 영어로 적힌 주석을 통해 다음과 같은 문구를 발견하고 일루미나티 근거지로 안내할 실마리라고 생각한다.

 

악마의 구멍을 가진 산치오의 흙의 무덤에서

로마를 가로지른 신비의 원소들이 펼쳐졌노라

신성한 시험, 빛의 길이 놓여 있으니,

천사들이 너의 숭고한 원정길을 안내케 하라.

  

랭던과 비토리아는 유명한 조각가이자 건축가 베르니니가 일루미나티 근거지로 안내할 여러가지 조각들을 남겨두었음을 깨닫고 살인자를 잡기 위해 장소들을 찾으려 하나 번번히 한 발 늦게 되고 추기경들은 한 명 한 명 살해 당한다. 첫번째 추기경은 입 속에 흙이 잔뜩 든 시체로 발견되었고 그의 가슴에는 EARTH라는 낙인이 찍혀 있었다. 두번째 추기경은 폐에 구멍이 나 있고 AIR라는 낙인이, 세번째 추기경은 불에 타 죽었고 FIRE라는 낙인이, 그리고 마지막 추기경은 익사하였고 WATER라는 낙인이 찍혀 있었다.

그리고 더욱 혼란한 사실은 교황이 독살당한 것으로 판명이 된 것이다. 암살자는 비토리아를 납치하여 은거지로 사라졌고, 스위스 근위병 사령관 올리베티는 살해당한다. 부사령관 로체는 한 통의 전화를 받은 후 11시 정각에 착한 사마리아인이 나타나 이 혼란을 종식시킬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랭던은 그가 바로 암살자를 조정하는 야누스, 곧 일루미나티의 수장으로 궁무처장을 살해할 것으로 생각했다.

마침내 11시가 되고 헬기를 타고 나타난 것은 놀랍게도 CERN의 소장 콜러였다. 그는 자신의 휠체어에 권총을 숨겨 궁무처장을 만나러 들어갔고, 잠시 후 궁무처장의 비명이 들려 온다. 문을 부수고 들어가자 궁무처장의 몸에는 4가지 원소 EARTH, AIR, FIRE, WATER가 대칭으로 낙인되어 있고 그 모습이 바로 일루미나티의 다이아몬드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궁무처장을 살해하려던 부사령관 로체는 현장에서 사살당하고, 콜러 역시 총에 맞아 죽는다. 사건은 모두 해결된 것처럼 보였다.

궁무처장은 극심한 상처에도 불구하고 신이 들린 듯 군중들 앞에 나타났다가 쇼크 상태에 빠진 듯 신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외친다. 그는 성 피에트로가 묻힌 네크로폴리스 지하로 미친 듯이 달려 가고 그곳에서 반물질 용기를 찾아낸다. 궁무처장은 자신이 직접 헬기를 조정하여 반물질 용기를 처리하려 하고 랭던 역시 헬기에 동승한다. 채석장에 투하하려던 랭던의 계획과 달리 궁무처장은 그럴 시간이 없다고 판단하여 헬기를 하늘 최대한 하늘 높이 끌어올린다. 그리고 잠시 후, 놀라운 상황이 벌어진다. 궁무처장이 낙하산을 메고 헬기에서 뛰어내린 것이다. 랭던은 방수천 하나를 의지하여 지상으로 뛰어내리고 극적으로 살아난다. 그리고 콜러가 죽기 전 건내준 캠코더를 돌려보고 모든 것이 궁무처장의 연극이었음을 알게 된다. 궁무처장은 살해당한 교황이 과학에 종교를 팔아넘기려 하였고 아들이 있었다며 순결의 의무를 배신했다고 외친다. 하지만 교황은 인공수정을 통해 아들을 낳은 것이었고, 그 아들은 바로 궁무처장이었다. 궁무처장은 분신하여 죽고, 추기경들은 모든 사태를 현명히 이끌었던 모르타티 추기경을 교황으로 추대한다.

 

소설에서 궁무처장은 말한다. "과학 실험실에서 신의 존재를 입증하는 날이, 사람들에게 더 이상 믿음이 필요 없어지게 되는 날입니다!" 아이러니한 궁무처장의 이 말이 종교의 본질에 대해서 깊은 시사점을 준다. 과학을 통해 신을 증명한다면 신은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궁무처장은 신이 증명되는 시점에 믿음이 없어진다고 말한다.

아퀴나스는 "인간의 지성은 신앙의 보상이다. 그러므로 믿기 위하여 이해하려 하지 말고 이해하기 위하여 믿으라"라고 말하였고, 테르툴리아누스는 "불합리하기 때문에 나는 믿는다(Credo quia absurdum)"라고 말하였다. 만일 모든 것이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 그것은 이해하면 그만이다. 거기에는 믿음의 영역이 개입할 소지가 없는 것이다. 인간의 지성과 합리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영역, 그 영역이 믿음의 영역이다.

지성과 합리의 신봉자와 믿음을 가진 신앙인의 경계가 그런 이유로 명확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지성과 합리가 좌절될 때, 현재는 알 수 없지만 언젠가는 알 수 있을 것이란 자세 역시도 어찌보면 믿음이 아니겠는가. 마르크스는 헤겔의 철학이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알 수 없는 다른 무언가로 대체해 놓은 거꾸로된 변증법이라 비판하였고, 이에 대해 부정하는 바는 아니지만,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이 종교에 이끌리는 성향 역시 이해가 된다.

댄 브라운의 <천사와 악마>는 흥미거리도 많고, 랭던의 헬기 탈출 부분을 제외하면 억지스러운 면도 별로 없다. 하지만 움베르토 에코의 <푸코의 진자>와 견주어, 뭔가 가볍고 속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가장 큰 이유는 음모론을 대하는 태도에 있지 않나 생각된다. 에코는 까소봉 패거리가 성당기사단의 이야기를 꾸며 내고 이를 실제로 믿는 자들을 보여주며 음모론 자체를 희화화하는데 반해 <천사와 악마>는 음모론자들을 비판하는 척 하면서도 여러가지 비역사적 사실과 진실을 뒤섞어 놓고 그 경계를 허무는 것은 거부한다. 왜냐하면 <천사와 악마> 역시 음모론에 기대어 소설이 성공하길 내심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http://blog.naver.com/rainsky94/80156682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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